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트 가방, 소화기 불판… 폐기물의 변신

카시트로 가방을 만들고, 소방호스로 지갑을 만드는 등
버려지는 옷이나 가구를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 시킨다.
새활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이달 '서울새활용플라자'를 개관한다.

    입력 : 2017.10.08 10:03

    [재활용에서 '새활용'으로]
     

    자동차산업 관련 학위 논문을 준비하던 최이현(36)씨는 "전기차 등장으로 배기가스 문제는 점점 해결되겠지만, 자동차 시트나 안전벨트 등 폐기물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의문을 품었다. 실제 자동차를 폐차해도 금속 부분은 재활용이 되지만, 비금속 부품은 대부분 폐기물이 된다. 이런 현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최씨는 지난해부터 카시트 가죽 부분과 안전벨트 등을 활용해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폐품을 활용하니 원단 값이 일반 가방 3분의 1로 줄었다"면서 "카시트는 방습 기능이 우수한 고급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카시트로 가방을 만들면 소비자들도 고급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이젠니(32)씨는 팔았던 옷을 수선하다가 "버리는 옷의 천을 이용해 가방이나 잡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뒤 실제 옷으로 사용한 천을 가방이나 잡화로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씨는 "같은 소재와 디자인이라도 동일한 패턴이 없어 '나만의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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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문을 여는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생산·판매 예정인 폐차량의 카시트와 안전벨트를 활용해 만든 가방. /서울디자인재단

    '재활용'에서 '새활용'…참신한 디자인으로 고가(高價)에 팔려

    버려지는 옷이나 가구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새활용(업사이클링·Up-cycling) 산업'이 점점 커지고 있다. 폐기물을 플라스틱이나 종이·알루미늄 등 원료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는 재활용(리사이클링·Re-cycling)과 달리 새활용은 이를 다른 용도 물건으로 재창조하는 것을 뜻한다. 2000년대 중반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버려지는 물건을 활용해 출시한 제품이 인기를 끌면서부터 새활용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새활용 업체는 스위스의 '프라이탁(Freitag)'. 차량용 방수천막으로 가방을 만들면서 유럽 20~30대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명품 반열에 올랐다.

    국내에도 2010년 이후 새활용 업체가 하나둘 등장했다. '하이사이클'은 2014년 수입 생두 자루를 가지고 가방, 컵받침 등 생활용품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적기업 '터치포굿'은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때 후보들 현수막을 수거해 가방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4년 새활용 브랜드 '래코드'를 선보이고 군용 폐기물인 텐트·낙하산 등을 활용해 패션 제품을 내놓기도 한다.

    버리는 청바지를 이용해 만든 가방(왼쪽), 폐 소방호스를 이용해 만든 지갑(오른쪽). /서울디자인재단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지난 대선 때 각 후보 현수막 제작 비용은 35억원. 선거가 끝난 후 모두 폐기물이 됐지만 이를 잘 활용하면 자원 절약은 물론, 부가가치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폐현수막·텐트를 원단으로 사용
    일부러 독특한 흠집 남기기도

    '나만의 제품' 찾는 소비자에 인기

    새활용 상품은 폐기물을 활용해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일반 상품보다 원재료비가 적게 드는 편이다. 반대로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비싼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스위스 프라이탁은 '흠집도 스토리로 살린다'는 콘셉트로 5년 이상 쓰다 버린 트럭 방수포를 기증받아 흠집을 놔둔 채 가방으로 만들지만, 오히려 참신하고 새롭다는 반응이 많아 30만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다"고 전했다.

    국내 업체인 '파이어마커스'는 폐소방호스로 가방이나 지갑을 만든다. 부친이 소방관인 이 업체 대표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폐소방용품을 접하며 이를 '소방관들의 애환이 담긴 상품'으로 스토리텔링을 한 것이다.

    이미 사용한 폐소화기를 반으로 절개해 만든 ‘새활용’ 전기 그릴. 독일 작가가 만든 이 그릴은 호스 끝에 설치된 콘센트를 통해 전기를 공급받는다. /upcycleDZINE 홈페이지

    서울새활용플라자 이달 개관… "세계 최대 규모"

    서울시에서만 하루 쓰레기 4만t
    재활용률 높지만 제품화는 낮아

    세계최대 새활용플라자 5일 개관
    "수거·가공·판매 한곳에서 해결"

    새활용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서울시는 오는 5일 서울 성동구에 세계 최대 규모 새활용 문화공간 '서울새활용플라자'를 개관한다. 서울디자인재단 측은 "소재 취합부터 제작·판매까지 새활용의 전체 공정을 한 공간에서 보여주는 곳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설명했다.서울시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중 새로 활용될 수 있는 폐기물들이 트럭에 실려 서울새활용플라자 지하 2층으로 온다. 반입된 폐기물은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분류되고, 새활용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20종 소재들은 1층 '새활용소재은행'에 모인다. 이 소재로 제품을 만드는 공방과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도 입점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의 하루 폐기물은 평균 4만2000t에 이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재활용률은 66% 수준으로 뉴욕(26%), 런던(25%), 파리(35%), 도쿄(18%)보다 월등히 높지만, 재활용 제품화 비율은 선진국 도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새활용플라자를 통해 제품화 비율을 끌어올리고 시민들 관심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家電, 인테리어가 되다
    오래된 나무로 거실서 리조트 기분 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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