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진짜 문제는 착용 시간일 수도"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릴리안 생리대 사태에 대해
공신력 있는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생리대에 있는 VOCs보다 장시간 착용 시간이 문제라고 하는 그의 의견을 들어보자.

    입력 : 2017.09.12 07:02

    [인터뷰: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의 '일회용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시험'에 대해 "공신력 있는 연구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여성들이 호소하는 부작용은 생리대에 있는 VOCs(휘발성유기화합물) 때문이라기보다 흡수성 좋은 생리대를 장시간 착용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

    ㅡ김만구 교수의 검출시험 결과를 봤나.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시험 방법에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밀폐된 유리통에 생리대를 넣고 온도를 높여서 휘발성 성분을 빠져나가게 한 후 양을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안다. 이 경우 방법상 문제가 있다. 구조상 일회용 생리대의 접착제 부분은 인체에 해를 가할 확률이 낮다. 방수필름을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구는 접착제에 포함된 독성물질까지 전부 대상으로 했다. 생리대 외부의 접착제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 VOCs가 없는 접착제는 거의 없다."

    ㅡ접착제 성분이 생리혈에 녹아 피부에 닿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
    "구조상 접착제 성분이 방수막을 통과할 수는 없다."

    ㅡ접착제뿐 아니라 향 성분에서도 VOCs가 나올 수 있나.
    "거의 모든 생리대 포장에는 VOCs가 없다고 돼 있고, 식약처 고시방법으로 실험했다고 써 있다. 만약에 들어갔다면 비의도적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이 시험 결과를 보면 같은 제품에 따른 결과의 오차범위가 크다. 이 경우 두 가지다. 제조사의 품질관리가 문제이거나 시험과정이 문제이거나."

    ㅡ만약 이 교수가 이 검출시험을 의뢰받았다면 어떤 방법을 쓰겠나.
    "이렇게 설명하겠다. 화학에서는 '분석'이라고 한다. 분석을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분석기계와 직원. 기계의 성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고, 훈련된 직원이 있어야 한다. 분석결과가 인정받으려면 실험실의 분석능력을 공인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대학실험실은 공인을 받지 않는다."

    ㅡ대학교수가 진행한 시험 결과가 종종 발표되는데.
    "식약처의 실험은 법으로 고시되고, 법에 따라 그 실험 결과가 인정받는다. 대학교수가 실험실 결과를 인정받으려면 논문을 내야 한다. 그래야 학술적으로 인정받는다. 이 실험 관련 논문은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논문 없이 결과를 발표한 황우석 교수가 과학계에 던진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2017년 8월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여성환경연대가 릴리안 생리대의 부작용 제보 결과 보고와 일회용 생리대의 안전성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련성 객원기자

    ㅡ논문 발표 전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 안 되나.
    "실험한 교수는 자신이 한 최초의 연구를 알릴 수는 있다. 휘슬 블로잉(Whistle Blowing)이라고 한다. 식약처가 전달받았으면 제대로 확인했어야 했다. 이제야 하겠다고 하니 늑장 대처다. 이 자료는 개연성을 이야기한 것이지 공신력을 얻을 만한 근거는 없다."

    ㅡ릴리안과 이로 인한 부작용과의 인과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나.
    "릴리안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리대 전반의 문제로 말하겠다. 이번에 생리대 사태를 거치면서 중요한 발견을 했다. 주변 여성들에게 일회용 생리대 평균 착용시간에 대해 물어봤다. 6시간이라는 답이 많았다. 놀랐다. 이렇게 길지 몰랐다. 길면 무슨 일이 생길까. 1980년대에 릴라이 탐폰 사건이 있었다. 탐폰이 수분흡수력이 좋아서 장시간 착용이 가능했다. 그랬더니 포도상구균이 증식하더라. 그 세균 때문에 독성쇼크증후군(TSS)이 생겨 사망자까지 발생했다. 만약 일회용 생리대 때문에 부작용을 겪었다면 장시간 착용으로 인한 부작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ㅡ면 생리대 사용 후 부작용이 크게 줄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사용시간이 달라졌을 것이다. 면 생리대는 흡수성에서 한계가 있으니 6시간 착용이 어렵다. 영유아 기저귀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장시간 사용하면 문제가 생긴다. 소변이나 분비물이 묻은 채 습도와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6시간을 견디는 것은 비위생적이다. 권장사용시간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ㅡ부작용을 호소하는 여성들의 사례가 줄을 잇는데,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식약처뿐 아니라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는 에피데믹(epidemic·유행성 전염병, 현상의 급속한 확산)으로 봐야 한다. 사회적으로 급속하게 확산되는 질병의 경우 역학조사를 하게 돼 있다. 지금은 VOCs로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역학조사를 통해 환자들이 있느냐 없느냐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이고, 가장 중요하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73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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