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막기 위해 세계는 원전에 의존할 것”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과학자문단으로 알려진 미국 UC 버클리 리처드 뮬러 교수.
그는 지난 6월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미래에너지 포럼'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전세계적인 탈원전 사안에 대해 그는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입력 : 2017.08.27 10:34

    [interview] 리처드 뮬러 미국 UC버클리 교수
     

    “많은 사람이 신재생에너지를 종교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력발전은 사실 환경을 크게 훼손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자력발전(원전)을 택해야 한다.”

    리처드 뮬러(Richard Muller) 미국 UC버클리 교수는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강의’ 같은 책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 과학자문단의 일원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해 조언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딸과 함께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해 지구온난화 문제도 연구하고 있다. 지난 6월 조선비즈 주최로 열린 ‘미래에너지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은 뮬러 교수를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지구온난화라는 문제만 놓고 투표해야 한다면 트럼프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미국보다 중국이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이미 지구온난화 문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속한 국가들의 손을 떠났다. 중국과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바마보다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더 나은 정책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나은가.
    “오바마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천연가스와 원전 모두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또 불필요한 정부 규제도 너무 많았다. 많은 사람이 천연가스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좋은 에너지원이다. 단지 신재생에너지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 트럼프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규제를 없애는 데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하려는 건 그저 규제를 없애고 가만히 내버려두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규제를 없애더라도 석탄화력발전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파리기후협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한 세기 동안 지구온난화를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파리기후협약은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분명 기념비적인 협약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무언가가 필요하다. 파리기후협약은 정치적인 협정이었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이뤄진 것이 없다. 중국이 무언가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할 수단이 없다.”

    원전에 대한 생각은.
    “원전은 지구온난화를 막고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다. 환경적으로 안전하고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원전은 신재생에너지에 포함되지 않지만,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원전을 운영했다. 그런데도 원전에 대한 오해가 많다. 많은 사람이 원전이 비싸고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원전은 저농축 우라늄을 쓰기 때문에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핵무기처럼 폭발할 위험도 없다. 핵폐기물도 지하 2㎞ 아래 수용시설에 저장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

    한국의 새 정부는 탈원전에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에 탈원전 정책을 취소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대만도 탈원전 정책을 택했는데 타이밍이 잘못됐다. 정치인들이 오래된 정보를 가지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 원전의 안전성이나 저장 방법에 대해 최근의 연구 결과나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본다. 세계는 앞으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에 더 많이 의존할 것이다. 지금 한국이나 미국이 원전 산업에서 주도권을 잡지 않으면 중국이 원전 시장을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 한국에는 경제적으로도 큰 기회의 순간이다.”

    수력발전은 환경 훼손이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중국 후베이성 싼샤댐의 건설 당시 모습. /블룸버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해 대선에서 ‘탈원전’을 앞세워 당선됐다. 차이 총통은 2025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중단시키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지난 6월 가동 중단 상태의 원전 2기 재가동을 승인했다. 전력예비율이 3%대까지 떨어지자 원전을 소방수로 긴급 투입했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사람이 신재생에너지를 종교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동료 교수 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집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덕분에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노숙자에게 내가 먹던 샌드위치를 나눠준다고 해서 세계적인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신재생에너지에 어떤 문제가 있나.
    “신재생에너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력발전의 경우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수력발전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매년 120만명이 고향을 떠나야 한다. 풍력발전의 성공도 과장된 부분이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설비 총량이 아니라 평균치를 봐야 한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어야 하는데 언제 바람이 불지 알 수가 없다. 9㎿급 풍력발전기라면 실제로 발전 용량은 3㎿ 정도로 봐야 한다. 태양광발전도 마찬가지다. 설비 총량에 비해서 실제 만들 수 있는 전기는 훨씬 적다. 밤이나 구름이 있을 때는 발전이 불가능하다. 실제 발전량은 설비 총량의 10~30% 정도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태양광 발전이 저렴한 에너지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보조금 때문이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태양광발전 관련 기업이 (정부 보조금이 줄어들자) 많이 도산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개발도상국들은 이런 신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가 없다.”

    신재생에너지에 문제가 있다면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청정에너지 중에 유일하게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은 천연가스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컨대 대기오염으로 한 해에 중국에서만 160만명이 죽는다. 석탄발전을 천연가스로만 바꿔도 대기오염 문제가 많이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비싼 게 문제다.”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 211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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