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설계 72세 거장 "다음 목표, 1.6㎞ 바벨탑"

2020년 완공되는 제다 타워는 높이 1007m,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처음으로 높이 1km를 넘게 된다.
세계 초고층 1~3위 건물을 모두 설계한 에이드리언 스미스를 만나 보자.

    입력 : 2017.08.08 07:17

    [Weekly BIZ] 세계 초고층 1~3위 건물 설계한 에이드리언 스미스
     

    홍해를 낀 사우디아라비아 남서쪽의 항구 도시 제다. 수도 리야드에 이어 사우디 제2 도시로 불리는 이곳에 200억달러(약 23조원)짜리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공사 현장 중앙에는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높이 1007m, 167층의 제다 타워(Jeddah Tower)가 건설되고 있다. 제다 타워는 2013년 착공한 이래 올해 4월까지 높이 220m, 50층까지 올라갔다. 계획대로 2020년 완공되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처음으로 높이 1㎞를 넘어서는 건물이 된다.

    사우디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서는 제다 타워 완공이 그리 달갑지 않다. 두바이에 우뚝 솟은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828m)가 2010년부터 보유해온 세계 초고층 건물 순위 1위 자리를 내어주게 되기 때문이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하지만 부르즈 칼리파를 설계한 건축가 에이드리언 스미스(Smith·72)는 제다 타워가 하루 빨리 전체 모습을 드러내길 기대하고 있다. 제다 타워 역시 그가 설계했기 때문이다. 역시 그가 설계한 중국 우한(武漢)의 우한 그린랜드 센터(636m)가 내년 완공되면 2020년 세계 3대 초고층 건물 설계자가 모두 그의 이름으로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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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드리언 스미스 AS+GG 대표는 50여년간 수십개국에 그의 혼(魂)을 담은 건축물을 지어왔다. 그는 “내가 세상을 떠났을 때 사람들이 나의 대표작으로 부르즈 칼리파를 가장 많이 기억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카고=김남희 기자

    스미스는 세계 최고의 초고층 건물 설계자이다. 그는 미국 시카고 건축 회사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에서 40년간 건축가로 근무하며 세계 각국의 유명 초고층 건물을 설계했다. 1936년 창립된 SOM은 존 핸콕 센터(1969년 완공), 시어스 타워(1974년·현 윌리스 타워) 등을 설계하며 1970년 전후 시카고의 마천루 건설 붐을 이끌었다. 상하이 진마오 타워(1999년), 광저우 펄 리버 타워(2013년), 시카고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앤드 타워(2009년), 서울 타워 팰리스 3차(2004년) 등이 그가 SOM에서 일할 당시 설계한 건물이다. 그는 정년퇴직을 3년 앞둔 2006년 62세에 SOM을 떠나 동료 고든 길(Gill·53)과 시카고에 건축 회사 '에이드리언 스미스+고든 길 건축(AS+GG)'을 차렸다. "아직 할 일이 더 남았다고 느꼈다"는 것이 이유였다. 창업 후 몇 년 지나지 않아 제다 타워, 우한 그린랜드 센터,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엑스포 시티 2017 등 굵직한 설계 프로젝트를 따냈다.

    최근 시카고 AS+GG 본사에서 스미스를 만났다. 회사는 시내 상업지구에 있는 한 고층 건물 최상층(23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띄었다. 피아노 옆 오렌지색 가죽 소파에 앉아 기다렸더니, 잠시 후 거대한 체구의 스미스가 나타나 사무실로 안내했다. 은발과 어울리는 투명한 플라스틱 테두리 안경에 짙은 남색 셔츠 차림이었다. 사무실의 탁 트인 창 밖은 온통 고층 빌딩 숲이었다. 책상 곳곳엔 제다 타워와 부르즈 칼리파 등 그가 설계한 건축물의 모형과 설계도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그는 한 면은 영어, 다른 한 면은 중국어로 된 명함을 건넸다. 명함에 적힌 중국어 이름은 '愛荑安 史密斯(아이디안 스미쓰).' 그는 "원래 한국어 명함도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 다 떨어졌다"고 미안한 듯 말했다.

    제다 타워, 애초 1마일로 계획했지만…

    초고층 건물은 스카이스크레이퍼(skyscraper)나 마천루(摩天樓)라는 표현에서 보듯 하늘에 닿겠다는 인간의 열망을 담고 있다. 더 높은 건축물에 대한 도전은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할 만큼 오래됐다. 구약성서 창세기에는 기원전 인류가 높은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다가 신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바벨탑 이야기가 실려 있다. 20세기 들어 고층 건물을 안전하게 올리는 것이 가능해진 후에는 각국이 경제력과 국력을 과시하는 한 방법으로 초고층 건물 건설에 몰두했다. 단 몇 년간이라도 세계 최고층 건물 기록을 갖기 위해 불과 몇십 m 더 높은 건물을 짓고 여기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다.

    사우디아라비아 제2의 도시 제다는 520만㎡ 부지에 초대형 도시 개발 프로젝트인‘제다 경제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은 하늘에서 내려다본 제다 타워 조감도 /AS+GG·제다 이코노믹 컴퍼니

    초고층 건물을 향한 끝없는 열망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스미스는 "초고층 건물이 도시의 성공과 낙관적 미래의 상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은 도시의 랜드마크(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도시의 정체성을 표현해주고 그 도시를 느끼게 해주죠."

    그는 제다 타워를 예로 들었다. "사우디는 단지 오일 머니로 먹고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했어요.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나라 전체의 문화를 바꾸고 싶어했죠. 그래서 우리는 제다 타워가 새로운 탄생과 어울리면서 도시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건물이 되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제다 타워는 원래 높이 1마일(1.6㎞)의 '마일 하이' 건물로 계획됐으나, 제다 지역의 지반으로는 무리라는 판단이 나와 1㎞ 높이로 낮아졌다. 칠순을 넘긴 스미스는 "1마일 높이의 건물을 짓는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 작품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에이드리언 스미스의 설명을 들으며 회사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려니 세계일주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벽면과 테이블, 선반 곳곳에 각지에 건설됐거나 건설 중인 건축물 사진과 설계도, 모형이 오밀조밀 모여 있었다. 한구석에선 남자 직원 두 명이 3D 프린터로 현재 설계 중인 건물의 모형을 팔뚝만 한 크기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건축 계속하려 62세에 창업

    ―62세에 창업해 10년 넘게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전 직장인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의 은퇴 연령은 65세였는데, 마지막 3년은 현직에서 물러나 후배 양성을 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건축 설계에서 손을 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 40대 초반이던 동료 고든 길과 얘기 나눈 끝에 우리만의 회사를 시작해 보기로 했다. 2006년 둘이 회사를 차렸고, 곧 SOM 동료 한 명이 합류해 세 명이 됐다. 하지만 고객에게 100층짜리 건물 프로젝트를 다룰 수 있다는 신뢰를 주려면 세 명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일부러 널찍한 공간을 빌리고 첫해에 직원 40명을 채용했다.”

    ―바로 자리를 잡았나.
    “아니다. 처음 따낸 시카고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는 건축 허가까지 받았지만, 2007년 미국 경기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무산됐다. 다행히 바로 두바이 부동산 개발회사 ‘에마르 프라퍼티스’가 두바이에 지어질 부르즈 비스타(두 동의 타워로 이뤄진 고급 주상복합 건물) 설계를 맡겼다. 에마르는 부르즈 칼리파를 소유한 회사인데, 내가 SOM 근무 당시 부르즈 칼리파 설계를 맡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부르즈 비스타 덕분에 회사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 건물 역시 세계 금융 위기의 충격으로 한때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아직 완공되지 않았다.”

    ―현재 회사 규모는.
    “직원이 80명 정도다. 2008년 두바이 고층 건물 설계 여러 건을 한꺼번에 맡았을 때는 200명까지 늘었다. 당시 실제 필요 인원은 1000명이었지만, 직원 수를 급하게 늘릴 수 없어 시카고의 다른 건축 회사에 작업 일부를 맡겼다. 이후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직원을 차츰 줄였다. 지금은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80~120명이 일한다. 연 매출은 적게는 3000만달러, 많게는 8000만달러(약 920억원) 수준이다. 설립 10여년 된 건축 회사치고는 괜찮은 편이다.”

    타워팰리스 덕에 부르즈 칼리파 수주

    ―중동 프로젝트를 많이 맡았는데.
    “2000년대 초 서울 타워 팰리스 3차의 설계를 한 것이 중동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타워 팰리스 3차는 도중에 73층으로 바뀌었지만, 애초 설계는 92층이었다. ‘어떤 형태로 지어야 할까, 한국에 적합한 형태는 뭘까’ 고민하다가 시카고 레이크 포인트 타워를 떠올렸다. 이 건물은 3개 방향으로 건물이 뻗어나가는 삼각대 구조다. ‘Y’자처럼 보이는 이 구조는 초고층 주거용 건물에 적합하다.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모든 방향에서 전망이 뛰어나고 바람도 잘 견뎌낸다. 타워 팰리스 3차에 ‘Y’자 형태를 적용한 뒤에 이 구조가 초고층 건물 설계에 최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부르즈 칼리파는 타워 팰리스 3차의 구조를 발전시킨 것이다. 단면은 ‘Y’자 구조인데 층이 높아질수록 단면 면적이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건물 상층부에는 이슬람 돔 양식도 반영했다. 설계 공모가 2003년 시작됐고 프로젝트 수주 후 2006년까지 모든 설계를 끝냈다. 부르즈 칼리파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이후 중동에서의 설계 수주가 이어졌다.”

    ―2020년엔 제다 타워가 부르즈 칼리파를 누르고 세계 최고층 건물이 된다. 제다 타워 설계는 어떻게 맡았나.
    “2009년 초 회사에서 1마일(1.6㎞) 높이 ‘마일 하이’ 건물 모형을 만들었다. 부르즈 칼리파보다 더 높은 건물을 짓는 게 가능할지, 그 안에서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알아보려던 것이었다. 마침 그해 6월 제다 타워 설계 공모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콘 페더슨 폭스 어소시에이츠(KPF), 펠리 클라크 펠리 아키텍츠, 포스터+파트너스, SOM 등 초고층 건물 설계로 이름 난 8개 회사가 집결했다. 경쟁이 정말 치열했다. 우린 부르즈 칼리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거의 모든 인력을 고용했다. ‘부르즈 칼리파를 탄생시킨 사람들이 모두 모였는데, 제다 타워라고 못하겠어?’라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결국 우리가 따냈다.”

    ―제다 타워 발주사에서 특별히 요구한 것이 있었나.
    “제다 타워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 프로젝트다. 발주사는 사우디가 친근한 이미지의 국가,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기를 원했다. 석유가 바닥나도 산업화된 국가로 계속 성장할 수 있길 바랐다. 제다 타워에 이런 의지를 심으려 했다. 나는 이를 새로운 탄생과 성장이란 이미지로 연결하고 싶었다.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가 야자수다. 야자수 잎이 돋아나 옆으로 갈라져 뻗어나가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새 생명이 싹 트고 에너지가 뿜어 나오는 느낌이 들도록 구상했다.”

    제다는 이슬람 제1의 성지 메카로 가는 길목에 있다. 제다에서 메카까지는 차로 1시간쯤 걸린다. 메카로 성지순례를 떠나는 사람 대부분이 제다를 지난다. 스미스는 “제다 타워는 성지순례자에게 환영 인사를 전하는 표지물”이라고 했다. 제다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알왈리드 빈 탈랄 빈 압둘라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왕자도 “제다 타워는 메카로 향하는 관문인 제다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시카고=김남희 기자

    초고층 건물 서면 주변 땅값 올라

    ―SOM에서는 언제부터 고층 건물 설계를 접하게 됐나.
    “처음엔 주어진 일은 뭐든 다 했다. 하지만 SOM이 고층 건물 설계로 유명한 회사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접하게 됐다. SOM 초창기 내 멘토는 존 핸콕 센터(100층), 윌리스 타워(옛 시어스 타워·108층) 등을 설계한 브루스 그레이엄이었다. 그와 일하면서 고층 건물 설계에 대해 차근차근 배워 나갔다.”

    ―처음 설계한 초고층 건물은.
    “상하이의 진마오 타워(1999년 완공)다. 건물 설계를 위해 1993년에 처음 중국에 갔다. 중국에서 그 정도 대규모 건물 프로젝트가 발주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매우 중요했다. 당시 고객사는 중국에는 그런 건물을 지어낼 만한 건축 회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설계·건설·감독 등 모든 분야에 참여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초고층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주변 지역의 가치가 높아진다. 1969년 완공된 시카고 존 핸콕 센터는 주변에 20층짜리 건물들만 있을 때 건설됐다. 지금 존 핸콕 센터는 고층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다. 요즘은 초고층 건물 개발사들이 건물 주변의 토지까지 함께 사두기 때문에 건물 주변 부지를 활용해 계속해서 돈을 벌 수 있다.

    진마오 타워는 상하이 푸둥(浦東) 지역 개발의 일부였다. 처음에 이곳은 허허벌판 부두였다. 첫 초고층 건물인 진마오 타워가 세워지고 주변 부동산 가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푸둥에는 초고층 건물 3채(진마오 타워, 상하이 타워, 상하이 세계금융센터)가 모여 있는데, 이런 초고층 건물 3채가 모여 있는 곳은 드물다.

    홍보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있는 도시에 가면 한번쯤 그 건물에 가보고 싶어 한다. 특히 그 건물의 디자인이 매력적이라면 말이다. 부르즈 칼리파의 124층 전망대는 매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한 해 1억달러 이상 수익을 창출한다. 두바이라는 도시 자체도 더 활짝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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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상하이 진마오 타워. /AS+GG·제다 이코노믹 컴퍼니

    설계 때 그 지역 문화 가장 중시

    ―초고층 건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 설계 철학은 건물에 해당 지역의 문화와 지역적 맥락을 반영하는 것이다. 초고층 건물은 특정 도시의 랜드마크가 된다. 사람들이 그 도시에 부여하는 정체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인 것이다. 시카고의 건물들은 실용적이고 엄격한 느낌이 든다. 뉴욕은 공연·예술 중심지로 도시가 활기차다. 뉴욕에는 열기와 생동감을 뿜어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크라이슬러 빌딩 같은 건물이 즐비하다. 도시 문화에 따라 접근법이 다른 것이다.”

    ―진마오 타워를 보면 동양적 느낌이 드는 것도 그런 이유에선가.
    “나는 오랫동안 건축물이 지어지는 지역의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건물이 서있을 도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1988년 덩샤오핑은 상하이 푸둥 지역의 진마오 타워 부지에 서서 ‘푸둥이 아시아의 월스트리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가슴에 담았다. 상하이와 중국에만 있는 상징을 담은 랜드마크를 설계하고 싶었다. 진마오 타워를 보면 중국의 전통 탑이 떠오르지 않나? 중국의 탑은 작은 마을에서 만남의 장소로 쓰인다. 친근함이 있다. 중국의 첫 초고층 건물에 사용하기에 적절한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현대적 기술과 건축 자재를 써서 재해석했다.”

    ―그 이외에 또 어떤 상징을 넣었나.
    “진마오 타워는 88층 건물이다. 처음 고객사가 찾아왔을 때 나는 왜 88층 건물을 짓길 원하는지 물었다. 88층짜리 건물 하나 대신 50층짜리 업무동과 38층짜리 호텔을 지으면 비용도 덜 들고 더 빨리 건설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8이 행운의 숫자이기 때문에 88층 건물을 원한다’는 답을 들었다. 중국 문화에서 숫자 8의 의미를 알게 된 후로 건물의 외곽 복합 기둥을 8개로 구성하는 등 8과 관련된 요소를 많이 반영했다.(이 외에도 높이와 너비 비율이 8대1이며, 중심부의 단면이 8각형이다.) 많은 건물이 몇 년 지나면 잊히지만, 진마오 타워는 여전히 상하이와 중국 전체에서 큰 의미를 갖는 건물이다.”

    /AS+GG

    “롯데월드타워 한국 랜드마크? 글쎄”

    ―건물을 디자인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
    “모든 건물엔 맥락이 있어야 한다. 맥락은 광범위하다. 문화적 영향일 수도 있고 건물에 들어가 살게 될 사람들의 성격일 수도 있고 바람이나 태양 등 기후가 될 수도 있다.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이라면 풍력 터빈으로 바람을 거둬들여 전력으로 쓸 수 있다. 중국 광저우의 펄 리버 타워가 그 예다. 서울 여의도 FKI(전국경제인연합회) 타워에서는 다른 건물에 가려지지 않는 부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최근 한국 최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555m· 123층)가 문을 열었다.
    “롯데월드타워의 가장 큰 문제는 건물에 영혼(soul)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서울의 문화와 잘 연결되지 않는다. 서울이라야만 어울리는 건물이어야 하는데, 세계 어디에다 갖다놓아도 크게 상관 없는 건물 같다. 롯데월드타워가 서 있는 곳의 지역적 특색이나 문화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다른 문제는 롯데월드타워는 독립적 건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롯데센터에 둘러싸여 있어 건물로 들어가려면 쇼핑센터를 꼭 통과해야 한다. 롯데월드타워가 한국의 랜드마크가 될지는 잘 모르겠다.”

    초고층 건물 왜 짓냐고?
    희망적 미래 상징하니까

    높이 1마일 건물
    꼭 도전하고 싶다

    ―건축 경력이 50년이 넘는다. 여전히 어려운 점을 꼽는다면.
    “다음 프로젝트를 따내는 것이다. 끊임없이 밖에 나가서 회사를 대표하고 나를 알리고 프로젝트를 얻어내야 한다. 오래 일이 없으면 좋은 직원을 잃을 수 있다. 회사가 계속 굴러가게 하는 것이 늘 큰 과제다. 설계 시작부터 건물이 완성되기까지는 적어도 몇 년이 걸린다. 일을 완수하려면 믿음이 필요하다.”

    ―다음 목표는 뭔가.
    “높이 1마일(1.6㎞) ‘마일 하이’ 건물을 짓고 싶다. 이미 1950년대에 시카고의 유명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가 1마일 높이 건물의 스케치를 공개한 적이 있다. 구조적, 기술적 측면에서 1마일 높이 건물은 실현 가능하다. 가능한 여건이 갖춰지면 1마일 높이 건물에 꼭 도전해보고 싶다.”




    Knowledge Keyword

    초고층 건물 분류
    초고층 건물 정보를 집계·발표하는 미국 고층건물위원회(ctbuh)는 '초고층 건물의 명확한 정의는 없다'고 밝힌다. 주변 건물과의 상대적 높낮이, 높이와 너비 비율, 높이와 관련한 특정 기술 적용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높이 300m이상은 '수퍼톨(supertall)', 600m이상은 '메가톨(megatall)' 건물로 구분해 부르기도 한다. 2017년 6월 말 기준으로 세계에 수퍼톨 건물은 117개, 메가톨 건물은 3개(부르즈 칼리파, 상하이 타워, 마카 로열 클락 타워)가 있다.

    초고층 건물 측정
    CTBUH에서 초고층 건물 높이를 측정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시작점(건물이 지상과 닿는 가장 낮은 곳. 경사면에 세워져 있으면 가장 낮은 쪽이 기준)에서 꼭대기 건축 구성물까지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첨탑은 포함되지만 안테나·깃대는 제외된다. 둘째는 건물 안에 사람이 거주하는 곳까지, 셋째는 첨탑·안테나·깃대 등을 모두 포함해 건물의 가장 높은 부분까지를 재는 방법이다. 현재 CTBUH는 첫째 방법으로 '세계 최고층 건물' 순위를 매긴다.

    건축 설계, 구조 설계, 시공
    건축은 건축 설계, 구조 설계, 시공의 세 과정으로 나뉜다. 건축 설계자는 건물의 형태와 모양을 디자인한다. 구조 설계자(엔지니어)는 건물의 무게나 바람 영향 등을 감안해 건물이 실제로 지어질 수 있도록 구체화한다. 시공사는 건설을 담당하는 회사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세계 최고층 건물 부르즈 칼리파는 '스키드모어 오윙스 앤드 메릴(SOM)' 소속이었던 에이드리언 스미스가 건축 설계를 맡고 구조 설계는 SOM, 시공은 삼성물산과 베식스, 아랍텍 컨소시엄이 맡았다.

    초고층 건물 엘리베이터
    엘리베이터는 초고층 건물 내부의 주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건물이 계속 높아지려면 더 빨리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나와야만 한다. 이용자들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려 주는 시간에 한도가 있기 때문이다. 건물의 높이 경쟁만큼 엘리베이터 속도 경쟁도 치열하다. 지하 5층, 지상 128층의 상하이 타워엔 106대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1초에 20.5m를 올라갈 수 있다. 지하 2층에서 전망대가 있는 118층까지 55초면 충분하다.



    *이 기사 전문은 7월8일자 조선일보 WEEKLY BIZ에서 볼 수 있습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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