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0원' 회사에 과감히 1조원 지른 남자

마크 저커버크 페이스북 창업자가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를 발표했을때 당시 안팎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1억명의 인스타그램 가입자가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현재 4개월이다.
인스타그램이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린 비결은 뭘까.

    입력 : 2017.07.17 07:51

    [WEEKLY BIZ]4개월 만에 사용자 1억명 늘린 인스타그램 성장 비결
     
     

    케빈 시스트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
    '매출 0, 직원 수 13명의 회사를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나 주고 산다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2012년 4월 사진·동영상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 인수를 발표했을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인스타그램이 3000만명의 사용자 외에는 아무것도 볼 게 없는 회사인데, 쓸데없이 많은 돈을 들여 샀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인스타그램의 미래 가치를 알아본 저커버그의 판단력은 틀리지 않았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의 사용자 수(월간 실사용자 기준)는 7억명을 돌파했다. 1억명의 가입자가 늘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도 6개월(5억명→6억명)에서 4개월(6억명→7억명)로 점점 짧아지고 있다. 스냅챗 등 경쟁 서비스의 추격에도 사진·동영상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중에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가입자 수를 빠르게 늘리는 비결은 뭘까. 인스타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케빈 시스트롬(Systrom·33)의 경영 전략이 열쇠를 쥐고 있다.
    시스트롬 CEO는 2010년 10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일상의 순간을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을 출시했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에 회사를 페이스북에 매각했다. 매각 협상 당시 인스타그램의 독립 경영을 보장받았고 매각 이후에도 CEO를 맡고 있다.
    1. 개개인의 과시욕을 자극하다
    /조선일보DB
    인스타그램에는 매일 1억건 이상의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온다.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필터 등의 기능을 활용,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을 예쁘게 편집해 올린 다음 다른 사용자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사용자들이 누르는 '하트' 개수가 게시물의 인기를 알려준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진은 가족·친구와 공유하는 일상부터 유명 맛집, 여행, 취미 활동 등 다양하다. 인스타그램은 자신을 표현하는(express) 공간인 동시에 남들에게 과시하는(impress) 공간이다. '쉑쉑버거'로 알려진 쉐이크쉑의 랜디 가루티 CEO는 과거 WEEKLY BIZ 인터뷰에서 "멋진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었다는 '인증샷'을 SNS(인스타그램)로 자랑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진 것이 쉐이크쉑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남의 생활을 들여다보는 것도 이제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내 일상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욕구도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파비카 셸던 미 앨라배마대 교수는 지난해 대학생 239명을 조사해 발표한 논문에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인스타그램을 쓰는 주된 요인 중 하나"라고 했다.

    2. 기업에 마케팅 판을 깔아주다
    인스타그램이 시각적 효과가 큰 SNS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싶어 하는 기업들의 광고 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비즈니스 사용자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즈니스 프로필(기업용 계정)'로 무료 전환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로필로 전환하면 계정 설명에 이메일 보내기, 전화하기 등의 기능을 추가하고 팔로어(구독자)의 위치 정보 등을 확인해 타깃 고객층을 정할 수 있다. 비즈니스 프로필 계정은 지난해 8월 도입된 이후 800만개를 넘어섰다. 비즈니스 프로필을 만들기 위해선 페이스북 페이지도 갖고 있어야 하기에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는 분석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돈을 내고 광고를 싣는 광고주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광고주(월간 기준)는 지난 3월 100만을 돌파, 1년 전과 비교해 5배나 증가했다. 나이키, 월트디즈니 같은 기업들이 인스타그램 광고에 적극적이다.
     3. 경쟁사의 좋은 기능을 즉각 모방하다
    인스타그램은 경쟁사가 개발한 기능이라도 사용자 반응이 좋으면 과감히 채택한다. 지난해 8월 도입한 '스토리(Stories)'는 스냅챗이 먼저 출시한 '스토리'와 이름도 같고 작동 방식까지 비슷하다. 사용자가 사진과 동영상으로 자신의 일상을 24시간 동안만 공개하는 기능이다. 시스트롬 CEO는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멋지게 다듬어진 사진을 하루에 딱 한 번 올리는 게 아니라, 더 자주, 더 자유롭게 공유하길 원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10~20대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스냅챗 스토리 기능이었다. IT 매체 더버지는 인스타그램의 스토리를 "(스냅챗 스토리와 비교해) 거의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현재 1일 사용자가 2억명 이상으로, 스냅챗 스토리 사용자보다 더 많다. 시스트롬 CEO는 "스냅챗이 스토리라는 포맷을 탄생시키긴 했지만, 이 포맷을 기존 서비스에 어떻게 반영할지가 더 중요하다"며 "스토리 기능을 추가한 후 사용자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달 관심 있는 게시물을 분류해 저장하는 '컬렉션' 기능을 추가했다. 이 역시 핀터레스트와 유사한 기능이다. 핀터레스트는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다시 보고 싶은 이미지를 자신의 계정에 모아두고 볼 수 있는 SNS다.
    4. 이용 방법은 단순하고 쉽게
    현재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80%는 미국 외 지역에 거주한다. 인스타그램이 미국을 넘어 세계 각국의 사용자를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단순함'이다. 서비스 가입 후 사진을 올리는 과정이 매우 단순하고 쉽다. 인스타그램은 이런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 형태로만 올릴 수 있었던 사진의 제한을 풀었다. 또 한 번에 단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여러 장의 사진을 사진첩처럼 올릴 수 있게 했다. 다른 사용자의 게시물이 내 피드(창)에 보이는 방식을 시간 순서에서 나와 연관성이 높은 게시물을 먼저 보여주도록 알고리즘을 바꿨다. 시스트롬 CEO는 "필요한 변화를 신중하게 결정해 최대한 빠르게 실행하는 것이 인스타그램을 훨씬 더 크게 키울 수 있는 방법이란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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