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 멸종 속도, 인류가 나타난 뒤 1000배 빨라졌다

저명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지구의 절반을 자연에 위임하라"며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인류의 노력을 강조한다.
그의 고뇌가 담긴 이 책은, 심도 깊은 환경 대책에 대한 논의점을 제시한다.

    입력 : 2018.02.02 07:22

    [Books]
     

    지구의 절반
    에드워드 윌슨 지음
    이한음 옮김|사이언스북스
    344쪽|1만9500원


    멸종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멸종에 따른 생물 다양성 위기가 거론될 때마다 "지구의 어떤 생명체도 결국엔 멸종하지 않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됐다. 결과만 보면 맞는 지적이다. 38억 년 전 첫 생명체가 등장한 이후 나타난 종(種)의 99% 이상이 멸종했다. 싹쓸이 수준의 멸종도 여러 차례 있었다. 가장 가까운 대멸종은 6500만 년 전 지름 12㎞ 소행성이 초속 20㎞의 속도로 중앙아메리카 유카탄 반도의 칙술루브 해안에 충돌했을 때였다. 공룡을 비롯해 생물종 70%가 사라졌다. 이후 생태계가 복원되기까지 1000만 년이 걸렸다.

    저명한 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 전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6번째 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진단한다. 문제는 멸종의 속도다. 인류가 출현한 20만 년 전까지만 해도 연간 대략 100만 종당 1~10종의 비율로 사라지던 생물종이 지금은 그때보다 1000배 빠른 속도로 없어지고 있다. 저자는 "생물 다양성이 견딜 수 있는 임계점을 넘는 순간 생태계 전체가 붕괴해 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어떤 동물이 사라졌는가. 아프리카 대륙에 넘쳐나던 코뿔소는 이제 2만7000마리 남았다. 아프리카 서부에 살던 검은코뿔소 아종(亞種)은 한 마리도 없다. 레저 목적으로 사냥하고, 뿔을 잘라 단검용 손잡이로 만든 결과다. 특히 중국인들이 한약재로 싹쓸이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양서류의 흑사병이라는 항아리곰팡이는 인간이 매매하는 동물에 묻어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갔다. 이 곰팡이는 지금 98%의 치사율로 도롱뇽을 죽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 관리인들이 뿔을 노린 밀렵을 막기 위해 코뿔소를 안전지대로 옮기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서식지 감소는 수많은 생물종을 궁지로 몰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보고르 지역을 휴양지로 개발하며 방대했던 숲을 0.9㎢만 남겨두고 모두 벌채했다. 그 결과 조류 62종 가운데 20종이 사라졌다. 이른바 '공유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도 멸종 속도를 높인다. 세계 각국이 근해 어족자원만 보호하고 공해에선 남획을 일삼는 것도, 미국이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것도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육지와 바다의 총면적을 생태 발자국(ecological footprint)이라고 한다. 인류는 지금껏 이 발자국을 더 많은 곳에 찍으며 다른 생물종의 생존권을 빼앗았다. 게다가 인구마저 최대 130억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남은 코뿔소는
    2만7000마리 뿐…
    생물 다양성 위기 촉발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
    지구 절반까지 늘려야
    생태계 붕괴 막을 수 있어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벗어날 것인가. 저자는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주목한다. 세계 196개 나라가 육지 16만1000곳과 바다 6만5000곳을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육지의 15%, 바다의 2%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저자는 이 면적을 '지구의 절반'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식지 면적이 줄면 그 면적의 4제곱근에 비례해 종이 사라진다'는 보존생물학 연구 결과를 역으로 적용해 "지구 표면의 절반을 보호하면 종의 85%가 살아남는다"고 전망한다.

    이른바 BNR(생물학·나노기술·로봇학)의 발달도 멸종 방지 노력에 새 희망을 불어넣는다. 집과 사무실에서 화상회의·원격진료·온라인쇼핑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생태 발자국을 줄여나갈 토대가 마련됐다. 지금까지 인류는 더 넓은 땅을 개척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확대적 경제성장'을 지향해 왔지만 BNR 덕분에 '집약적 경제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한다. 탐욕은 인간의 본성이며 생태계가 대멸종의 위기에 빠진 것도 눈앞의 이익을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성의 약점 때문이다. 저자는 그러나 큰 꿈을 꾸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라며 '지구의 절반'이란 원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자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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