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이 간 ‘사랑의 호르몬’ 인종 혐오도 줄인다


깊어져 가는 사회적 갈등과 마음의 질병…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을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에서 파헤쳐 본다.

    입력 : 2017.09.26 07:17

    [경제]
     

    옥시토신이 ‘이타적 행동’ 높아지게 해… 사회 갈등 완화 기대

    '착한 사마리아인'을 부르다
    獨서 옥시토신을 코밑에 뿌린 뒤 난민에 대한 기부 여부 묻자
    안 뿌렸을 때보다 크게 늘어… 자신의 마음 병 치료하기도

    유럽에서는 전쟁을 피해 온 난민(難民)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사회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자가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자동차로 공격하는 일도 벌어졌다. 다른 인종, 다른 민족의 사람들에 대한 배타적인 적개심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과학자들은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oxytocin)이 이타적 행동을 높이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실험에서 난민에 부정적이던 사람도 옥시토신으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갈등도, 마음의 질병도 모성애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을 부르는 호르몬

    옥시토신은 아기를 낳을 때 엄마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자궁 수축 호르몬이다. 아기가 젖을 빨 때도 옥시토신이 분비돼 엄마와 아기의 친밀감을 높인다. 포유동물에서 사회적 교감이나 부부애, 모성 본능을 촉진해 사랑의 호르몬으로 불린다.

    독일 본 대학병원 정신의학과의 르네 헐리만 교수 연구진은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독일인 183명을 대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컴퓨터로 보여주며 기부 여부를 물은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절반은 현지인, 나머지는 난민으로 묘사했다. 실험 참가자 절반에게는 옥시토신을 코밑에 뿌려줬다.

    실험 결과 옥시토신을 뿌리면 현지인에 대한 기부금이 1.99유로에서 3.62유로로 81% 늘었고, 난민에 대한 기부금은 2.62유로에서 4.41유로로 68% 늘었다. 성경에는 강도를 당한 유대인을 모두 외면했을 때 유대인과 적대 관계에 있는 사마리아인 한 사람이 나서 도왔다고 나온다. 옥시토신이 ‘착한 사마리아인’을 부른 셈이다.

    다음에는 실험 참가자들의 난민에 대한 태도를 먼저 조사했다. 난민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사람은 옥시토신을 뿌려도 난민은 물론, 현지인에 대한 기부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첫 번째 실험에서 난민에게 기부를 한 사람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일종의 사회 규범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상태에서 옥시토신을 뿌리자 난민에 대한 기부금이 74%나 증가했다.

    연구진은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이웃이나 동료를 롤모델로 삼는다”며 “옥시토신과 함께 동료의 영향이 더해지면 이기적인 생각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폐·불안·우울 등 마음의 병도 치료

    옥시토신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신도 돕는다. 세상을 향한 문을 열어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프랑스 신경과학인지센터의 안젤라 시리구 박사팀은 자폐증 환자들에게 옥시토신을 코로 흡입시키면 컴퓨터 게임에서 누가 자신에게 호의적인지, 적대적인지 구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옥시토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쥐로 사람을 대신해 자폐증 치료제를 시험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김대수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생쥐 새끼가 옥시토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면 어미를 따라다니지 않게 되는데, 이는 마치 인간이 자폐증에 걸린 것과 같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으로 외부인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누그러뜨려 사회적 갈등을 방지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림 속 뇌에 그려진 분자구조가 바로 옥시토신이다. 최근에는 옥시토신으로 사회성을 회복시켜 자폐증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치료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네이처

    국내에서는 인제대 서울백병원 김율리 교수가 영국 킹스칼리지와 공동연구에서 식사를 거부하는 거식증(拒食症) 환자가 몸매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을 옥시토신이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부 한정수 교수 연구진은 옥시토신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손상된 인지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동물실험에서 보여줬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옥시토신의 효과가 과장됐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공과대 기드온 네이브 교수 연구진은 2015년 옥시토신을 흡입하면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높아진다고 한 기존의 연구 결과들은 모두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한정수 교수는 이에 대해 “옥시토신을 코로 제대로 흡입하지 못하면 뇌로 잘 가지 못해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동물을 마취시킨 후 안정된 자세에서 옥시토신을 코로 주입시켰더니 효과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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