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봉사를 위해 오늘 더 유명해지고 싶은 배우

'MBC 아나운서 출신,서울대 성악과,치과의사 남편,럭셔리한 집'..이 단어는 배우 김혜은의 연관검색어다.
사실 그녀는 이 화려한 커리어만큼 단단한 내면과 따뜻한 매력을 품고 있다.
봉사를 할때 더 빛이 나는 배우 김혜은을 만나봤다.

    입력 : 2017.08.02 07:56

    [top class] 화려하고 럭셔리한 배우 김혜은의 봉사 인생
     
     

    배우 김혜은 /서경리 기자

    김혜은 씨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MBC 아나운서로 일하다 배우가 된 흔치 않은 이력을 지녔다.

    남편은 치과 의사다. 그냥 편하게 살 법한 그인데 봉사활동으로 바쁜 삶을 산다.

    그는 현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 홍보이사와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산하 사회적기업 '행복한 나눔'의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왜 봉사활동에 빠졌을까.


    배우 김혜은 씨의 기사를 검색하면 ‘성악, 기상캐스터, 의사 남편, 럭셔리한 집’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닌다. 서울 강남 한복판의 정원을 갖춘 ‘럭셔리한 집’으로 김혜은 씨를 찾아갔을 때 ‘의사 남편’ 라임나무치과 김인수 대표원장이 평일 오후임에도 동석하여 다감하게 맞아주었다. ‘누릴 거 다 누리고 산다’는 눈총도 쏠 수 없게 김혜은 씨는 ‘봉사’에 열심이다. 일회성이 아니라 꾸준히 계속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김혜은 씨는 현재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이하 청소년쉼터) 홍보이사와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이하 기아대책) 산하 사회적기업 ‘행복한나눔’의 대표를 맡고 있다. 청소년쉼터 홍보이사는 2010년 시작하여 8년째이고, 기아대책과의 인연은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 아나운서 시절 남편과 소개팅을 한 뒤 병원에 놀러 갔는데 아프리카 아이와 찍은 사진이 있는 거예요. 소말리아 아이를 후원한다는 얘기를 듣고 호감을 느꼈고, 9개월 만에 결혼해서 함께 봉사하고 있어요.”

    부부는 결혼 초기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기아대책을 통해 매달 30~40명의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행복한나눔은 전국에 40여 개의 매장이 있어요. 깨끗한 물건을 기부받아서 판매하여 그 수익금으로 굶는 아이들을 돕는 단체예요. 기아대책에서 해외에 파견한 1200여 분의 선교사님들이 그 나라에서 생산한 공정무역 커피를 보내오셔서 그것도 판매하고 있어요.”

    기아대책 후원자의 밤, ‘기대밤’의 진행을 맡은 기아대책 홍보대사 김혜은. /topclass

    김혜은 씨는 깨끗한 물건이 있으면 행복한나눔에 기부해달라고 당부했다. 솔선수범하기 위해 자신의 물건으로 바자회를 세 차례 열기도 했다.

    “방송에서 입었던 옷을 바자회에 내놓으면 반응이 좋아요. 방송 장면 사진을 물건 옆에 붙여놓죠. 〈밀회〉에서 강한 역을 맡았는데 그때 한 번 입었던 옷도 금방 팔렸어요.”

    가방 디자인이 취미여서 전문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한 적도 있는 그는 바자회 때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수제 가방도 제작해 내놓는다. 드라마 스케줄이 없을 때는 언제든 기아대책으로 달려가 모금도 하고 행사에도 참여한다.

    기아대책 얘기를 할 때 환한 얼굴이던 김혜은 씨가 청소년쉼터 얘기를 시작하자 표정이 심각하게 바뀌었다. 2010년에 홍보대사 요청을 받고 참여했다가 지금은 의결권이 있는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혼율과 청소년 자살률이 모두 1위예요. 부모의 이혼과 재혼 과정에서 상처받아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이 많아요. 부모와 같이 사는 게 아이들에게 더 나쁜 경우도 있어요. 청소년이 범죄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뜻있는 분들이 청소년쉼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많이 어렵죠. 나라의 도움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해요. 아이들 돌보기도 힘든데 서류 만들고, 쉼터 운영하시느라 애를 많이 쓰시죠.”

    배우 김혜은이 행복한나눔 대표로 위촉장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고은아 행복한나눔 이사장, 김혜은, 유원식 기아대책 회장. /topclass

    그녀는 청소년들이 자극적이고 유혹적인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 걸 안타까워했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세요. 자극적인 광고가 얼마나 많은지. 처음에 제가 순진해서 정치인들 찾아다니며 유해 환경 없애주고 쉼터 도와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아무도 관심 없어요. 청소년들은 유권자가 아니잖아요. 청소년쉼터는 후원받기도 참 힘들어요. 청소년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려면 꿈을 심어줘야 해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김혜은 씨는 드라마 촬영이 없을 때면 전국을 돌며 청소년들을 만난다.

    “처음에 눈도 못 맞추던 아이가 자기 얘기를 털어놓으면서 점점 생기를 회복하고, 얘기하는 가운데 스스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깨닫는 게 놀라워요. 자신에게 관심 기울여주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들은 그것만으로도 위안을 받아요.”

    청소년들의 얘기를 듣고 돌아와 정작 자신이 앓아누운 적이 많다고 한다.

    “엄마가 손목을 긋고 피를 분수같이 뿜으며 죽는 모습을 본 아이가 있어요. 아버지가 재혼한 후에는 새엄마한테 2년이나 두드려 맞으며 제대로 먹지도 못했어요. 이웃의 신고로 새엄마가 잡혀 갔고, 아이는 쉼터로 왔죠. 한때 전국 쉼터를 다 다닐 결심을 하고 아이들을 열심히 만났는데, 너무 아픈 얘기를 들으니 제 몸이 아픈 거예요. 그래서 협회에 더 이상 일을 못 하겠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래봐야 얼마 지나면 ‘행사가 있으니 빨리 나와달라’고 전화하세요.

    사전 제작하는 드라마가 막 촬영을 시작해 몇 달 동안 바쁠 것 같다는 그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보안관〉, 드라마 〈밀회〉 등을 거치며 믿고 보는 연기파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김혜은 씨는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뒤 MBC 아나운서로 일하다 배우가 된 흔치 않은 이력을 지녔다. 2007년 드라마 〈아현동 마님〉이 본격적인 첫 작품이다. 그는 자신이 ‘포기’를 잘했기에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서울대 성악과 3학년 때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 연수를 갔어요. 석·박사를 줄리아드에서 할 생각으로 미리 가본 거지요.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의 노래를 듣고 ‘나는 합창단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최고의 솔리스트는 힘들겠구나’ 하는 걸 스스로 깨닫고 성악을 포기했어요. 아나운서로 일할 때는 여자 앵커들이 한창 나이에 뒤로 밀리는 걸 보면서 회의를 느꼈고요. MBC 분장실을 같이 쓰는 배우들을 보면서 평생 할 수 있는 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카메오 출연을 하게 되었어요. 연기에 매력을 느껴 연기수업을 받다가 기회가 와서 아나운서를 그만두었죠.”

    아이들 만날 때 더 멋을 내는 배우

    행복한나눔에서 운영하는 공정무역 카페 ‘비마이 프렌드’ 매장을 방문한 손님에게 상품을 전달하는 김혜은. /topclass

    두어 번 주연 제의를 거절한 그는 자신에게 잘 맞고, 가치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확고한 연기 철학을 갖고 있다.

    “10년 전 주연이었던 분들 중에 지금까지 연기하는 분들 거의 없어요. 이병헌, 정우성, 최민식, 이런 분들 대단하시죠.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연기에 열정이 있으면서, 포기할 때 포기하고 겸손해야 살아남아요. 무엇보다도 자기를 객관화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연기는 체력과 멘털을 관리하는 사람만 남는 분야죠. 제가 그걸 제대로 못 하면 어느 순간 안 보일 겁니다.”

    하지만 봉사를 위해 자신이 더 유명해져야겠다는 결심을 한다고 했다.

    “홍보는 알려진 사람이 하는 거잖아요. 저는 아이들을 만나러 갈 때 풀 메이크업에 멋진 옷을 입고 갑니다. 아이와 얘기하고 나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데 아이가 그 사진을 갖고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거든요. 아이가 대접받는다는 생각이 들도록, 일부러 더 잘 차려입고 갑니다.”

    김혜은 씨는 “남편에게 나중에 어떤 할아버지가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대답을 듣고 결혼을 결심했다며 아마도 남편과 함께 계속 봉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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