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장엔 易學책도… '82년생 김지영'의 四柱도 봤다"

담담한 필체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받은 소설 <82년생 김지영>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조남주씨를 만나봤다.
요즘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은 무엇일까.

    입력 : 2017.07.31 14:14

    [나의 사적인 서가] 소설가 조남주
     

    젊은 여성 차별 다룬 담담한 르포, 9개월 만에 22만부… 최대 화제작
    페미니스트 戰士 오해받지만 실은 딸바보 엄마… 사주공부도
    "'한식의 품격' 무지 재밌다, 다섯 줄에 한 번씩 빵빵 터졌다"

    대외 공개용 말고 조금 더 내밀한 책 고백은 어떨까. '나의 사적인 서가' 이번 회 주인공은 '82년생 김지영'(민음사刊)을 쓴 소설가 조남주(39)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 책은 문학과 사회의 간극을 잇고 싶어하는 작가들이 꿈꾸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품었다.

    전직 직장인이자 현직 전업주부 82년생 김지영을 주인공으로 한 일종의 르포소설. 당대의 젊은 여성들이 겪는 차별과 불평등을 보고서로 제출한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고발이나 공격의 전략보다 직접 겪은 에피소드 위주의 과장 없는 묘사로 더 공감을 얻었다.

    출간 9개월 만에 22만부. 지난 1년간 출간된 한국 소설 중 가장 많이 팔린 작품이기도 하다. 얼핏 '페미니스트 전사'로 오해받곤 하지만, 정작 작가는 초등학생 2학년 딸을 둔 '부드러운 엄마'였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작가에게 물었다.

    /일러스트=안병현

    1.'딸바보 엄마'라고 들었다. 요즘 딸에게 읽어주는 책은.
    "딸은 이제 혼자 책을 읽는다. 좋아 보이거나 필요해 보이는 책은 권하기도 했는데 잘 보지 않아서 이후로는 딸이 보고 싶다는 책을 사주기만 한다. 딸은 만화책을 좋아한다, 당연하게도. 학습만화보다는 아무런 지식도 교훈도 없는 명랑만화를 좋아하는데 그런 어린이 만화가 의외로 많지 않다. 요즘 딸이 꽂힌 만화는 '귀신선생님과 고민 해결' 시리즈. 진짜 귀신은 아니고 '강귀신'이라는 이름의 엉뚱한 선생님이 아이들 고민 상담해주는 내용의 엄청 웃긴 만화다. 둘이 선풍기 틀어놓고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있다."

    2. 죄책감을 느끼지만 즐기며 읽는, 당신의 길티플레저는.
    "서점에 가면 재테크 서가에 꼭 들른다. 괜히 주변을 살피며 주로 부동산 투자 관련 책들을 본다.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실전 투자 시크릿' '돈 되는 아파트에 투자하라' '불황에도 반드시 사야 할 부동산' 같은 문구에 심장이 빠르게 뛴다. 서울의 집값은 정상이 아니다. 투자라는 이름의 투기가 너무 흔하다. 과도한 집값 상승은 다음 세대를 절대 빈곤에 빠뜨릴 것이다. 하지만… 나도 좀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물론 부동산 투자 같은 것 해 본 적은 없다. 일단 나는 너무 소심하고, 무엇보다 총알이 없으므로."

    3. 당신 책장에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놀랄 듯한 책은.
    "카발라와 사주역학 관련 책들. 자료조사를 위해 산 건 아니고 카발라 책은 타로카드 공부하느라, 사주역학 책은 사주역학 공부하느라 구입했다. 실력은 아주 형편없지만 공부한답시고 내 사주를 하도 많이 들여다봤더니 이제 내가 어떤 사주팔자를 타고났는지 정도는 알겠다. 그리고 나는 팔자대로 수긍하며 살고 있지 않다. 전에는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운세니 점괘니 하는 것들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는데 정작 공부를 시작하면서 흥미를 잃었다. 공부할 팔자는 아닌가보다. 아, 책 나올 즈음 김지영씨 사주는 한번 봤다."

    4. 당신이 읽은 문학상·공모전 수상작 중 가장 동의했던 작품은.
    "꽤 많은 장편소설 공모전에 소설을 보냈다. 끊임없이 보냈고 계속 떨어졌다. 기출문제집 푸는 기분으로 기존 수상작들도 꼼꼼히 읽었는데 여전히 답을 알 수 없었다. 그 소설들이 좋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공모전마다의 특징이라든지 공통점 같은 것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써야 당선된단 말인가. 그때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읽었다. 이런 거구나. 아름답고 슬프고 보드랍고 거칠고 따뜻하고 잔인한 이야기. '정답'을 찾겠다는 마음을 접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낙선은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5. 요즘 읽은 책 중에서 당신을 웃게 만든 책은.
    "食口. 먹을 식, 입 구. 먹는 입. 음식을 해 먹이는 사람이 된 지 10년이 조금 넘었고, 세상에 식구처럼 무서운 게 없다. 사람은 왜 하루에 세 끼나 먹는 존재가 되었을까. '한국 사람은 밥심' '엄마의 손맛' '고향의 맛' 같은 관용구와 '푸짐한' '정갈한' '얼큰한' '뜨끈한' 같은 수식어에는 넌더리가 난다. 요즘 '한식의 품격'을 읽으며 연신 동의와 탄식과 깨달음의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고 있다. 무엇보다 무지 재밌다. 최소 다섯 줄에 한 번씩은 빵빵 터진다. 어쨌거나 남이 해주는 밥이 최고다."

    6. 마찬가지로 요즘 읽은 책 중에서 당신을 울게 만든 책은.
    "'바깥은 여름'. 첫 번째 단편 '입동'중 11쪽 '아이 씨…'부터 울컥했다. 아직 이야기가 시작되지도 않았고, 그들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지만 왠지 불안하고 불길하고 슬펐다. 예상대로였다. 영우의 외모, 행동, 물건에 대한 묘사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읽어 넘길 수 없었다. 다섯 살 남자아이의 양감과 촉감과 체취까지 생생하게 느껴져서 너무 많이 울었고 너무 괴로웠다. 그 짧은 단편을 읽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다른 단편들은 그나마 평온하게 읽었는데 그렇다고 울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우리 또래는 三國志를 읽어서 망했다
    "생일 선물로 책을 줘? 거, 나쁜 친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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