두께는 평균 500쪽… 사람과 문명을 이해하는 책

"읽으려고 사놨지만 책꽂이에 꽂아만 둔 교양서는 무엇입니까?"
이 흥미로운 질문에 1006명의 맹렬 독자가 답변했다.
인간과 문명을 이해하는 책들이 순위권에 올랐다.

    입력 : 2018.02.09 07:22

    [한국의 맹렬 독자 1000명이 답했습니다… 책꽂이에 꽂아만 둔 교양서]
     

    맹렬 독자는?

    설문에 참여한 예스24 플래티넘 회원 진입 기준은 최근 3개월간 예스24 순수 주문 금액이 30만원 이상. 출판계의 적극 독서층이다. 남성 38%, 여성 62%이며 연령별로는 40대가 36%로 가장 많다.

    두께는 평균 500쪽… 사람과 문명을 이해하는 책

    구슬도 꿰어야 보배. 읽히지 않은 채 책꽂이에서 당신을 애타게 기다리는 명저(名著)는 무엇인가.

    지난해 12월 13~15일 'Books'가 던진 질문에 인터넷 서점 예스24 플래티넘 회원(분기별 30만원 이상 책 구입) 1006명이 답했다. 1위는 재레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66명). 2위 칼 세이건 '코스모스'(48명), 3위 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38명) 순이었다. 4~5위는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31명)와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19명)이 차지했다. 모두 인간과 문명을 다룬 책이라는 점에서 독서 행위는 결국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임을 입증한다. 평균 두께 500쪽 이상의 규모를 자랑하므로 선택은 탁월했으나 이제 의지의 문제로 넘어간다.

    이름만으로 책꽂이가 꽉 찬다. 왼쪽부터 '총, 균, 쇠' '코스모스' '정의란 무엇인가' '사피엔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서양미술사' '이기적 유전자' '호모 데우스' '넛지'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장련성 객원기자

    먼저 '총, 균, 쇠'는 199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그해 국내 출간된 대표적 스테디셀러다. 진화생물학자인 저자가 총기·병균·금속에서 문명 불평등의 이유를 찾는 보고서. 서구가 세계 문명의 패권을 쥐게 된 건 운 좋게 유리한 환경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라는 환경결정론이기도 하다. 책은 2013년 서울대도서관 대출 순위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부터 연간 판매 부수가 2만~3만부로 급증한 케이스. 한국에서 '샤'의 위력은 '쇠' 못지않다.

    미지(未知)의 우주. 천문학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여전히 항성처럼 빛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던 대사건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는 주제 의식.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탐구이므로 이 책은 과학책에 머물지 않는다.

    정치 과잉의 시대, 정의(正義)는 어려운 숙제. 고로 8년 전 국내에 '정의' 열풍을 몰고 온 '정의란 무엇인가'는 아직 유효하다. 모병제, 대리 출산 등의 현실 문제부터 "무고한 한 사람을 희생시켜 다섯 명을 구하는 행위는 정당한가?" "아군을 위험에 빠뜨릴 민간인 포로를 놔주는 건 옳은가?" 등의 질문을 통해 위대한 사상가들이 생각한 '정의'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보잘 것 없던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어떻게 지상의 포식자가 됐나. 우리는 대체 무엇이고, 무엇으로 진화할 것인가. 촉망받는 이스라엘 역사학자가 7만 년 전 인지혁명, 1만2000년 전 농업혁명, 500년 전 과학혁명 이후 향후 기계 인간의 미래까지 예측한다. AI(인공지능) 시대와 맞물리는 의미심장한 가설. "역사는 우리의 종말에 대해 아직 결정 내리지 않았으며, 일련의 우연들은 우리를 어느 쪽으로도 굴러가게 할 수 있다."

    TV의 힘은 여전하다. MBC '무한도전' OtvN '어쩌다 어른' 등에서 입담을 과시해 팬덤을 키운 설민석 강사의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2016년 예스24 베스트셀러 16주간 1위를 차지한 책. 왕의 목소리를 현대어로 쉽게 풀고, 중간 중간 질의응답을 넣어 강연의 느낌을 준다. 역사 공부도 재밌을 수 있다는 미덕을 발휘한다.

    6~10위는 '서양미술사'(에른스트 곰브리치)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호모 데우스'(유발 하라리) '넛지'(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이었다. 외서의 비중이 압도적이나 다 읽고 나면 지식은 국산이 돼 있을 것이다.

    [Books] 한국의 맹렬 독자 1000명이 답했습니다
    [Books] 한국의 맹렬 독자 1000명이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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