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학여행 옛날 수학여행

  • 강재남 서울 중계중학교 교사 
  • 편집=오현주

    입력 : 2017.06.18 11:20

    [두 개의 窓 | 교사의 窓]
     

    최근 3학년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갔다왔다. 모든 교사들이 느끼는 바이지만 수학여행 인솔교사는 고단하다. 교사들이 모든 일정을 학생들과 같이 다니면서 관광도 하고 체험활동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이 고되고 사고 가능성도 있어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 게다가 요즘은 한 학년이 같은 여행 코스, 같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끔찍했던 세월호 사건처럼 한 학년 전부를 잃을 수 있는 사고를 막자는 취지인데, 두세 반씩 쪼개어 여행하는 일은 답사 준비부터 몇 배의 수고와 절차가 필요하다.

    그러나 수학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에 모든 걱정이 사라졌다. 수학여행 프로그램 운영 회사에서 파견한 조교들이 각 반에 두 명씩이나 배치돼 처음부터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가. 듬직해 보이는 조교 청년들은 한 명은 인솔 도우미, 또 한 명은 학생들 숙소를 밤새 지키는 불침번이라고 했다.

    /조선일보DB

    우리 팀 학생들이 제일 먼저 향한 곳은 강원도의 한 워터파크였다. 요즘 학생들은 수학여행 갈 때도 배낭이 아니라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 워터파크에서 수영복을 갖춰 입고 나타난 학생들을 보니 휴대폰을 넣는 방수비닐팩을 목에 두르고 아쿠아슈즈까지 신은 아이들이 여럿이었다. 30여년 전 학교에서 단체로 수영장을 갔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남녀 학생들이 수영복을 입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끄러워하면서 따로 놀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놀았다. 아이들은 비수기라 널찍한 워터파크에서 그야말로 원없이 놀이기구를 즐기며 좋아했다. 우리는 거의 모든 식사를 숙소의 카페 겸 식당에서 해결했는데 뷔페식으로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은 가짓수가 10가지가 넘었다. 식당 한쪽에 동네 어르신들의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식당이 운영된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실제 식당 서비스나 음식 마련을 동네 노인들이 담당하는 것 같았다.

    또 30년 전의 수학여행이 떠올랐다. 그 시절 수학여행 식사의 주 메뉴는 된장국과 카레라이스였다. 점심 도시락 반찬은 여관에서 싸준 멸치조림, 어묵볶음과 단무지가 전부였다. 벽지가 찢어진 휑한 여관방에 20~30명이 함께 잤고, 자유시간에는 서울에서부터 들고 온 큰 카세트를 틀어놓고 미치도록 춤추며 놀았다. 베개싸움으로 남은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잠들기 일쑤였는데 밤 사이에 누군가가 빨간 소독약으로 얼굴에 낙서를 해서 하루 종일 벌건 얼굴들로 다녀야 했다.

    수학여행 이틀째, 동해 바다를 끼고 레일바이크를 타는데 한 학생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틀었다. 아이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각자의 휴대폰으로 자기 모습을 찍어 서울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보내느라 바빴다. 분홍색 한복 반티를 입고 단체사진을 찍은 후 남학생들은 해변에서 족구를 하였고 여학생들은 산책을 하거나 둥글게 앉아 게임을 했다. 그날 저녁 U-20 축구경기가 있었는데 학생들은 치킨을 시켜놓고 텔레비전 앞에서 함께 응원했다. 그냥 잠들기가 아쉬운 여학생 몇 명이 남학생 숙소 앞에서 조금만 더 같이 놀자고 조르는데도 남학생들은 휴대폰을 쳐다보느라 반응이 없었다. 요즘 수학여행에는 30년 전과 같은 광란의 군무도, 장난도 없었다. 오랜만에 따라가 본 요즘 수학여행은 의외로 차분하고 ‘시크’했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60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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