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의 멜론과 애인 고르는 법

여름에 읽으면 딱 어울릴 소설이 있다.
바로 김화영의 '여름의 묘약'.
멜론을 고르는 저자를 보다보면 지나간 여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 한은형 소설가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8.18 06:53

    [한은형의 탐식 탐독]
     

    이 여름이 나를 더는 견딜 수 없게 할 때 읽자고 아껴둔 책이 있다. 김화영의 ‘여름의 묘약’. 불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쓴 프로방스 여행기로 인생의 기쁨이 넘쳐나는 책이다. 2013년 여름에 출간되자마자 읽었는데, 매해 여름이 되면 이 책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올해도 더위의 지긋지긋함, 그 더위를 쫓기 위해 틀어대는 에어컨의 지긋지긋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읽으려 했었다. 아끼고 아꼈다. 그러다 여름이 끝나버렸다.

    책 여름의 묘약.

    내가 느끼기로는 그렇다. 여름은 끝났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강원도라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며칠 전까지 작열하던 햇볕은 온데간데없고 하루 종일 찬바람이 불어와 양말이 그리울 지경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지나가버린 여름을 그리워하며 이 책을 폈다. 프로방스에 가족과 함께 도착한 저자가 여름의 세찬 햇볕을 맞고, 새벽달을 보러 정원에 나가고, 등나무 아래 식탁에 앉아 과일과 소시송(살라미)을 먹고, 멜론을 사러 시장에 당도한 것을 눈으로 훑는다.

    이 멜론은 그냥 멜론이 아니다. 프로방스 카바용 지방에서 재배된 카바용 멜론. 교황이 총애한 과일로, 아비뇽 유수로 교황이 거처를 로마 근처에서 아비뇽으로 옮기면서 멜론이 따라왔고, 아비뇽 인근의 카바용에서 재배되며 ‘카바용 멜론’이 되었다고. 얼마나 기가 막힌 맛인지 카바용에서는 매해 7월 ‘멜론 기사단’이 조직되고, 소설가 알렉산드르 뒤마는 자신의 책을 카바용 시립도서관에 기증하고 죽을 때까지 매해 열두 개의 카바용 멜론을 받았다고 한다. 

    “향긋한 냄새와 빛나는 색깔과 떠들썩한 사람들의 대화가 오관(五官)을 애무한다. 삶의 기쁨은 바로 이곳, 과일과 채소와 소금과 기름과 향료의 색채와 냄새가 소용돌이치는 이 시장에서, 즐거운 표정들 속에서 빛난다.” 멜론을 사러 간 저자가 이토록 기쁨에 겨워 쓴 문장을 읽다보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또 이 계절을 보냈구나라는 우울함이 달래진다. 멜론을 고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멜론은 들어서 무게를 느껴보고 손바닥으로 쓰다듬어보고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애인처럼 검사해야 한다.”

    멜론을 애인처럼 검사하는 법은 이렇다. 멜론 밑바닥의 꼬리가 껍질과 같은 색이어야 하고, 그 주위에 붉은색이 감도는 작은 틈이 있어야 하며, 무거워야 하고, 멜론의 표피에 그어진 세로 선에 의해 열 쪽으로 구획되어야 한다. 아홉 쪽이면 아직 덜 익은 것. 또 코를 대고 단맛이 나는지 살펴야 한다. 이건 애인을 고르는 법과도 일치한다.

    [Books] 잉글리시 페이션트의 입으로 준 자두
    [Books] ‘노르웨이 소주’에 빠진 위화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