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반찬이 간식으로 무한변신… 김 '수출 1위' 됐다

밥반찬으로만 생각했던 김이 최고의 수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으로 칩을 만들고 수프를 만드는 등 간식으로 최고 인기이다.
부가가치가 높아 식품계의 반도체라고 불릴 정도이다.

    입력 : 2017.08.10 07:27

    [한국 김, 세계인 입맛 사로잡다]
     

    다음 달부터 5000여개에 달하는 미국 내 모든 월마트에 한국산 김으로 만든 스낵(과자)이 깔린다. 조미김 등을 포함해 모두 12가지다. 초콜릿과 김을 겹겹이 붙여서 만든 '초콜릿 스트립스'가 인기 상품이다. 충남 보령과 전남 장흥 앞바다에서 양식한 김을 보령과 미국의 공장에서 가공했다. 2015년 스타벅스의 미국 내 800여개 매장에 '오션스헤일로' 브랜드 김 스낵을 선보인 한인 식품 회사 뉴프런티어푸드가 만든다. 이 회사 이신형(45) 대표는 "연간 100억~2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한다"면서 "김 스낵의 성공 가능성을 본 월마트에서 먼저 대규모 납품을 제의해왔다"고 말했다.

    밥반찬으로만 생각했던 김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스낵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런 환골탈태와 함께 김이 최고의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한인 식품업체 뉴프런티어푸드가 만든 ‘오션스헤일로’ 김 스낵을 먹고 있는 미국 어린이들. /뉴프런티어푸드

    49년 만에 수산물 수출 1위 넘보는 김

    10년 전만 해도 농수산식품 수출 순위에서 10위에 그쳤던 김은 올해는 2위를 예고할 정도로 주력 수출품이 됐다. 지난해 3위였는데, 2위였던 참치를 제칠 기세다. 라면(5위), 인삼(9위)은 5년 전부터 멀찌감치 따돌렸다.

    올 상반기 김이 우리나라 수산물의 대표 상품인 참치를 간발의 차이(100만달러)로 따돌리자 수산업계는 술렁였다. 이런 추세라면 1968년을 마지막으로 수산물 수출 1위를 참치에 내줬던 김이 무려 49년 만에 왕좌를 탈환하게 된다.

    2007년 6000만달러(약 680억원)였던 김 수출액은 지난해 3억5300만달러(4000억원)를 기록했고 올해는 7월까지만 3억2900만달러(3700억원)에 달했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김 수출이 5억달러를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발상의 전환, '스낵'으로 변신

    세계에서 밥을 김에 싸먹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다. 그런데 김 수출국은 90여개국에 이른다. 한국 조미김의 인기가 높은 일본(지난해 7800만달러)이 최대 수출국이고 미국(7000만달러), 중국(6800만달러), 태국(5500만달러) 등에서 많이 팔린다.

    김을 '블랙 페이퍼(검은 종이)'라고 부르며 먹지 않았던 미국 사람들도 요즘은 김 스낵과 조미김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미국에선 김이 포테이토칩보다 칼로리가 낮고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인기를 끈다.

    김이 나지 않는 태국은 우리나라 김을 수입한 뒤 김 스낵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김을 활용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것이다.

    러시아와 베트남은 급성장하는 시장이다. 올 상반기 수출액이 작년 상반기보다 각각 269.2%, 58.3% 늘었다.

    미국·영국·뉴질랜드 등에 김 스낵을 수출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시장 다변화의 성공 요인으로 '발상의 전환'을 꼽았다. 조미김을 수출하던 이 회사는 2015년 '비비고 김 스낵'을 출시하면서 김을 먹지 않는 미주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대했다. 올 상반기 수출액 100억원 중 김 스낵이 52억원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중국·베트남·미국에 현지 생산 공장도 세웠다.

    베트남에서는 한류 드라마가 김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베트남에서 점포 13곳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의 윤병수 팀장(베트남사업부)은 "손님 10명 중 5~6명은 간식용으로 김을 사 갈 정도"라며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20·30대 주부들이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중국의 유명 영·유아용품 체인인 '리지아베이비(麗家寶貝)'에 김 스낵을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부가 영·유아 시장을 겨냥해 현지 전문 업체와 공동 마케팅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해수부 허남기 사무관은 "중국 엄마·아빠들은 식품의 안전성을 중시하는데 중국산보다 한국산을 더 신뢰한다"며 "입점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신형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김 하면 조미김이나 자반 정도 생각하지만 미국인들은 김 가루로 칩을 만들고 수프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며 "활용 방법이 무한한 재료"라고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는 김 전문가와 생산 노하우를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김 먹는 미국 사람들. /해양수산부

    부가가치 높은 식품계의 반도체

    공두표 해수부 수출가공진흥과장은 "김은 부가가치가 높은 식품 시장의 반도체라고 할 만하다"고 했다. 반도체처럼 독보적인 경쟁력이 강점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김(말린 김) 생산 세계 1위다. 세계 김 생산량의 절반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 지난달에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한국 김이 아시아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김 시장은 2007년 이후 연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에서 김을 길러 파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 정도다. 이 중에서 내수 시장 위주인 일본은 생산량이 계속 줄고 있고, 중국은 수질이 탁하고 양식·가공 기술이 우리나라보다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맛 좋고 영양 풍부한 스낵으로
    아시아 넘어 미주·유럽서도 인기
    수출액 10년만에 10→2위 '껑충'…

    세계 김 시장, 年 20%씩 성장 중
    국내서 생산·인력고용 가능해
    '식품업계의 반도체'로 각광

    수출 여력도 충분하다. 국내 수요가 정체돼 있다 보니 매년 45만t 정도의 김을 길러 이 중 절반을 수출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수산수출부 장서경 차장은 "김은 생산부터 수출까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대부분 자동화돼 있다"며 "먼바다에 나가 잡는 참치나 오징어와 달리 부가가치와 일자리가 모두 국내에서 발생하는 것도 강점"이라고 했다. 전남·충남 등의 양식장에서 씨를 뿌려 물김을 길러내면 가까운 김 공장(400여개)에서 잘 말려서 마른 김을 만들고, 가공업체(800여개)에서 이를 조미김·스낵 등으로 만들어 수출한다.

    요즘엔 김이 수출 상품으로 인기를 끌자 전복을 키우던 어민들이 김으로 품목을 바꾸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다 자라는 데 3~4년이 걸리는 전복과 달리 8개월이면 자라는 데다 손이 덜 가 편하기 때문이다. 1년에 1억5000만원 넘는 소득을 올리는 어민도 많다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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