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가는 남극, 죽어가는 펭귄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2100년 쯤 남극 빙하의 평균 높이는 약 1m 낮아질 것이며
빙하 없는 맨땅이 드러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 남극의 생명체들은 어떻게 될까.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8.09 07:18

    [과학]
     

    남극에서는 지구온난화가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얼음이 녹아 수권(水圈)이 확대될 뿐 아니라 극지에 사는 야생생물들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기 때문이다. 생물종이 적은 남극에서는 먹이연쇄가 단순하기 때문에 개체수 변동 폭이 크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빙하가 없는 맨땅’이 확대되고 특히 남극 펭귄들이 위기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연구가 주목을 끌고 있다.

    ‘빙하 없는 땅’의 위협

    지구의 기상이나 평균기온은 다양한 기간을 주기로 변화를 반복해왔다. 1995년에 공표된 IPCC(기후변동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의 제2차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0년 사이 지구의 평균기온은 0.3~0.6도 상승하고, 해면 수위는 10~25㎝ 높아졌다. 이후에도 평균기온은 계속 오르고 있고, 남극에서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땅, 이른바 빙붕(氷棚)이 녹아 수천 개의 빙산으로 떨어져나가고 있다. 1995년 남극반도 오른편에 있는 ‘라센A’ 빙붕이 붕괴된 뒤 1998년 근처의 윌킨스 빙붕이 무너졌다. 이어 2002년 초에는 ‘라센B’ 빙붕 3250㎢가 쪼개지면서 수많은 빙산을 웨들해(海)에 뿌려놓았다. 이는 30년 만에 가장 큰 붕괴였다. 또한 최근 5년간 매년 152㎢씩 남극 빙붕이 ‘스르르’ 녹아내리고 있는 모습이 인공위성으로 확인됐다. 과거처럼 조금씩 녹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얼음층이 쪼개지는 식의 급격한 형태로 붕괴하고 있다. 1년에 152㎢가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이 0.4㎜ 올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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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제펭귄. 몸길이 120㎝로 18종의 펭귄 중 가장 크다. /naturalworldsafaris.com

    최근 호주 퀸즐랜드대학 재스민 리 교수팀은 지구온난화 속도가 지금처럼 계속되면 남극 전 지역의 빙하가 녹아서 ‘빙하가 없는 땅’이 늘어나 21세기 말경에는 생물의 다양성이 깨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의 남극대륙 연구는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릴 경우 매년 해수면이 얼마씩 올라갈지에 집중되어왔다. 그곳에 사는 다양한 생명체의 특성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게 넘겨온 것이 사실이다. ‘빙하 없는 땅’의 면적 변화를 예측하여 남극의 생명체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확률을 낸 보고서는 리 교수가 처음이다.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00년쯤 남극 빙하의 평균 높이는 약 1m 낮아진다. 또 녹은 얼음이 바다에 흘러들어가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약 2100㎢부터 최대 1만7267㎢ 면적의 저지대 일부 빙하가 사라진다. 즉 빙하 없는 맨땅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특히 남극반도 북쪽 지역은 ‘빙하 없는 땅’이 지금보다 3배 이상 넓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곳은 생물들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지역으로, 지금도 몇 년 동안 겨울에도 얼지 않거나 ‘살짝 어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1990년대 초와는 극명히 대조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빙하가 사라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름이 찾아오는 12∼2월이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빙하가 무너져 내린다. 빙하는 남극의 대표적인 동물인 펭귄의 쉼터다. 빙하가 이처럼 녹으면 펭귄은 생존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황제펭귄 서식지의 경우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빙벽과 새끼를 마음놓고 기를 수 있는 두꺼운 얼음 바닥이 필수적이다. 남극의 겨울에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는 유일한 동물로 알려진 황제펭귄은 눈 입자들이 거칠게 쌓인 이곳에 1만여마리가 모여 공동체 생활을 한다.

    남극의 빙하가 녹아 떨어져나가면 펭귄뿐 아니라 곰, 바다사자 같은 극지 생물들은 빙하로 덮이지 않은 맨땅에 고립무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빙하 없는 맨땅이 많아지면 지역 간 생명체 교류가 늘어나게 된다. 리 교수에 따르면 황제펭귄은 남극의 기후변화로 이미 이사를 감행하고 있다. 녹아내리는 빙하를 피해 더 좋은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는 남극대륙보다 덜 추운 아남극권에 살았는데 그곳의 기온이 오르자 남극대륙으로 이주해왔다는 설명이다.

    2002년 3250㎢가 쪼개진 라센B 빙붕. /thehigherlearning.com

    2100년까지 황제펭귄 99% 감소

    지구에 사는 펭귄은 총 18종류. 그중 남극에 서식하는 황제펭귄은 몸길이 120㎝로 펭귄 중 가장 크다. 호주와 미국, 영국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최근 인공위성으로 남극대륙을 촬영해 59만5000 마리의 황제펭귄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공위성 사진에서 ‘구아닌’이라고 불리는 황제펭귄 배설물을 찾아낸 후 황제펭귄 집단의 서식지를 조사한 것. 황제펭귄 서식지는 총 44개였고, 이 중 7개는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장소였다. 이후 연구팀은 오랫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펭귄들의 분산 거리와 행동, 이동률, 21세기 말 기후 전망 등 다양한 시나리오와 요소들을 모델링하여 그들의 운명을 예측했다.

    그 결과 황제펭귄의 개체수가 2100년까지 최소 40%, 최대 99%까지 감소할 위험성이 있다고 밝혔다. 황제펭귄의 사망률은 사냥 구역의 바다 표면온도가 높아지고 바다 빙산의 범위가 매년 감소하면서 증가했다. 특히 암컷보다 수컷의 사망률이 더 높았다. 아델리펭귄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긴 마찬가지. 최근 25년간 아델리펭귄 개체수가 3분의 2로 줄어들었다는 연구 보고도 나와 있다. 아델리펭귄은 남극에 사는 펭귄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 종이다. 이들 펭귄이 급감한 이유는 따뜻한 기온 자체가 펭귄에게 영향을 미쳤다기보다 주 먹이인 크릴새우의 감소가 큰 원인이었다.

    조그만 새우를 닮은 크릴새우는 남극의 남쪽 해양에 떼지어 사는 갑각류로 고래, 바다표범, 펭귄들의 주식이다. 어린 크릴새우는 바다 빙하에 붙어 있는 해조류를 먹고 산다. 그런데 기온이 올라가면 바다 빙하가 줄기 때문에 해조류가 감소하고 그 여파로 크릴새우가 굶어죽게 되면서 황제펭귄을 포함한 포식자들도 점차 감소하는 것이다.

    현재 기후변화 속도는 동식물의 진화 속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생물의 적응 속도에 비해 빙하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멸종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 등은 모두 극지의 중심 쪽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서식지의 이동으로 지역 간 생명체 교류가 늘어나면 종간 경쟁을 일으키면서 생물 다양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게 리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이 한 지역에서 만나면 공생할 수도 있지만 둘 중 하나는 남극대륙에서 사라질 확률이 크다는 것이 연구 결과다. 지금껏 고립된 자연환경에서 고유한 종으로 분화돼 적응한 이들이 특별한 신진대사 방법을 작동하는 유전자를 잃고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 중 과연 누가 살아남을까. 리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한 지역에서 두 종이 공생할지 어느 한 종이 사라질지 관심 있게 지켜보자!”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67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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