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은 세계적 추세? 당장 전력 대란 온다? … "No!"

탈원전 추진국가는 독일, 스위스, 대만, 벨기에 4개국 뿐이다.
또한 현재 1억㎾ 이상 발전설비가 가동 중이며 역대 최고인 작년 최대전력은 8500만㎾로
전력 부족은 일러야 2020년대 중반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8.13 11:08

    [탈원전에 대한 진실과 오해]
     

    노동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새 정부는 원전·석탄발전을 대폭 줄이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과 LNG(천연가스) 발전을 확대하는 친환경 에너지 믹스(mix)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원전·석탄발전 건설 계획을 취소하거나 수명 연장을 금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20%로 높이고 LNG 발전을 확대하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논란이 끊이지 않습니다.

    탈(脫)원전…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려

    먼저 탈원전이 세계적인 경향인지부터가 관건입니다. 원전 운영국 31개국 중 탈원전을 공식화한 나라는 독일, 스위스, 대만, 벨기에 4개국입니다. 아직 대부분은 원전을 유지하거나, 중국이나 인도, 러시아, 영국처럼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이 밖에 신규로 원전을 도입하겠다고 한 나라들도 터키와 UAE를 비롯, 16개국에 이릅니다.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들도 내부 결정 과정이 그리 순탄치 않았습니다. 탈원전 종주국인 독일은 2009년 정권이 바뀌면서 2002년 제정한 기존 원전 폐지법이 철회되는 등 혼란을 겪었습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국민투표에 부치는 스위스는 탈원전 관련 국민투표를 7차례 벌였습니다. 1984년 탈원전 국민투표가 55% 반대로 부결되는 등 수차례 진통을 거친 후 2017년에야 '에너지전략 2050'이란 형태로 탈원전이 결정됐습니다.

    세계 원전을 감독하는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발표한 2016년 원전 가동 기수와 용량은 448기, 391GW로서 1980년대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원전이 전체 발전량 중 차지하는 비중이 줄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발전원(源)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 셈입니다.

    탈원전·탈석탄 동시 추진 쉽지 않아

    발전 구조상 탈원전과 탈석탄을 동시에 추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독일은 원전을 축소하는 대신 석탄발전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급하게 전기가 필요할 때 태양광이나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바로바로 전력을 생산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비상용으로 석탄발전을 남겨놓은 것입니다. 영국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여 석탄을 대체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원전과 화력발전 비중을 조금씩 축소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재검토하는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일본 정부는 원전을 증설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세계 최대 재생에너지국인 중국은 신재생과 원전을 확대하면서 석탄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2020년 중반엔 전력 대란 올 수도

    탈원전을 추진한다고 해서 당분간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이미 1억㎾ 이상 발전설비가 가동 중이며 역대 최고인 작년 최대전력은 8500만㎾로 여유가 많습니다. 이상고온 현상이 심했던 작년 최대전력 상승폭이 8%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최대전력이 계속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건 비현실적입니다. 앞으로 3~4년간 준공 예정인 발전용량만도 1000만㎾가 넘는데 공사 중단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는 신고리 5·6호기는 용량이 300만㎾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만약 탈원전 정책 때문에 전력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일러야 2020년대 중반이 될 것입니다.설령 용량 부족이 예상되더라도 급하면 건설 기간이 3~4년이라 상대적으로 짧은 LNG발전소를 집중 건설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원자력과 석탄을 포기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전력 수요가 7차 전력수급계획에서 잡은 예측대로 증가한다면 LNG발전소 비중 증가는 피할 수 없는데, 이때 가스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가스 공급 안정성과 가스 가격 변동성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남 영광 백수읍 하사리 서해안을 따라 설치된 100m 높이 풍력발전 기기. /김영근 기자

    신재생 급속 확대 불확실성 더 커

    과거 정부에서도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구호 아래 신재생 발전 확대 정책은 꾸준히 추진되어 왔습니다.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입되었지만 지난해까지 신재생 발전 비중은 4.8%를 차지하는 데 그쳤습니다. 2030년에 전체 발전량의 20% 목표가 달성되려면 신재생 발전량은 매년 10% 이상 증가되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잠재량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경제적인' 잠재량이 충분한지는 의문입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거리 제한 규정 등 신재생 발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주민들 반대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물론 지원금을 대폭 늘리면 신재생 용량 확대는 가능합니다.

    신재생 발전을 확대하면 전력시스템 운영이 교란될 수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은 밤에는 물론이고 흐리거나 비 오는 낮에도 전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그나마 태양광발전은 일기예보에 따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합니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어야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바람은 밤낮 구분이 없지만 언제 불지 얼마나 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신재생 발전이 증가하면 일반 발전기 발전량을 줄이고, 신재생 발전이 감소하면 일반 발전기 발전량을 늘려 수요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예측이 잘 되지 않는 신재생 발전의 증감에 단시간 내에 대응해야 하므로 출력의 증감이 용이한 발전기가 많이 필요합니다. 신재생의 비중이 높지 않은 지금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신재생 비중 증가를 목표로 하는 우리가 미리 대비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40년 넘었다고 다 노후 발전소 아니다

    발전설비는 정기적으로 정비하고 부품을 교체해가며 가동을 유지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40년을 넘겨 가동되는 발전소가 즐비한 것도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6월 가동 종료된 고리 1호기의 마지막 10년 가동 실적을 보면 다른 원전에 비해서 우수한 편입니다. 석탄발전소 100만㎾ 1기에도 1조원이 넘는 건설비가 소요됩니다. 오래된 자동차 수리비와 새 자동차 구입비를 비교해서 폐차와 신차 구입을 결정하는 것과 발전소 수명은 엄연히 다릅니다. 가동 30년이 된 발전소라고 해서 성능이 떨어지거나 수리에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는 않습니다. 가동 후 40년이 된 원자력발전소나 30년이 된 석탄발전소를 모두 노후 설비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아닌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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