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와 술 한잔 그리고 인생 한입

라즈웰 호소키의 '술 한잔 인생 한입'은
영업맨 이와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술자리의 기운을 만화로 그렸다.
이와마가 꽁치와 맥주를 함께 먹는 부분을 보면 나도 어느새 꽁치를 굽고 있을지도 모른다.

  • 한은형 소설가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9.15 07:22

    [한은형의 탐식탐독]
     

    라즈웰 호소키 '술 한잔 인생 한입'

    책 술 한잔 인생 한입.

    일본 '문과 남자'가 쓴 글들을 좋아한다. 소설보다는 에세이, 에세이보다는 만화를. 그들의 것은 뭔가 다르다. 그걸 오타쿠 정신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덕력'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유미주의와 집요함, 변태스러움과 쩨쩨함, 소심함과 이상한 호방함이 크로스오버되며 뭐라 말할 수 없이 귀여운 결과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라즈웰 호소키의 '술 한잔 인생 한입'은 그런 만화다. 책을 펼치자마자 있는 작가 소개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을 받을 수 있다. 라즈웰 호소키라는 일본 사람답지 않은 필명의 정체에 대해 밝혀놨는데, 유명한 트롬본 연주자 라즈웰 러드와 아르바이트했던 출판사에서 도움을 줬던 호소키 선배로부터 이름을 따왔다는 것이다. 호감은 서문을 읽다 증폭됐다. 이런 문장을 보시라. "술이란 마실 때도 신이 나지만, 역시 '자, 그럼 마셔볼까'하고 마시기 바로 직전에 가장 흥이 나는 법이다." "술을 마신다 함은 결국 술을 마실 때 느끼는 그 '기분'을 맛보는 것이 아닐까?" 맞다! 그렇다! 당신 말이 무조건 옳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분'이란 술이나 술자리가 내뿜는 '기(氣)'라고 정의하는 이분은 술을 마시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기'를 마시는 거라 주장한다. 그러고는 그 술자리의 '기'를 만화로 그렸다. 영업맨 이와마 소다쓰가 주인공인 이 만화는 한국에서 2011년 출간되기 시작해 현재 38권까지 나왔다(전권에는 술과 안주가 그득). 놀랍게도 전권이 품절 한 권 없이 팔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사랑받고 있다는 거다. 내가 다 뿌듯한 기분이다.

    1권에 있는 '꽁치의 마음'을 소개한다. 가을이니까. 한국에서 가을 생선은 전어지만, 일본에서는 꽁치(秋刀魚)다. 이와마의 꽁치 먹는 법은 이렇다. 꽁치에 스다치(일본 초귤)를 살짝 뿌리고, 간 무에 간장을 뿌린다. 그걸 꽁치 살에 얹어 먹는다. 맥주와 함께. 다음엔 내장이다. 내장을 먹고 곧바로 사케를 꿀꺽. 사케가 반쯤 남으면 꽁치 뼈를 가른다(뒤집으면 안 된다), 껍질과 뱃기름을 내장에 문질러 먹는다. 이 부분에서 작가는 '먹는다!'라고 세 번 적고, 꽁치를 먹는 이와마의 황홀한 표정을 세 번 그린다.

    꽁치 내장의 맛을 알게 되었을 때 이 부분을 읽고는 무릎을 쳤다. 내장을 즐길 방법이 늘었으니까. 작가는 후기에서 내장이랑 껍질을 남기는 사람이랑은 같이 안 마신다고 적고 있는데, 나는 그럴수록 대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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