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란 결과에 상관없이 과감히 뛰어드는 것"

톰 행크스는 워싱턴포스트를 배경으로 한 영화 '더 포스트(The Post)'의 주연을 맡았다.
1971년 펜타곤문서의 보도 여부를 놓고 치열한 논쟁을 벌인 주필 벤자민 브래들리 역이다.
그는 "미국이 위대한 이유는 수정헌법 제1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입력 : 2018.02.15 07:26

    [영화] '더 포스트' 톰 행크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더 포스트(The Post)'는 워싱턴포스트신문사가 배경이다. 1971년 미 국방부의 베트남전 비밀문서(펜타곤문서) 보도 여부를 놓고 여사장 캐서린 그램(메릴 스트립)과 치열한 논쟁을 벌이는 워싱턴포스트의 주필 벤자민 브래들리로 나오는 톰 행크스(61)가 주인공이다. 최근 비벌리힐스의 포시즌스호텔에서 톰 행크스와 인터뷰를 가졌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행크스는 활기찬 제스처와 함께 유머가 넘치는 농담을 즐겼다. 행크스는 친구처럼 대하기가 편하고 꾸밈이 없어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가 매우 좋아하는 스타다.


    톰 행크스. /박흥진

    - 브래들리에 관해 연구하면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그에 관한 책과 기록영화를 봤는데 그는 경쟁이 심한 언론계에서 워싱턴포스트를 최고지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당시만 해도 포스트는 '워싱턴스타'보다 못한 2류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에서 지역 신문과 뉴욕타임스와 경쟁하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신문을 만들어 부수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펜타곤문서'를 보도하면 감옥에 갈 수도 있었지만 그램을 설득해 보도를 결정했다. 그는 그런 긴박한 과정을 즐긴 사람이다."

    - 당신은 기자들을 믿는가.

    "난 그들을 믿는다. 난 언론인들을 많이 알고 있다. 그런데 내가 브래들리 역을 맡은 뒤로 사람들은 내게 '가짜 뉴스'에 대해 묻곤 한다. 가짜 뉴스란 늘 있어온 것이다. '가짜 뉴스'라기보다 편파적인 뉴스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읽고 듣고 또 보기를 원하는 것만 읽고 보고 듣게 마련이다. 언론인을 믿느냐 안 믿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보도의 동기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TV뉴스란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대중적인 얘기를 즐겨 보도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들은 왜 어떤 뉴스를 보도해야 하는지 그 진짜 이유에 대해 생각하기를 꺼려 한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가 있는 한 걱정 없다."

    - 트럼프는 자기를 비판하는 CNN 방송을 '가짜 뉴스'라고 비판하면서 자기 편을 드는 폭스뉴스를 칭찬했는데.

    "정치에 관해 말하고 싶진 않으나 나는 우리 정부에 우리 역사와 건국이념 그리고 제도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현재 백악관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 답변 괜찮지 않나?"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을 지휘했던 고(故) 벤자민 브래들리 워싱턴포스트 편집인이 1973년 동료들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 왼쪽부터 캐서린 그레이엄 발행인,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 기자, 하워드 사이먼즈 편집국장, 벤자민 브래들리 주필. /조선일보 DB

    - 브래들리 역할 소화에 특히 에너지를 많이 투입한 것 같은데.

    "그렇다. 첫째는 내가 브래들리와 여러 차례 저녁을 함께하면서 알고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의 음성과 걸음걸이와 개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었다. 또 다른 이유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한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브래들리 역을 맡아 오스카 조연상을 탄 제이슨 로바즈 때문이다. 그가 표현한 역을 해낸다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브래들리의 영화라기보다 그와 그램의 관계에 관한 영화라고 봐야 한다."

    - 요즘 사람들은 신문을 안 읽는데 이 영화가 다시 신문을 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가.

    "얼마 전에 내 휴대폰에서 뉴욕타임스 등 여러 언론매체의 뉴스를 제거했다. 뉴스의 홍수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다. 요즘 사람들이 신문을 안 읽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신문을 더 쉽게 읽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자매체들은 뉴스를 하루 종일 계속해 새로 추가하는 바람에 우리들에게 쉴 여유를 주지 않는다. 전자매체들이 과거의 타자기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신문은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읽고 나면 하루 종일 더 이상의 추가 뉴스 없이 우리들의 뇌리 속에 남아 있게 마련이다. 언젠가 뉴욕의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때 뉴욕데일리뉴스와 뉴욕포스트를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신문이 존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대답은 전철에 와이파이가 생길 때까지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신문을 전철에서 읽으려고 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 영화에서처럼 여자 상사 밑에서 일한 적이 있는가. 여자 상사와 남자 상사가 다른 점이 있다고 보나.

    "주문하는 음식 종류가 다를진 몰라도 그밖에 다른 점은 없다. 난 내 상사를 선생으로 여기는데 나의 훌륭한 선생들은 대부분 여자였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사람도 셰익스피어를 가르쳐준 피츠제럴드 여선생이었다. 난 일하면서 성에 대한 구별을 하지 않는다. 나와 함께 일한 노라 에프론이나 페니 마셜과 같은 여자 감독들은 다 남자 못지않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내가 여자 감독보다는 남자 감독과 함께 일한 경우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영화계 구조가 그렇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 또한 서서히 변하고 있다."

    영화 '더 포스트'의 한 장면.

    - 당신은 젊었을 때 예뻤는데 혹시 '캐스팅 카우치'의 경험이라도 있는지.('캐스팅 카우치'는 남자 영화 제작자나 감독이 역을 미끼로 여배우를 성적 제물로 삼는 것을 말한다.)

    "동성애 남자 제작자나 감독이 나를 성적 제물로 삼으려 했냐는 말인가? 그 어떤 남자도 내게 역을 줄 테니 섹스를 대가로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남자만이 아니라 여자 제작자나 감독도 내게 그런 요구를 한 경우가 없다. 그런 점에서 남녀평등이다. 고약한 농담이네.(웃음)"

    - 법원의 명령을 무시하고 '펜타곤문서'를 보도한 브래들리는 용감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용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용기란 결과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모르는 것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로서의 용기란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관계없이 현상 유지를 타파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영화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들이 그런 부류에 속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예술가들 중엔 분명 그런 사람들이 있다. 참된 용기란 매일 작은 선택을 해 우리가 사는 도시나 이웃을 조금씩 낫게 하는 것이라고 본다."

    -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고 보는가.

    "물론이다. 아니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가. 난 미국 사람이거든. 우리가 위대한 이유는 수정헌법 제1조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부강한 나라들이 여럿 있지만 우리나라같이 읽고 싶은 것을 원하는 대로 읽고 출판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출판하고 그릴 수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임은 확고부동한 사실이다."

    용기란 결과에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모르는 것에
    과감히 뛰어드는 것이다.


    예술가로서의 용기란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지 관계없이
    현상 유지를 타파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톰 행크스

    - 영화 세트에서 음악을 듣는가.

    "촬영이 없어 트레일러에 혼자 있을 때 아이패드로 계속해 음악을 듣는다. 그러지 않으면 혼자라는 사실이 너무 뚜렷하게 느껴지면서 마치 교도소 독방에 갇힌 것처럼 미칠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 '펜타곤문서'를 워싱턴포스트에 누출한 대니얼 엘스버그를, 미 국가안보위(NSA)의 대시민 사찰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전 CIA 컴퓨터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이라고 보는가.

    "스노든은 나보다 한 등급 위의 사람이다. 그러나 요즘은 비단 NSA뿐만이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의해서도 타인의 신상명세를 자세히 알 수 있다. 따라서 난 스노든이 반역자인지 아니면 상식적인 일을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젠 편지를 타자기로 쓰는 것 빼고는 사적인 것이라곤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93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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