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정책은 소수 탈핵파가 만든 것, 전문가 의견 들어주길”

새 정부의'탈원전' 추진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탈원전 정책은 소수 탈핵파가 만든 잘못된 판단의 결과라고 말했다.

    입력 : 2017.06.23 07:56

    [인터뷰] '탈원전’ 반대 성명서 주도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지난 6월 7일 서울대 공대에서 만난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탈원전(脫原電)’ 추진이 산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지난 정부들이 추진한 원전 건설·유지 계획들과 충돌하면서다. 당장 지난해 6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 28%인 신고리 5·6호기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이하 국정위)의 공사 중단 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고, 오는 6월 18일 국내 최초로 폐로될 예정인 고리 1호기가 있다.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중단하라며 행정소송을 한 경주 주민들에게 패한 원안위가 항고한 사건 역시 늦어도 7월 중 내려질 서울고법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6월 1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에서 서울대·KAIST·부산대 등 전국 23개 대학 에너지 전공 교수 230명이 성명서를 냈다. ‘책임성 있는 에너지 정책수립을 촉구하는 교수 일동’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교수들은 성명서를 통해 “소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식으로 진행하는 제왕적 조치는 원자력계 모두의 사기와 공든 탑을 허물고 나아가 국가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날 성명서를 직접 제안하고 주도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국내 원자력 학계에서는 서울대가, 산업계에서는 한양대가 두각을 나타내왔다. 주 교수는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퍼듀대학교 대학원에서 원자핵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에서 14년간 일한 뒤 2004년 모교로 돌아와 2009년 교수로 임용됐다. 2015년에는 미국 원자력학회 석학회원에 선정됐다. 최근 4년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과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 6월 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공과대학에서 주한규 교수를 만났다.

    - 성명서는 어떻게 내게 됐나.
    "지난 화요일(5월 30일)에 국정위에 대한 원안위 보고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국정위가 결정할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금요일(6월 2일)에 산업부와 한수원이 계획을 보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금요일 보고 전에 성명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급박하게 중단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수요일(5월 31일) 하루 만에 교수들을 모아 성명서를 만들었다. 마침 같은 날 정오에 서울대 공대 교수 전체회의가 있어 거기서 짧게 취지를 발표한 뒤 가까운 사람에게는 직접 설명을 했다. 의견에 금방 수긍하는 사람이 많았다. 단지 원자력 문제뿐 아니라 정부의 성급한 일방통행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분이 많았다. 전문가 100명가량이 모인 카톡방이 만들어졌고, 다음날 230명의 이름을 담은 성명서를 낼 수 있었다. 230명의 명단은 각 언론사 담당 기자들에게 전달했다.”

       - 국정위와 정치권 반응은 어땠나.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의 산업부와 한수원의 보고를 듣기 전 입장은 ‘우선 중단 후 검토’였다. 재개할 가능성은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업부·한수원 보고가 끝난 뒤 국정위의 입장이 ‘일단 계속 후 검토’로 바뀌었다. 실제로 정지를 하려면 법적 근거가 없다. 현장에서의 어려움도 상당하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의 설명이 주효했던 것 같다.”

    -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보나.
    "원자력 관련 전문가가 아닌, 소위 ‘탈핵(脫核)’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들었다. 중장기 전력수급 계획에 따라 짓기로 예정된 원전을 짓지 않고, 운영기한이 만료된 원전은 연장하지 않고 정지시키면서 40년 뒤에 모든 원전을 없앤다는 것이 현재의 탈핵정책이다. 이런 정책이 만들어진 기저에는 탈핵 진영의 일방적 주장이 있었다. 원전에 대한 왜곡된 사실로 인해 국민 여론이 돌아선 것, 잘못 알려진 사실들이 있는데 여기에 기반을 두니 잘못된 판단이 나오는 것이다.”

    주 교수가 말한 탈핵 진영은 원전 다수가 몰려 있는 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과 환경운동연합 등 반핵 환경단체를 일컫는다.

    - 원전에 관해 잘못 알려진 인식은 무엇인가.
    "첫째,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과장됐다. 원전에 대해 흔히 갖는 두려움이 지진으로 인한 파손 위험성이다. 특히 최근 경주에서 지진이 계속되면서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전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만큼 지진에 약하지 않다. 거꾸로 질문해 보자. 후쿠시마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지진이라고 생각하는데 지진 아닌가.
    "흔히 지진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후쿠시마 발전소 사고의 원인은 지진으로 인해 발생한 쓰나미(Tsunami·지진해일)였다. 당초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동해안의 여러 원전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모든 원전이 지진은 잘 견뎌냈다. 문제는 쓰나미였다. 제1발전소가 쓰나미로 인해 침수된 게 사고의 이유였다. 우리나라에도 쓰나미가 온다면 원전이 위험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쓰나미가 온 적이 있나.”

    - 원전이 위험한 것은 사실 아닌가.
    "원전을 산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건 1960년대 후반이다. 50년간 전 세계 약 580개의 원전이 건설돼 운영됐다. 여태까지 지진으로 인해 원전 사상자가 발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체르노빌은 천연우라늄과 흑연 감속재를 이용한 원전이라는 점에서 애초에 설계부터가 위험했다. 일본에도 내진설계 기준보다 강한 지진이 와도 원자로는 잘 견뎠다. 이러한 예는 세계적으로 부지기수다. 기록으로 보면 원전이 지진에 약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문제는 인식이다. 경주 지진이 동일본 대지진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작년에 개봉한 영화 ‘판도라’가 기름을 부었다.”

    - 잘못 알려진 다른 인식은 무엇이 있나.
    "둘째는 탈핵이 세계적 흐름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탈핵하는 나라는 독일·벨기에·스위스·대만·이탈리아 5개국뿐이다. 1990년 국민투표로 탈핵을 결정한 이탈리아는 원래 원전이 4기였다. 4기 용량을 다 합쳐도 신고리 한 기 수준이었다. 없어도 여파가 적다. 다른 나라들도 한 나라당 4~6기 정도의 원전이 있었다. 원전으로 생산하는 전력의 양이 적다. 25기의 원전을 가진 우리나라와 비교가 안 된다."

    -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중국은 현재 원자력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이미 36개가 있는데 20개 이상을 짓고 있고 최근 11개국에 수출도 한다. 인도도 스스로 개발한 가압중수로 원전 10기를 짓는 공사를 최근 정부가 승인했다. 영국도 과거 탈원전을 추진하다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기자 신규로 원전 13기를 다시 건설하려고 추진 중이다.”

    - 정권이 바뀌면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시스템과 인적구성도 바뀔 텐데.
    "최근 개편된 정부조직법은 원안위를 기존과 같이 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으로 봤다.(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에서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격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는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시키고 위원장도 장관급으로 둬 청문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사람을 위원장으로 뽑는 것이다. 현재 원안위 위원은 비상근직이다. 상근직으로 위원을 뽑아 원자력 안전의 최고 전문가가 자부심을 갖고 전념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줘야 한다. 지금은 원안위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잘 모르는 분들이 며칠 전에 자료를 받고 참석하면 설명 잘하는 사람 의견에 따라간다. 판단을 하려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현재는 전문가라 해도 완전히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수와 권한을 보장해주고, 가장 중요한 건 외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해야 선진적 안전규제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 선진국의 경우는 어떤가.
    "미국의 경우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있다. 5인의 커미셔너(comissioner)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이 임명하고 명예로운 자리로 여긴다. 커미셔너들은 자기 사무실이 있고 직원들도 있다. 물론 상근직이다. 그만큼 원전 안전에 전념할 수 있다. 원안위가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갖춰놓으면 한수원 등도 안전규정에 맞춰 안전계통 절차를 보완할 것이다.”

    - 2013년 한수원 비리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기도 했었다.
    "당시 ‘원전 마피아’란 말이 유행했는데 ‘끼리끼리 뭉치면서 이권을 나눠 먹는다’는 의미였던 걸로 안다. 내가 입학할 당시 원자핵공학과가 있는 학교가 서울대·한양대·경희대·KAIST 4곳뿐이었다. 학교별 졸업생이 많으면 30명이었고 적을 땐 15명이었다. 사람이 얼마 없으니 서로 다 안다. 사회에 진출해서도 업계가 같으니 정보를 주고받는 정도지 결탁해 이권을 추구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한수원 납품비리 사건이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전에 일어났는데, 그때는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세계적으로 대규모 원전 사고가 없어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특히 일반 업자들에겐 없었다. 지금은 이제 다들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 않다. 물론 원전과 관련된 납품 비리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 그렇다면 대안이 있나.
    "‘원인 원아웃(One-in, One-out).’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니 오래된 원전 하나를 중지하고 신형 원전을 하나 넣는 것이다. 안전도와 발전용량은 늘어나고 위험성은 줄이는 것이다. 우리도 원자력발전 규모를 무조건 확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반감도 고려해야 한다. 원전 개수를 유지하면서 점차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합리적 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원전을 한 번에 없앤다면 원전과 관련된 수많은 서플라이 체인, 수만 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 정부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연락이 있었나.
    "아직은 없었다. 탈핵 진영의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대(大)토론회를 하자’고 제안한 것은 보도를 통해 접했다. 우려되는 것은 ‘일단 탈핵정책 기조를 유지하며 세부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현 정부와 여당의 공식입장이라는 점이다. 우리 원자력계에서 충정 어린 말을 국정위에 하는데 잘 듣지는 않는 것 같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61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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