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 인간을 길들이러 거실에 들어오다

"철저한 영역동물인 고양이가 어쩌다 인간과 함께 살게 되었을까?"
평생 고양이와 함께 살아온 저자는 의문에 휩싸인다.
이 의문에서 시작된 책 속에는 고양이에 대한 흥미로운 팩트가 가득하다.

    입력 : 2018.01.26 07:18

    [Books]
     

    거실의 사자
    애비게일 터커 지음
    이다희 옮김ㅣ마티
    384쪽ㅣ1만6000원


    인간은 고양잇과 동물을 피하도록 진화해 왔다. 산모의 진통이 주로 한밤중에 시작하는 것은 사자가 먹이 활동을 하는 새벽이나 저녁 무렵을 피해 출산했던 시절의 흔적이다. 탁 트인 전망을 담은 18세기 풍경화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시야가 확보돼야 포식자의 접근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넋을 빼앗는 고양이의 귀여운 얼굴엔 오랜 시간 영장류를 잡아먹어 온 사자의 얼굴이 겹쳐 있다. 그 공포는 뿌리가 깊어서 지금도 인간의 20%는 고양이에 대한 본능적 거부감을 느낀다. 그렇다면 왜 전 세계 고양이 수가 6억 마리를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인간의 사랑을 더 받지 못해 안달하는 개보다 개체 수가 3배나 많은가. 미국애완동물용품협회 통계(2014~2015)에 따르면 미국의 애완고양이 수는 1억 마리에 육박한다.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저자가 풀어놓는 역사, 생물학, 유전공학 지식이 흥미롭다.

    개는 인간의 사랑을 받기 위해 극적인 신체 변화를 겪었다. 귀가 아래로 처지고 꼬리가 말려 올라간 것은 가축화의 명백한 특징이다. 반면 고양이는 귀를 빳빳이 세우고 다닌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인간과 타협한 흔적이 발견되는데, 대표적인 변화는 작아진 뇌의 크기다. 특히 공포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이 작아졌다. 이 변화가 인간에 대한 투쟁·도피 반응을 억누르고, 주인의 발목에 몸을 비비거나 얼굴을 핥는 서비스를 하게 했다.

    사자 갈기 모자를 쓴 고양이. 가축의 길을 택했지만 육식 동물의 본성은 버리지 않았다. /Getty images

    인간이 아는 모든 고양이는 펠리스 실베스트리스, 그 중에도 리비카(lybica) 아종에서 가지 쳐 나왔다. 약 1만2000년 전에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원한 비옥한 초승달 지대 어느 곳에서 인간의 영역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은 개와 소를 가축으로 선택했지만 고양이는 스스로 인간 영역에 들어와 가축이 됐다. 귀여운 얼굴에다 대범함까지 갖추고 인간에게 접근했다. 지금도 한겨울에 다른 동물들은 밖에서 추위에 떨 때, 같은 처지에 놓인 고양이는 인간이 사는 집 문을 두드리거나 길에서 만난 사람의 다리에 몸을 비비며 구조를 요청한다. 사자·호랑이·표범은 인간과 경쟁에서 패해 밀려났지만 고양이는 가축화의 길을 택함으로써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다.

    고양이는 배를 타고 탐험에 나선 인간의 훌륭한 동반자이기도 했다. 좁은 공간에 잘 적응했고, 배 안의 쥐를 잡아줬기 때문이다. 9500년 전부터 고양이는 인간과 함께 배를 탔다. 항해사들은 지금도 '고양이 앞발' 매듭을 만들고, 배 위의 좁은 통로를 캣워크(cat walk)라 부른다. 고양이는 청교도의 신대륙 이주에도, 대영제국의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의 남극 탐험 길도 동행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호주, 뉴질랜드, 사모아 등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

    1만2000년 전 가축化
    인간과 동행하며 번성
    개는 사람 따르지만
    고양이는 주인 길들여

    전 세계 6억 마리 넘어
    동그란 얼굴·큰 눈으로
    양육 본능 자극해

    자연 상태에서 고양이가 체중 1㎏을 지탱하려면 먹이동물 100㎏을 확보할 혼자만의 영역이 필요하다. 짝짓기할 때가 아니면 이성도 먹이 경쟁자일 뿐이다. 인간에게 곁을 주지 않고 쌀쌀맞은 것도 이런 본성 때문이다. 개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데 주로 쓰이지만, 고양이는 고문 등 나쁜 용도에 활용됐다. 중세에 살인범을 화형에 처할 때 고양이 열두 마리를 넣은 주머니에 넣고 함께 태워 사형수를 마구 할퀴게 했다. 요즘 고양이는 쥐잡기도 게을리한다. 음식 쓰레기가 남아돌면서 길고양이마저 쥐와 사이좋게 쓰레기더미를 뒤진다.

    이 모든 약점을 딛고 고양이가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외모에 있다. 고양이 얼굴은 '아기 해발인(解發因·baby releaser)'이라고 부를 만한 것들의 완벽한 조합이다. 아기 해발인이란, 인간 어른으로 하여금 기분이 좋아지는 옥시토신을 분비하게 하는 외모적 특징을 뜻한다. 동그란 얼굴, 통통한 볼, 큰 눈, 작은 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간의 고양이 사랑은 '양육 본능의 오발'인 셈이다.

    이 밖에도 책은 고양이에 대한 흥미로운 팩트로 가득하다. 개를 키우는 사람은 걷기운동을 할 확률이 보통사람보다 64% 높지만,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평균보다 9% 낮다. 개는 주인의 양말 냄새까지 좋아하지만, 고양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향수를 쓰지 못하게 할퀴거나 때림으로써 주인을 길들인다. 많은 고양이가 먹이를 줄 때만 주인을 주목한다. 고양이를 짝사랑하는 인간이 그 재미를 자주 맛보려고 먹이를 자주 주다 보니 오늘날 집에 사는 고양이 대부분은 비만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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