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맹렬 독자 1000명이 답했습니다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전기·자서전은 무엇입니까?"
예스24 플래티넘 회원 935명이 이 질문에 답했다.
대표적인 '혁명가'로 손꼽히는 두 사람이 압도적인 1·2위를 차지했다.

    입력 : 2017.12.01 07:04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전기·자서전은?]
     

    1. 체 게바라 '체 게바라 평전'
    2. 스티브 잡스 '스티브 잡스'
    3. 김구 '백범일지'
    4. 헬렌 켈러 '헬렌 켈러'
    5. 노무현 '운명이다'

    '지금까지 읽은 최고의 전기·자서전은?'

    Books의 질문에 인터넷서점 예스24의 플래티넘 회원(분기별 30만원 이상 책 구입) 935명이 답했다. '혁명가' 두 사람이 단연 강세였다. 쿠바 공산 혁명의 주역 중 한 사람인 체 게바라의 일대기 '체 게바라 평전'이 74명의 선택을 받아 1위를 했다. "조각 같은 외모에 직업마저 의사였으니, 눈 질끈 감았으면 편하게 살았을 사람이라 더 인상적"이라는 평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킨 '스티브 잡스'(61명)가 2위를 차지했다. "불과 100년 전의 내 나라 상황을 생각하면 지금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는 평을 받은 독립운동가 김구의 백범일지(53명), 헬렌 켈러 자서전(44명), 노무현의 전 대통령의 '운명이다'(2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총 20위까지의 리스트는 조선닷컴(chosun. 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맹렬 독자는?

    이번에 설문에 참여한 예스24 플래티넘 회원 진입 기준은 최근 3개월간 예스24 순수 주문 금액이 30만원 이상. 출판계에서 '진성 독자'라고 부르는 맹렬 독서가다. 예스24의 플래티넘 회원은 남성 37%, 여성 63%이며 연령별로는 40대가 41%로 가장 많다.


    /일러스트=안병현

    혁명의 불꽃인가
    미완의 돈키호테인가

    체 게바라 평전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실천문학사
    715쪽|1만8000원

    지난달 50주기(周忌)를 맞은 체 게바라는 여전히 현역이다. 마흔도 되기 전 숨진 체의 인기는 변함없다. "영웅으로 죽거나, 오래 살아남아서 악당이 되거나." 영화 '다크나이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속 대사는 마치 공산주의 혁명가들을 겨냥한 것처럼 보인다. 75세에 사망한 스탈린, 83세에 사망한 마오쩌둥, 90세로 숨진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평가는 자국에서조차 엇갈린다.

    반면 아르헨티나 출신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1928~1967)는 서른아홉 살에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사로잡혀 사살됐다. 21세기까지도 여러 나라 시위대는 체 게바라라는 상징을 꺼내든다. 2011년 월가(街) 점령 운동 당시의 미국, 한때 아시아 자본주의의 상징이었던 홍콩의 2014년 우산혁명 때도 체 게바라의 초상을 담은 티셔츠가 인기였다. 그의 초상은 보드카 병(그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에서, 여성 속옷에서도 활약했다.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게릴라는 자본주의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숱한 관련 도서가 나왔지만, 구관이 명관. 1997년 프랑스 저널리스트 장 코르미에가 썼고 국내에는 2000년 번역된 '체 게바라 평전'이 여전히 가장 인기다. 평전은 삼국지연의처럼 읽힌다. 시작할 때의 82명 동지는 17명으로 줄어들었지만 혁명은 2년 만에 성공한다. 유비의 고단했던 입촉(入蜀)을 절로 떠오르게 한다.

    쿠바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체는 부모와 카스트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다시 한 번 나의 로시난테에게 박차를 가해야 할 때가 온 것을 느낀다"면서. 스스로를 돈키호테에 비유하면서 체 게바라는 남아메리카 볼리비아로 떠났다. 출사표를 던지며 한나라를 재건하겠다고 나섰던 제갈량처럼. 무장투쟁을 통해 남아메리카 등 주변부 국가들에 혁명정부를 세우고, 그 기세를 몰아 미국에서도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 체 게바라의 꿈이었다.

    그는 현실을 몰랐거나, 보려고 하지 않았다. 농지개혁이 이뤄진 볼리비아 농민들은 쿠바와 달리 게릴라에 적대적이었다. 외지인인 그가 주도적으로 게릴라전을 수행하기도 어려웠다. 체의 혁명 전략은 비상식적이었다. 핵(核)보유국 소련도 거부했던 미국과의 전면 대결을 주장했다. 패배는 필연적이었다. 그럼에도 체는 의대생 시절 오토바이를 타고 라틴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목격했던 민중의 삶을 상기하며 자신을 채찍질했다. "저는 예수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는 힘이 닿는 데까지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싸울 겁니다."

    다시 '다크나이트'의 대사로 돌아가자. 그는 오래 살아서 악당이 되기 전에 죽었다. 순수함으로, 약자에 대한 연민으로 그를 기억하는 이유다. 역사에 남을 '언더독(underdog·약팀)'이었으니, 반하지 않기가 더 힘들지 않았을까. 물론 살아남은 악당들이 그를 자본주의 패션의 아이콘으로 소비하는 아이러니와는 별도로.

    양지호 기자


    /일러스트=안병현
    '직관의 인간'
    미친 56년의 기록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민음사
    1108쪽|1만9800원

    인도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 큰 영향을 끼친 세 가지를 꼽자면, 이탈리아 디자인, 일본의 선불교, 그리고 인도에서 배운 직관이라 할 수 있다. 잡스는 1974년 19세 시절 인도를 여행했다.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깨달음의 경지를 추구하길 원했고, 7개월간의 여행을 통해 직관에는 대단히 강력한 힘이 있으며 이성적 사고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한다. 월터 아이작슨의 책, '스티브 잡스'는 '직관의 인간'이 살아온 56년에 관한 기록이다.

    1100쪽 분량의 이 책을 정독하는데 약 10시간이 소요되었다. 장거리 비행기 노선을 타지 않는 한, 이 정도 두께의 책을 일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꼭 읽기를 추천하는 부분은 1980년 매킨토시를 만들기 시작한 시점부터 1997년 애플에 극적으로 복귀하는 장면까지다. (이러면 300쪽 분량으로 줄어든다.) 잡스는 죽기 전 10여 년의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인 시기였다고 자평하는데, 이는 앞선 17년의 시간이 일과 인생에 대한 판단 기준을 구축하는 토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잡스는 자신의 내적 동기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정확히 이해하는 인간이었다.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가치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는 탁월한 제품을 만들면서 영속하는 회사를 창조하는 것이었다. 아내 로런 파월의 말에 따르면, 잡스에게는 인류의 진보와 인간의 손에 훌륭한 도구를 들려주는 일이 가족보다도 우선이었다. 그는 돈을 버는 것보다 대중의 삶을 변화시키는 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역사의 훈장을 원했고, 그래서 기업용 시장에서는 자신이 열정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원대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잡스에게 필요한 것은 팀이었다. "창의적인 사람 한 명보다는 체계를 갖춘 훌륭한 기업이 더 커다란 혁신을 일궈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는 강조한다. A급 팀원들은 A급 팀원하고만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배웠고, 그 때문에 팀을 탁월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자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는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영감을 심어주는 리더였다. "저는 저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와 함께 일하는 행운은 아무한테나 생기는 게 아니거든요"라는 팀원의 고백은 잡스에게 또 다른 훈장일 터이다.

    한 인간의 삶을 한 권의 책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또 다른 평전, '비커밍 스티브 잡스'에서 현 애플 CEO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잡스를 보여주는 방식이 부정적이고 편협하다며 불만을 표한다. 그러나 1997년 잡스가 복귀 후 만든 광고 속 이 문장만큼은 그의 짧은 생애를 요약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할 만큼 미친 사람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이다."

    박소령·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Books] 한국의 맹렬 독자 1000명이 답했습니다
    [Books] 3인 만장일치 추천은 '사피엔스'… 총 9권의 공동 리스트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