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일 동안 행복했던 칠면조가 1000일째에 맞은 운명은?

'블랙스완'은 과거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 행동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상징이다.
특히 저자는 단 하나의 예외가 기존의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 편집=한승미

    입력 : 2018.01.05 07:09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한 칠면조가 있었다. 나름대로 과학적 사고를 좋아하는 칠면조였다. 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분석해서 다음 날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것이 취미였으니까. 999일 동안의 기록과 관찰을 마친 칠면조가 친구들에게 말한다. "우리 삶의 목적은 배불리 먹고 뚱뚱해지는 거야. 여태껏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관찰한 결과, 주인은 매일 밥을 주고, 우리는 계속해서 살이 찌거든." 하지만 1000일째 되던 날은 바로 추수감사절이었고 칠면조들은 모두 예측하지 못한 죽음을 맞이한다.

    "비상구 앞이 물건들로 막혀 있는데 괜찮아요?" "걱정 마셔, 여태 한 번도 비상구 쓸 일이 없었다우." 전국의 수많은 스포츠센터나 찜질방 앞에서 이러한 대화는 몇 번이나 오고 갔을까. 손님들도 마찬가지다. "여기 주차금지 구역인데 차를 세워도 되나?" "괜찮아, 한 번도 걸려서 벌금 낸 적 없어." 큰 화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이 대화의 의미에 대해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을지 모른다.


    블랙스완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차익종 옮김|동녘사이언스
    548쪽|2만5000원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그의 책 '블랙스완'(동녘사이언스)에서 일어날 확률은 아주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오는 예외적 사건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삶의 불규칙성과 확률, 행운을 연구해 온 학자인 동시에 그러한 관심사를 실전에서 응용하고 있는 금융 투자전문가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은 유럽인들이 모든 백조가 희다고 생각했지만 17세기의 한 탐험가가 호주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했던 예에서 가져왔다.

    탈레브는 단 하나의 예외가 기존의 모든 상황을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블랙스완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2017년은 전 세계적으로 블랙스완의 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헌법 사상 초유의 탄핵 판결이 내려졌고, 미국에서는 예측 불가의 대통령이 취임했으며,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그의 책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늘 현재까지 누적된 정보들만 본다. 어제와 다름없이 오늘을 살고, 내일도 그다지 다르지 않으리라 믿으며. 그렇게 믿는 이유는 사실 우리 뇌의 농간이다. 우리의 뇌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내일 당장 죽을지라도 우리의 뇌는 오늘 사과나무를 심고 싶어 한다. 삶 속에서 규칙성을 찾고 그 안에서 안정을 느끼고자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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