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오바마·저커버그 "우리가 함께 추천합니다"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책.
인간의 폭력성부터 가난한 국가의 존재 이유까지
문명사와 정치, 경제를 오가며 알아보자.

  • 장대익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9.01 06:55

    [Books]
     

    빌 게이츠(62)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버락 오바마(56) 전 미국 대통령, 그리고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33). 세 사람의 공통점은 탐욕스러운 독서가이자, 끊임없이 추천 리스트를 발표한다는 점이다. 조선일보 Books는 이 세계적 독서 멘토의 ‘공통 리스트’에 주목했다. 세 명이 모두 추천한 책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Books가 반복해서 소개하고 강조했던 책이기도 하다. 두 명이 추천한 책은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와 제임스 로빈슨 등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등 9권. 서울대 박지향·장대익 교수의 서평 등으로 이 ‘독서 리스트’를 소개한다.

    ▶[관련기사] 3인 만장일치 추천은 '사피엔스'… 총 9권의 공동 리스트




    "당신의 편견과 달리 인류사에서 폭력은 줄었다"

    책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1408쪽|6만원

    “침팬지와 인간 중에 누가 더 폭력적일까요?” 2001년 가을 한국을 방문 중인 침팬지 연구의 ‘대모’ 제인 구달 선생님께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녀의 단호한 대답은 아직도 생생하다. “침팬지가 총 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살상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내 주변에는 정반대로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다. 과연 그럴까?

    이 시대 최고의 심리학자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핑커는 이 통념에 도전했고, 무려 1400쪽짜리의 책으로 우리를 설득하고 있다. 동서양의 전쟁 역사, 정치 체제의 변화 그리고 심리의 진화를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역작이다. 하지만 자세한 디테일에 주눅 들 필요는 없다. 핵심은 의외로 담백하다. 모든 단어와 문장이 하나의 명제를 향하고 있다. ‘인간의 폭력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전쟁, 내전, 인종 청소, 테러, 폭행, 학대, 차별 등으로 점철된 현대 사회 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말을 버젓이 할 수 있단 말인가?

    존 싱글턴 코플리가 그린 ‘1781년 1월 6일 페어슨 소령의 죽음’(1783). 영국령 저지 군도로 침입한 프랑스군과 싸우다 사망한 영국 장교를 병사들이 나르는 모습이다. 하라리는 “이 그림은 관람객에게 당신들은 전쟁을 알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고 선언한다”고 썼다. /위키피디아커먼스

    저자는 항변한다. 역사 속에서 대표적 분쟁들을 선정한 후 인구 10만명당 폭력에 의한 희생자 수가 얼마였는지를 계산해보라는 것. 그렇게 환산해보면 오히려 폭력은 점점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폭력이 증가했다는 일반적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크고 작은 분쟁과 테러를 연일 생중계하다시피 하고 있는 CNN(각종 미디어) 탓이란 말인가? 핑커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게다가 과거보다 현재에 대한 느낌이 더 생생하기 때문에 이런 착시 현상은 더욱 증폭된다는 것이다.

    한갓 똥개가 또 하나의 가족으로 격상된 역사를 돌이켜보자. 30년 전쯤만 해도 그것들은 감히 공감의 대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개의 손자들이 받고 있는 처우는 전혀 다르다. 이번 여름에도 그 강아지님들 때문에 휴가 일수를 줄여야 하지 않았는가? 데려가자니 불편하고 놓고 가자니 불쌍하고. 지난 반세기 동안 적어도 다른 동물들에 대한 인간의 공감력은 실제로 증가했다. 저자는 이런 공감력의 증진과 사회적 계약의 탄생, 그리고 이성의 발현이 폭력 감소의 주요 동인이라고 분석한다.

    여전히 에덴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 옛날이 더 좋았고, 우리는 점점 더 이탈하고 있다고. 이 책은 이런 에덴주의자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그리고 진화된 감성과 이성으로 현실을 돌파하라고 격려하고 있다. 패배 의식과 비관주의에 빠지기 쉬운 지금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시켜주는 청량제다.



    "착취적 정치 체제는 반드시 실패… 中 시진핑 새겨듣길"

    책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스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지음
    최완규 옮김|시공사
    704쪽|2만5000원

    지구상에 널려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재산을 희사하고 있는 빌 게이츠와 마크 저커버그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찾은 이유는 명백하다. 이 책은 ‘왜 지구상의 많은 나라가 아직도 가난한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때문이다.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은 동서양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역사적 지식을 겸비한 사회과학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들의 결론은 한마디로 정치가 잘못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데에는 경제제도가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그 나라가 어떤 경제제도를 갖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제도다. 국가가 실패하는 이유는 권력을 쥔 엘리트가 의도적으로 빈곤을 조장하는 정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몇몇 나라들은 어떻게 잘살게 되었을까? 저자가 모범으로 제시하는 나라는 영국이다. 영국은 자의적 통치를 하던 왕을 쫓아낸 명예혁명(1688) 후 국민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는 포용적 정치제도를 확립했다. 포용적 정치권력은 법치를 확립하고 사유재산권과 계약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실시함으로써 사람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재능을 발휘하고 부를 추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애스모글루와 로빈슨은 정치와 경제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하면서 제도를 번영의 결정적 요인으로 간주한다.

    1808년경 영국 하원의 모습을 그린 그림. 영국 의회에는 17세기 무렵부터 정당들이 등장해 의회민주주의의 토대를 닦았다. /위키미디어

    이 책에는 한국도 몇 차례 등장한다. 우선 오늘날의 남북한은 제도가 중요하다는 저자들의 명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역사와 문화가 동일한 민족이면서 상이한 제도 때문에 그처럼 극심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착취적 정치체제가 포용적 정치체제로 바뀐 성공의 예로도 언급되는데, 그 덕분에 군사독재하에서 추진된 경제성장이 지속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착취적 체제는 잠시 경제성장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체제하에서 성장은 계속될 수 없고 포용적 체제로 바뀌어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시진핑과 중국 지도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문제는 이 책이 착취적 정치를 포용적 정치로 바꾸는 해법을 딱히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제도를 너무 강조하는 것도 문제인데,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인간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왜 수많은 사람이 아직도 가난에 허덕이는지를 간단하고 명쾌하게 분석한 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books] "이청준·쿤데라는 즐기지만 하루키는…"
    [books] '윤리적 소비'라고 하면 덜 불편한가요?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