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맛'과 양고기 샤부샤부

바람 부는 추운 날씨에 얇게 썬 고기를 따뜻한 국물과
입맛 돋우는 소스에 푹 찍어 먹는 양고기 샤부샤부.
양고기 샤부샤부나 훠궈를 먹으면 마치 대단한 체력을 가진 듯한 착각이 든다.

  • 한은형 소설가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11.24 06:54

    [한은형의 탐식탐독]
     

    가쓰미 요이치의 '혁명의 맛'.

    "매운 것을 먹지 않으면 혁명을 할 수 없다." 마오쩌둥이 말했다. 충칭훠궈는 맵디매운 음식으로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내가 아는 충칭이란 '대몰락'한 보시라이가 충칭 당서기였다는 것 정돈데, 이 충칭이 그 충칭 맞는다. 충칭은 중경(重慶)이라 쓰고, 중경(그러니까 충칭)은 쓰촨에 있으며, 충칭에서는 훠궈 축제를 연다.

    훠궈 축제를 언제부터 했나 찾아보니 2008년인데, 보시라이가 충칭 당서기로 간 해다! 이에 나는 이 충칭훠궈 역시 보시라이가 강하게 추진했던 '충칭 모델'의 일부라고 추론, 기쁨에 찼다.

    가쓰미 요이치의 '혁명의 맛'을 읽고 난 후라 더 그랬다. 음식을 소재로 중국 근현대사를 넘나들며 풍속과 문화를 끄집어내고, 거기에
    자신의 경험담과 미식 체험을 더하는 책인데 저자의 이모저모가 아주 매력적이다. 문화혁명 초기부터 중국에 머물며 베이징 중앙문물연구소에서 미술품을 감정했다는, 뭔가 첩보물 주인공 같은 마음을 두근두근하게 하는 이력에 '문끼' 충만한 글빨이 더해지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이를테면 두께가 1㎝나 되는 강철 청룡도를 예리하게 간 듯한 선뜻한 느낌" "파의 단맛과 소스가 어우러진 해삼의 풍미가 느껴지는 과정에는 모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최고의 정점이 계산되어 있어" 이렇다!

    양고기 샤부샤부.

    매운 걸 먹으면 새로 태어나는 느낌을 받곤 하는 자로서 충칭훠궈에 끌리지 않을 수 없었는데, 더 혹한 건 솬양러우다. 양고기 샤부샤부. 소보다 양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특별한 방식으로 키운 신선한 양을, 종이보다 얇게 ‘절삭 장인’이 썬 그것을, 부위별로 먹을 생각을 하니 당장 베이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 먼지와 스모그도 이기겠다는 투지로.

    산개한 풍미가
    비강의 점막으로 달려드는 기분

    베이징의 솬양러우 명가는 정양루였고, 동래순이 1912년 문을 열며 그 명성이 넘어왔다고. 이 명가에서 양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에 삭힌 두부장, 부추꽃, 계수나무 껍질, 황주 등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을 돋우는 것들을 섞어 제조한다는 걸 읽는데, 산개한 풍미가 비강의 점막으로 달려드는 느낌이 들었다.

    양고기를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양고기를 먹으면 몸이 뜨거워진다. 겨울의 박력! 맛도 맛이고 냄새도 냄새지만, 이래서 양고기를 좋아해 왔다는 생각에 접어들자 이 솬양러우란 음식은 또 얼마나 피를 박동하게 할 것인지 정말이지 궁금해졌다. 여기서 양고기 샤부샤부나 훠궈를 먹어도 아주 건강하고 대단한 체력을 가진 '신인'이 된 듯 용기가 치솟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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