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소주’에 빠진 위화

허삼관 매혈기, 제7일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위화 작가.
그 작가가 쓴 술 이야기는 어떨까.
그것도 바로 아프리카의 뜨거움이 깃든 '노르웨이 소주' 이야기다.

  • 한은형 소설가 
  • 편집=박은혜

    입력 : 2017.06.30 06:57

    [한은형의 탐식 탐독]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책 사진.

    위화(余華)의 팬이 되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를 읽다가였다. 누군가의 팬을 자처하는 데 결코 적극적인 사람이 아닌 나는 이 책을 읽다가 여러 번 경탄했고, 질투를 느꼈고, 항복해버렸다.

    그러고는 국내에 나와 있는 위화의 책 전권을 사들였다. 꽤 오래전에 읽었던 그의 소설은 뭔가 나와 맞지 않았고, 나는 이 사람이 좀 투박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의 책을 더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상태로 계속 머무르고 말았다면?’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맛있다는 거다. 소설가, 그것도 일급의 소설가가 쓴 산문을 읽는 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향락인데, 이 글을 읽는 시간이 그랬다. 나는 위화의 말맛에 빠져 이 책을 읽는 내내 군침이 돌았고, 배가 고팠고,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맛있는 그 무엇을 떠올렸고, 그것들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이 책에 먹는 이야기에 대한 글이 몇 개나 있는지 헤아려보았던 것인데, 딱 하나였다.

    LINIE.

    ‘술 이야기’라는 글이다. 위화가 노르웨이 갔을 때 노르웨이 사람으로부터 ‘정통’ 노르웨이 밥과 ‘정통’ 노르웨이 술을 얻어먹은 이야기다. 햄을 내놓으며 가게 주인은 그것을 손으로 비벼서 덥힌 뒤 먹으라고 한다. 또 주인은 이런 음식들은 찬 성질을 지니고 있으므로 콩으로 빚은 노르웨이 소주와 함께 먹어야 한다며 술을 내놓는다. 그다음 주인의 말이 걸작인데, 이 노르웨이 소주에 아프리카의 뜨거움을 깃들게 하기 위해 이 술은 배에 실려 적도까지 내려갔다 올라왔다는 것이다. 아, 나는 여기까지 읽다가 숨을 멈추고, 배에 실린 노르웨이 소주라도 된 듯이 잠시 고개를 까닥까닥했다.

    그 술을 마시는 위화 자신을 위화는 이렇게 표현한다. “나는… 아프리카의 뜨거움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위화의 위에는 아프리카의 뜨거움 대신 북극의 차가움이 나타나고, 그는 그 추운 노르웨이에서 몇 곱절로 사무치는 한기를 느꼈던 것. 벌벌 떨며 위화는 의심한다. 이 술이 뱃사람들의 근무태만으로 적도가 아니라 북극 쪽에 다녀온 것은 아닌지.

    기가 막힌 이야기 아닌가? 이 노르웨이 소주의 정체를 알아냈다. LINIE. ‘리니에’라고 해야 할지 ‘리니아’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뜻이 놀라웠다. ‘적도’라는 뜻이다. 19세기 중반, 배에 실려 따뜻한 대륙으로 팔려갔던 노르웨이 소주의 재고가 남아 노르웨이로 되돌아왔는데 그 술의 맛이 기가 막혔던 것.

    그때부터 이쪽 사람들은 일부러 술을 배에 실어 적도를 넘어갔다 넘어오게 해서 숙성시킨다. 어떤 술 백과사전은 리니에를 이렇게 서술한다. “열대를 통과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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