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봉쇄가 北에 가장 큰 고통 준다"

리 소테츠 교수는 일본 언론이 주목하는 '북한 전문가'로 유명하다.
그는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베이징에서 대학을 마쳤고 1987년 도쿄 유학 후 일본 국적을 얻었다.
그는 "나는 한국도 100%, 중국도 100%, 일본도 100%다."라고 말을 이었다.

    입력 : 2018.02.02 07:23

    [World Wide Writer] 日언론이 주목하는 北 전문가, 리 소테츠 류코쿠大 교수
     

    김정일 전기: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
    레드우드|384쪽
    1만6000원


    평창올림픽 관련 남북 간 합의 내용이 속속 발표된 1월 셋째 주, 일본 언론은 앞다퉈 이 남자를 찾았다. NHK 등 뉴스에선 그의 인터뷰를 인용해 합의문 속보를 내보냈고, 아사히TV·후지 TV 등 주말 방송에선 토론 패널로 불러 심층 분석을 했다. 리 소테츠(李相哲·59) 류코쿠대학 사회학부 교수. 언론사를 전공했지만 북한 전문가로 더 유명하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베이징에서 대학을 마쳤고 1987년 도쿄 유학 후 일본 국적을 얻었다.

    리 교수는 2014년 12월부터 2년간 산케이신문에 '비록(秘錄) 김정일'을 연재했다. 김정일이야말로 북한 그 자체이며, 김정일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 없이 김정은 체제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말한다. 일반 전문가들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북한 내부 자료와 수많은 인터뷰를 토대로 구성해 흥미로운 대목이 많다. 책으로 묶인 연재물은 '김정일 전기: 김정은 체제 왜 붕괴되지 않는가'(레드우드)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지난달 18일 오전 오사카에서 JR 열차를 타고 50분을 달려 시가(滋賀)현 미나미쿠사쓰(南草津)역에 도착하니 그가 마중 나와 있었다. 연구실로 옮겨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의 휴대전화가 쉬지 않고 울렸다.

    일본 국적을 얻은 이유를 묻자 리 소테츠 교수가 웃었다. "나는 한국도 100%, 중국도 100%, 일본도 100%다. 연구자로선 가장 좋은 위치 아닐까." /허윤희 기자

    ―남북이 평창올림픽 공동 입장, 북한 응원단 파견, 북한 마식령 스키장 남북 공동 훈련 등을 합의했다. 이 흐름을 어떻게 보나.

    "한국이 개최하는 평창올림픽이 북한의 선전장이 돼가고 있다. 미녀 응원단이 또 온다는데, 한국인들은 2003년 김정일 사진 붙들고 '장군님이 비를 맞고 계시다'며 울던 그들의 실체를 이미 충분히 봤지 않나. 북한은 지금 한국을 갖고 놀고 있다. 한국 정부는 그걸 알면서도 끌려간다."

    -알면서도 끌려간다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결국 김정일 체제의 연명에 기여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공적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았으니 개인적으로는 밑진 장사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임 중 실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듯하다. 그의 책이나 발언을 종합해보면 대북 교류를 활성화하면 북한도 변하고, 경제교류를 확대하면 핵 문제도 해결되리란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게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북한이라는 나라의 세 가지 본질에 있다. 첫째는 힘. 그들은 총구에서 권력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힘이 그들의 존재 의미다. 그 힘의 원천인 핵을 어떻게 버리나. 둘째, 그들은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다. 김정일 시대인 1990년대에 북한 주민 300만 명이 죽었다. 북한 공식 발표는 60만 명인데 그렇게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한다. 셋째, 그들은 약속을 안 지킨다. 김일성이 빨치산 출신인데, 빨치산은 정규군하고는 절대 안 싸운다. 돌아다니다 가장 약한 고리를 만나면 치고 달아나고, 힘이 빠지면 얘기하자고 시간을 벌면서 뒤에서 전쟁을 준비한다. 지금 북한이 하는 짓과 똑같다."

    조선족 마을에서 평양 방송을 듣고 자란 그에게 북한은 너무 가까운 존재였다. 애초 연구 대상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 전환점이 된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이다. 그는 처음부터 햇볕정책에 회의적이었다고 했다. 그는 "햇볕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김 전 대통령 본인은 노벨상을 탔지만 나라의 운명을 책임지는 지도자로서는 실패했다"며 "북한의 본질은 하나도 안 변했다"고 말했다.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105주년인 2017년 4월 15일 오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경축 열병식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체제는 왜 붕괴되지 않나?

    "지금의 북한 체제를 만든 건 김정일이다. 김정일은 고등학교 때부터 정치에 참여했고, 1964년 대학 졸업 후엔 권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1982년이면 김일성은 이미 허수아비 상황이다. 독자적인 세습 왕조와 정교한 개인숭배, 선전 기술은 모두 김정일에 의해 구축됐다. 이렇게 만든 시스템이 아직 작동하는 거다."

    -언제까지 그 시스템이 작동할까?

    "지금은 괜찮지만 한계가 오면 툭 끊어질 거다. 소프트 랜딩은 없고 하드 랜딩, 즉 김정은 대에서 붕괴할 거라고 본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의 대북 기조를 조금만 더 유지했어도 무너지게 돼 있었다. 요즘 북한 간부들이 절망하고 있다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과거에는 중국과 비즈니스 하면서 간부들이 중간에서 가로채고 나머지를 상납했는데, 지금은 돈줄이 다 끊겨서 앞이 안 보인다는 거다. 최룡해가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됐다는 게 최근 공식 확인됐는데,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조직지도부장은 김일성 때는 동생 김영주, 김정일 때는 김정일 본인이 했고, 김정일 사후 2014년 4월까지는 김경희가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정·군 모든 권력기구를 사찰할 수 있는 핵심 자리다. 최룡해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갖게 된 거다. 북한 내부 절망이 큰 상황에서 최룡해가 나서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른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에 편입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하는 것은
    한국이 해양 세력으로부터 떨어져
    중국에 편입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 것이다.

    당장 5년, 10년에는
    결과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굉장히 우려된다.

    리 소테츠 교수

    -북한이 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있을까.

    "전혀. 사실 성공하려면 중국처럼 하면 된다. 덩샤오핑은 화교들 들어와서 마음대로 비즈니스 하라고 했다. 북한도 한국인들 들어와서 마음대로 비즈니스 하라고 하면 금세 좋아진다. 그렇지만 개방하면 자본주의 '균'이 들어가고, 체제가 무너지는데? 그런 개방은 절대 안 한다."

    -평창 이후에는 어떻게 전개될까.

    "문 대통령 신년회견에서 한국 기자들이 아무도 질문을 안 하더라. '평창올림픽 끝난 후에 한·미 군사훈련 합니까, 안 합니까' 물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아마 중지하고 싶을 거다. 노골적으로 중지하자고 하면 미국이 좋아하지 않을 테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하면서. 그럼 북한이 반발할 것이다. 미국이 북한 체제를 용납하거나 힘으로 해결하거나 두 가지 길이 있다. 이번에 캐나다 밴쿠버에서 미·일 등 각국 외교장관들이 해상 차단을 합의했다. 해상 차단이야말로 북한에 가장 큰 고통을 준다는 게 북한 내부에서 나오는 얘기다. 지금 북한은 물자를 거의 밀수로, 배를 통해 들여온다. 이 해상 차단 단계에서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리 교수는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친한) 대륙 국가였지만, 근대 이후 잘살게 된 건 미국·일본·유럽 등이 속한 해양 국가로 방향을 전환하면서부터였다"며 "그런데 지금 문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대륙 국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지금 한국을 우습게 보는 건 일본과 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과 가까워지면 한국을 두려워하게 돼 있다. 한·일이 힘을 합쳐 중국에 대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한국인들은 외교적 실리보다 감정이 앞선다. 문 대통령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에 편입되면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구상에는 참여하지 않겠다 하는 것은 한국이 해양 세력으로부터 떨어져 대륙, 정확히 중국에 편입되겠다는 방향을 보여준 것이다. 당장 5년, 10년에는 결과가 드러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굉장히 우려된다."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싼장(三江) 평야 북부의 시골 마을. 1930년대 경상도에서 집단으로 이주해온 농민들이 쌀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던 조선족 마을이다. 그곳에서 나고 자란 리 소테츠 교수는 경북 포항 출신인 아버지가 만주로 떠나지 않았다면 한국인 '이상철'이었을 것이다.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을 졸업하고 1987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조치(上智) 대학 대학원에서 신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왜 일본 국적을 얻었나 물었더니 그가 웃었다. "우리(조선족)는 원래부터 국적이 불분명하지 않나. 국적은 큰 의미가 없다. 그저 지구인일 뿐."

    지금도 북한에 친척이 있는 주민들에게서 이런저런 소식을 듣는다. 하지만 "첩보보다 더 중요한 건 공개된 정보를 가지고 퍼즐처럼 짜맞추는 것"이라고 했다. "모택동 어록을 암기하며 자랐기 때문에 사회주의 국가의 본질이 훤히 보인다"는 그는 "두 딸이 중국에서 자라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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