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노예들의 소울푸드 '치킨'

국내 요식업계의 대들보인 '치킨'.
이 치킨은 흑인 노예들의 음식이었다.
치킨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굶주린 배를 달래주었던 흑인들의 소울푸드였다.

  • 한은형 소설가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9.08 07:03

    [한은형의 탐식 탐독]
     

    책 '차별받은 식탁'.

    ‘세계 뒷골목의 소울푸드 견문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소울푸드를 영영 오해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소울푸드가 ‘그때 그 시절, 엄마의 음식’이라거나 ‘영혼을 적시는’ 유의 다분히 주관적인 음식이라고 생각해왔다. 또한, 패스트푸드와는 거리가 먼 ‘슬로푸드’일 거라고도.

    이 책의 저자는 소울푸드는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한다. 소울푸드는 미국 흑인들의 음식이다. 흑인들의 음악을 ‘소울뮤직’이라고 하는 것처럼 흑인들의 음식에도 ‘소울푸드’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우에하라 요시히로가 쓴 ‘차별받은 식탁’(어크로스刊)이다. 저자는 일본의 최하층 신분이 살던 ‘부락’ 출신으로, 세계의 ‘부락’들을 여행하며 차별받은 사람들의 음식을 맛보고, 그걸 ‘소울푸드’라고 명명, 한 권의 책으로 써냈다.

    흑인 노예들이 많았던 미국의 멤피스와 뉴올리언스 등을 시작으로 브라질로 건너가 카포에이라(흑인 노예들이 만든 무용과 격투기를 합쳐 놓은 춤이라고)를 추는 사람들을 만나고, 불가리아로 가서 고슴도치 요리를 먹는 로마(집시)들과 함께 고슴도치를 먹는다. 그러니까 이건 탐식이나 미식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책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문장을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버지니아 프라이드 치킨./ 조선DB

    “이렇게 세계 곳곳의 차별받은 이들을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들떴다.” 들떴다. 들떴다. 들떴다. 나는 이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그리고 나 역시 들뜬 마음으로 “이들의 음식을 찾아가는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는, 저자를 좇으며 그가 먹는 음식들이 먹고 싶어졌다. 고슴도치 요리를 빼고는.

    백인 농장주는
    닭의 날개, 발, 목 등 버려…
    노예들은 이것을 튀겨 먹었다

    소울푸드 중 가장 의외였던 것은, 프라이드치킨. 한국 요식업계의 대들보 ‘프라이드치킨’이 흑인 노예들의 음식이라니! 프라이드치킨의 탄생 설화는 이렇다. 백인 농장주는 뼈가 많은 부위인 날개, 발, 목 등을 버렸고, 노예들은 이 ‘쓰레기’를 튀겨 먹었다. 튀기는 게 굽는 것보다 간편한 데다 배도 더 든든하게 하니까. 노예들은 뼈도 먹을 수 있도록 바짝 튀겼다.

    프라이드치킨 중에 좋아하는 부위가 날개다. 어릴 때는 목을 정말이지 좋아했다. 살코기보다는 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 등의 ‘뼈 부속’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농장주들은 똥집도 쓰레기 취급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야기가 성립한다. 최근에 똥집튀김을 기가 막히게 하는 집을 알게 되었고, 거기 빠졌기 때문이다. 날아갈 듯 바삭한 튀김옷과 탄성이 끝내주는 똥집이 어울려… 나는 똥집튀김 역시 소울푸드라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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