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디젤 엔진의 시대

디젤 엔진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강조되며
디젤 엔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최근 자동차 업체들은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입력 : 2017.08.31 07:27

    [Auto]
     

    '추락하는 디젤 차량엔 후진 기어가 없다.'

    지난 7일 영국 가디언 인터넷판에 환경단체 ICCT(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 소속 애넙 반디바데카(Bandivadekar) 활동가가 쓴 글 하나가 화제를 불렀다. 그는 "2년 전 폴크스바겐 디젤 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건이 터졌을 때만 해도 디젤 자동차의 종말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자신감 있게 '디젤은 죽지 않는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이제 보니 틀렸다"고 고백했다.

    디젤 엔진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동안 디젤 차량은 힘이 좋고 연료 효율이 좋아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디젤 엔진이 내뿜는 배출가스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강조되며 세계 각국은 디젤 차량의 판매를 점차 금지하고 있다. 또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벤츠, BMW 등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 차량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잇따라 휩싸이며 디젤 엔진 자체가 신뢰를 잃어가는 모양새다.

    독일차 업체, 배기가스 조작 의혹으로 디젤 신뢰도 하락

    디젤차 위기는 지난달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비밀담합 의혹을 폭로하면서 재점화됐다. 2015년 조작이 드러난 아우디, 폴크스바겐 외에도 포르셰, BMW, 다임러 등이 디젤차 배출가스 처리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1990년대부터 비밀리에 담합했다고 보도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디젤 차량에서는 배출가스 시험 시에만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조작 장치가 확인됐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 신뢰성엔 금이 갔다.

    독일 정부는 지난 2일 폴크스바겐·다임러·BMW 등 독일차 3사 최고경영자를 한자리에 모아 디젤차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1일 "디젤과 휘발유 차량의 신규 판매 중단 방침을 밝힌 다른 나라의 접근법은 옳다"며 자동차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사태는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독일의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독일 자동차 업체들에 투자를 잇따라 금지하고 있다. 독일의 3위 자산운용사 유니온 인베스트먼트는 이달부터 사내 지속가능 펀드의 자금을 다임러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했다.

    신뢰도 하락에 처하자 독일차 업체들은 자체 무상 수리에 들어갔다. 독일 다임러 그룹은 유럽에 판매한 벤츠 디젤 차량 300만대에 대해 자발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주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11만대를 무상 수리해주기로 했다. 독일자동차공업협회도 "디젤차의 유해가스 배출 저감을 위해 500만대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장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뢰 하락이 판매량 감소 불러

    디젤 엔진에 대한 신뢰 하락은 판매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디젤 엔진의 종주국'인 유럽에서의 디젤 승용차 인기는 시들해지고 있다. 벨기에 자동차·사이클 연맹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벨기에에서 판매된 신차 중 가솔린 차량은 48.5%, 디젤 차량이 46.5%를 차지했다. 가솔린 차량 판매가 디젤차를 앞지른 건 2011년 이후 6년 만이다. 이러한 추세는 서유럽 전체로 확산 중이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가 서유럽 15개국의 작년 디젤 승용차 비중을 집계한 결과, 49.9%를 기록했다. 디젤차 비중은 2011년 56.1%로 정점을 찍은 후 지속 하락 추세다.

    힘 좋고 연료 효율 높아 인기…
    배기가스 조작으로 몰락의 길

    1990년대부터 비밀 담합 드러나
    독일 자동차 신뢰성 치명타
    투자 끊기고 판매량 감소 불러

    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車가 속속 자리 메워

    국내도 마찬가지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올 1~7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6만6982대로 전체 판매량 중 점유율이 49.3%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작년까지만 해도 전체 수입차 중 디젤차 점유율은 63%를 넘었다.

    해외 각국도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작년 12월 파리와 마드리드 등 4개 유럽 도시는 2025년부터 디젤차의 시내 진입 금지를 추진하기로 정했고, 올 6월 BMW 본사가 있는 독일 뮌헨도 시내에서 디젤차 주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프랑스와 영국 정부가 2040년부터 디젤차와 가솔린차의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우리나라도 2030년부터 디젤차의 시내 주행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이 나왔지만 아직 현실화되고 있지는 않다"며 "디젤차의 전 세계적 하락세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 엔진을 벗어나 친환경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2030년에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가 가솔린·디젤 등 전통 내연기관차보다 수요가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볼보는 2019년부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차량만 출시하기로 결정했고, 폴크스바겐도 10년 내에 30차종 이상의 전기차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일본의 도요타도 마쓰다와 손잡고 16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공장을 미국에 세우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도 2020년까지 친환경차를 31종 출시할 계획이다.

    '달리는 사무실' 미니밴은 변신 중
    '전환(電換) 시대' 車가 바뀐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