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CEO 글로벌 경쟁력 충분…과소평가하지 말라"

한국에는 성공한 CEO를 꿈꾸는 많은 청년 창업가가 있다.
이들에게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은 "시야를 넓히라"고 말한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의 CEO'에 대해 들어 보자.

    입력 : 2017.10.07 08:45

    [interview]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 원장
     

    김경준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쌍용투자증권, 딜로이트 컨설팅 전략운영그룹 대표,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 저서 ‘사장이라면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등


    “리더는 고귀한 이상 추구하되 냉혹한 현실도 다뤄야 한국 CEO 글로벌 경쟁력 충분… 청년도 잠재력 풍부”

    작년 11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가 선정한 세계 100대 최고경영자(CEO) 중 한국인의 이름은 없었다. 이와 달리 일본은 물론 중국·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선 여러 명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의 CEO들은 역량이 뒤떨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IFC 딜로이트 안진 사무실에서 만난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 경영연구원장은 장점을 조명하지 않는 탓에 탁월한 경영자가 부각되지 않을 뿐이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성공한 CEO를 꿈꾸는 청년 창업가들에게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라”면서 “한국의 청년은 똑똑하고 아이디어도 많고, 한국도 잠재력이 크다. 시야를 세계로 넓히라”고 했다.

    국내 CEO 가운데 누구를 존경하는가.

    “존경하는 CEO는 이병철 회장과 정주영 회장이다. 한 시대를 대변했고,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실현하고 미래 세대에 훌륭한 유산으로 남겼다. 기업은 사회라고 하는 플랫폼 안에서 만들어지는 산물이다. 그런데 1950~60년대 한국 사회는 지금 이 정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만들 만한 환경이 전혀 아니었다. 수십년 뒤를 내다보고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산업은 이병철·정주영의 유산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병철·정주영 회장에 대해선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CEO는 결과로 이야기하는 ‘승부의 세계’에 산다. 한국은 성리학적 명분론의 전통이 있어서인지 리더에게 너무나 완벽한 모습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으려면 인격적으로 탁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군이 아무리 인격적으로 훌륭해도 전쟁에서 지면 의미가 없다. CEO는 시대를 읽어 사업을 일으키고, 그 사업이 한 시대를 대변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사람만이 존경받을 자격이 있다. 인격적인 면모나 사회에 대한 봉사는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조건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스티브 잡스다. 비전이 뛰어나고 인사이트가 탁월하지만, 도저히 주변 사람이 견딜 수 없게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잡스에 대해 CEO로서 결함이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글로벌 CEO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이나모리 가즈오(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이다. 이나모리는 당대에 글로벌 기업을 일으킨, 역량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다. 또 65세에 출가해 5년간 승려 생활을 했을 정도로 사람을 연구했다. 그는 2010년 경영난을 겪던 일본항공(JAL)을 살리기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돼 4만8000명의 직원 중 1만6000명을 정리해고하고 회사를 회생시켰다. 이때 그가 한 말이 ‘소선(小善)은 대악(大惡)과 닮아 있고, 대선(大善)은 비정(非情)과 닮아 있다’이다. 작은 선은 경영이 어려운 회사에서 직원 월급 올려주고, 적자가 나도 보너스를 주는 것이다. 이러면 결국 회사가 망해버리는 대악으로 이어진다. 1만6000명을 해고한 것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래서 비정하다.”

    역사적 인물 중에서 CEO가 연구해 볼 만한 인물은.

    “에이브러햄 링컨이 떠오른다.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그가 지도자였고, 역사의 분기점이 되는 시점에 전쟁을 치렀다. 링컨은 노예제에 반대했고, 미국 남부는 그에 반대해 남북전쟁이 일어났다. 그는 노예제에 반대했지만, 더 중요한 ‘연방 유지’라는 원칙을 중시했다. 좋은 이야기만 하는 학자와 달리, 현실 세계의 지도자는 이상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뤄야 할 목표를 달성하는 균형이 중요하다. 링컨은 도덕적으로 높은 이상을 추구하는 정치가로서의 모습과 현실 문제를 냉철하게 다루는 마키아벨리적인 양면성을 갖고 있던 리더였다.”

    최근 한국에서 존재감이 큰, 뛰어난 CEO가 나오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이 한국엔 경영자가 없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우리나라 기업이 이 정도 성과를 내는 것은 그렇게 만드는 경영자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과거 현대자동차에서 알파엔진을 만든 이현순 부회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같은 유명 CEO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은 사농공상의 사회다.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경영자를 인정하지 않고, 장점을 객관적으로 조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뛰어난 CEO가 부각되지 않는다. 돋보이지 않을 뿐,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 초상화. /위키피디아

    재계에 새로운 창업자가 등장하지 않는 건 문제 아닐까.

    “타당한 지적이다.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상위권 기업 중 창업한 지 30년 이내인 회사는 네이버와 카카오 정도다. 미국은 구글, 페이스북 같이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회사가 꽤 많다. 이유는 두 가지다. 1960년대에 구축된 산업 구조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또 규제가 많아 창업자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기업이 생겨나 재계 상위권으로 올라오기 쉽지 않다. 법과 제도 때문에 비즈니스 플랫폼이 역동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이 기회다. 제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질서가 변하고 있다.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글로벌 시각을 갖춘 창업자가 등장하면 산업이 역동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한국의 CEO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은.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기로 변곡점이다. 현재 CEO는 산업화 시대에 훈련받고 성장한 사람들이다. 비즈니스를 보는 관점이나 조직 운영 방식이 근본적으로 격변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도록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 30대나 40대 초반의 창업자나 젊은 CEO들은 비교적 새로운 리더십을 잘 만들어 나가는 것 같다. 한국은 아날로그 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는 큰 변화의 시기에 기회를 잡았다. 예전 이병철·정주영 세대가 준 유산을 21세기에 맞게 변환시키는 게 현시대 CEO의 과제다.”

    CEO에게 딱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다. ‘군주론’만큼 오해를 많이 받는 책이 없다. ‘군주론’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내용이 아니라, 현실과 이상의 균형을 잡기 위한 책이다. 리더는 고귀한 이상을 추구하되 냉혹한 현실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군주론’의 핵심이다. 마키아벨리는 너무나 냉정하게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에겐 ‘군주론’ 이상 좋은 책이 없다.”

    성공한 CEO를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에게 조언해달라.

    “현시대가 힘들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시오노 나나미(塩野七生)는 ‘인간은 자기가 살았던 시대의 위기를 다른 어느 시대의 위기보다 가혹하게 느끼는 성향이 있다’고 했다. 젊은 시절이 힘들고 어려운 건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한국 청년이 겪는 고통이라고 하는 것은 조금 자학적인 측면이 있다. 너무 자신들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잠재력 있고, 사회도 잠재력이 크다. ‘구글 캠퍼스 서울(스타트업 창업 지원 공간)’에 자문을 하면서 많은 스타트업과 만나봤다. 한국의 청년들은 똑똑하고 아이디어도 많다. 대한민국이라는 플랫폼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인식하고 세계로 시야를 확장하면 엄청난 기회가 있다.”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 213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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