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오웰·마르크스… 이들은 모두 기자였다

'노인과 바다' 로 유명한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기자였다.
또한 마크 트웨인, 조지 오웰 등도 시대를 고발한 소설가이자 기자였다.
그들은 소설로, 기사로 세상을 바꾼 '고발자' 들인 것이다.

    입력 : 2017.08.25 07:07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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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니스트 헤밍웨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영진 엮고 옮김
    한빛비즈|256쪽|1만6000원



    “파시스트 독재자께서 어느 날 언론사 취재를 받겠다고 발표했다. 기자들이 모두 모였다. 무솔리니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까치발로 무솔리니의 등 뒤로 걸어가 그가 그렇게 관심을 두고 있는 책이 뭔지 확인해봤다. 위아래가 뒤집힌 영불(英佛) 사전이었다.”(토론토 데일리 스타·1923년 1월 27일)

    풍자소설 같지만 엄연한 기사다.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 같은 작품이 먼저 떠오르지만,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기자였다. 무솔리니와 대면 인터뷰를 했고, 스페인내전, 2차대전 당시에는 현장에서 기사를 썼다. 그가 작성한 기사와 칼럼은 약 25년에 걸쳐 400여 편에 이른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왼쪽)가 스페인내전 당시 독재자 프랑코와 맞서 싸웠던 아라곤 전선의 공화파를 취재하고 있다. 그는 소설가이기 전에 기자였다. /한빛비즈

    “아는 것만 써야 한다.” 대문호는 좋은 글을 쓰는 법을 묻는 이들에게 답했다. 좋은 소설 쓰는 법도 마찬가지. “경험이 많을수록 더 진실에 가깝게 상상할 수 있다.” 헤밍웨이는 1차대전 당시 적십자 운전병으로 6개월 동안 참전했고 총상을 입었다. 스페인내전에서는 무수한 시신을 봤고, 그리스-터키 전쟁 당시 아드리아노플(현 에디르네)에서는 30㎞를 늘어선 피난민 행렬을 보도했다. ‘기자정신’으로 똘똘 뭉쳐 있던 셈이다.

    대문호 헤밍웨이
    “아는 것만 써야 한다”

    25년 동안 400편 작성
    스페인 등 戰場만 누벼

    기자 헤밍웨이는 소설보다 직설적으로 반전(反戰), 반(反)독재 같은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현대전에서는 당신의 죽음이 아름답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 당신은 그저 개죽음을 맞을 뿐이다. 머리에 총을 맞으면 빠르고 깔끔하게.” “독재자가 언론을 손에 넣은 나라의 신문은 매일 희소식으로 가득하다. 정부 덕분에 얼마나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빼곡하게 보도한다.” 아프리카에서 부상한 이탈리아 병사들의 운명이 어떤지. 맹금류 수백 마리가 아직 살아 있는 병사의 눈알과 콩팥을 파먹는 이야기를, 헤밍웨이는 냉소적인 필치로 서술한다. 그리고 전쟁과 독재자를 맹폭(猛爆)한다.

    가장 사실에 가까운(the truest) 문장부터 써야 한다는 헤밍웨이의 소설 작법은 기사와 소설의 지향점이 다르지 않음을 대변한다. 기자는 기사로 소설가는 소설로, 아름답지만은 않은 세상을 고발하는 셈이다.

    엮은이가 ‘더 저널리스트’ 후속편으로 준비하고 있는 ‘조지 오웰’과 ‘카를 마르크스’ 역시 비슷하다. 이들은 시대를 고발한 소설가와 사상가, 동시에 기자였다. 마르크스는 미국 일간지 뉴욕 데일리 트리뷴에 런던 특파원 신분으로 기사 수백 편을 송고했다. 오웰은 스페인 내전에 대한 분노가 ‘카탈로니아 찬가’를 쓴 원동력이라고 했다.

    헤밍웨이가 쓴 ‘유럽 최대의 허풍쟁이, 무솔리니’. /한빛비즈

    2011년 작고한 영국 언론인·작가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말은 다음과 같다. “에밀 졸라도, 찰스 디킨스도 기자였다. 마크 트웨인, 조지 오웰은 최고의 기자다.” 헤밍웨이, 오웰, 마르크스는 세상을 바꾼 ‘고발자’들인 것이다.

    책은 기자 헤밍웨이의 미번역 기사와 논픽션 기고문 20여 편을 모아 소개했다. 18세 새내기 기자였던 그가 ‘캔자스 시티 스타’에서 처음 썼던 사회면 기사부터, 30대 후반 북미신문연합 통신원 신분으로 스페인내전 현장에서 쓴 글 등이다.

    소설보다 소설 같은 기사 작법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20대 헤밍웨이가 쓴 ‘용기의 값은 얼마인가’가 인상적. 1차대전 종전 이후 캐나다에서 귀향 군인들이 전당포에 무공훈장을 줄지어 맡기고 급전을 당겨 쓰던 세태를 취재했다. 당시 훈장은 중고 정강이 보호대만도, 고장 난 알람시계보다도 값어치가 떨어졌다는 취재 내용을 단편소설처럼 구성했다. 훈장 3점을 3달러에 넘기겠다던 전당포 주인이 나중에는 1달러에 떨이로 모두 넘기겠다고 애걸하는 모습이 익살스러우면서도 스산하다. “용기의 시가(時價)는 그래서 아직 ‘미정’이다.” 헤밍웨이가 기사를 마무리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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