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도 반한 전세계 치킨 브랜드가 되다

2002년까지 대구에서 닭갈빗집을 운영하던 서진덕 본촌인터내셔날대표
그는 이제 저커버그도 맛있다고 반한 글로벌 치킨 브랜드 CEO가 되었다.
치킨의 현지화에 기울인 노력이 꽃을 피운 셈이다.

    입력 : 2017.06.17 09:45

    [Interview 서진덕 본촌인터내셔날 대표]
     

    /이코노미조선

    ‘대구에서 닭갈빗집을 운영하던 청년이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반해버린 세계적인 치킨 프랜차이즈 창업자가 됐다.’

    미국·필리핀·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쿠웨이트 등 전 세계 9개국에 223개 매장(3월 기준)을 거느린 서진덕 본촌인터내셔날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본촌치킨은 바삭한 튀김에 매콤달콤한 소스가 조화를 이룬 한국식 치킨으로 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2012~2014년 3년간 연평균 매출이 300% 넘게 성장하면서 미국 언론의 찬사도 이어졌다. 워싱턴포스트는 ‘워싱턴D.C.에 살면서 꼭 가봐야 할 음식점 40곳’ 중 하나로 본촌치킨을 꼽으면서, 막내를 임신했을 때 앉은 자리에서 몇 박스를 혼자 먹어치웠다는 임산부의 이야기를 곁들였다.

    페이스북, 구글 본사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본촌치킨 서니베일(Sunnyvale)점에는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수행원들과 함께 식사하러 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 대표는 2002년, 부산 해운대의 33㎡(약 10평) 남짓한 가게에 본촌치킨을 창업하기 전까지 대구 계명대 인근에서 닭갈빗집을 경영하며 닭요리 전문가로 내공을 쌓았다. 초반에는 손님이 없어 자동차 영업사원으로 ‘투잡’을 뛰면서도 재료와 소스에 대한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은 것이 이후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본촌치킨 미국 1호 매장은 2006년 뉴욕 플러싱 메도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11년 만에 미국 본촌치킨 매장은 57개로 불어났다. 서 대표를 부산 기장군에 있는 본촌인터내셔날 한국 사무소에서 인터뷰했다.

    미국 본촌치킨 매장의 식사 모습. /본촌인터내셔날

    프라이드 치킨 종주국인 미국에서 치킨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KFC를 비롯한 미국의 주류 치킨 매장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맛으로 승부한 것이 통했다. 독창적인 것일수록 반응이 좋으면 입소문은 빨리 퍼지게 돼 있다. 물론 독창적인 맛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10개의 매장을 오픈하는 것보다 한 개의 매장이라도 문을 닫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더 중요하다. 그래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 해도 ‘나는 사장이니 지시만 하겠다’고 생각하는 이에겐 가맹점 허가를 하지 않는다.”

    치킨 외에 비빔밥과 잡채, 떡볶이 등을 파는 이유는.
    “나도 한국에 있을 때는 치킨집에서 치킨만 팔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미국에서 치킨요리에 밥이나 빵을 곁들여 먹는 모습을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미국의 본촌치킨 매장에서는 가족이 함께 다양한 메뉴를 주문해 나눠 먹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식 치킨으로 성공했으니 한식을 접목하는 게 자연스럽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미국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치킨이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한식 메뉴가 30%, 주류와 음료가 20%를 차지한다.”

    한식 메뉴로 해외 현지 입맛을 어떻게 맞췄나.
    “해외 현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시간과 자금이 넉넉했다면 시장조사에 공을 들였겠지만, 미국 진출 초기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열정이 넘치는 현지인을 가맹점주로 모집하는 것이었다. 동남아와 중동 등으로 매장을 확대할 때에도 이런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한식 메뉴를 만들 수 있도록 교육하지만 나라마다 다른 입맛에 맞게 맛을 조절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도 다녀갔다는데, 매출에 도움이 됐나.
    “저커버그가 실리콘밸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서니베일 매장을 종종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저커버그가 처음 매장을 방문한 후 매출이 4배 정도 늘었다. 나도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저커버그 방문 1시간쯤 전에 수행원들이 보안상의 이유로 테이블 여러 개를 차지하고 앉아 있다가 그가 나타나면 한 테이블을 비워준다고 한다. 하지만 지인들에게 재밌으라고 들려주는 에피소드일 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이 사업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맛’이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요리 학교 중 하나로 꼽히는 뉴욕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와는 어떻게 협력하게 됐나.
    “CIA가 본촌치킨 인기에 관심을 두고 먼저 제안해 왔다. 수시로 우리 연구·개발(R&D) 파트와 메뉴 관련 회의를 갖고, 매년 최종 선정되는 2~3가지 메뉴를 ‘신메뉴’로 출시한다. 매콤한 핫소스를 곁들인 ‘치킨 립아이 미니 버거’와 발효빵에 돈가스 소스를 묻힌 두꺼운 삼겹살을 올린 ‘포크 번’ 등이 CIA와의 협력으로 탄생한 대표적인 메뉴다.”

    해외 사업 성공을 발판으로 국내 사업을 키울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국내 치킨 시장은 경쟁 과열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장기적인 도전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본촌치킨은 2002년 부산에서 시작해 국내에서도 한때 25개까지 가맹점 수를 늘렸지만, 이후 해외 사업에 집중하면서 정식 가맹점은 서울 삼성동 한 곳만 남아 있다. 본촌 이름을 달고 있는 매장은 여러 개 있지만, 과거 본촌과 인연으로 소스와 부자재를 공급받고 있을 뿐 정식 가맹점은 아니다.

    해외 프랜차이즈 법규가 한국과 다른 점은.
    “미국은 프랜차이즈 계약이 철저하게 계약서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계약서가 70쪽에 이를 정도로 내용도 방대하다. 가맹주가 이를 철저히 검토한 후 계약하기 때문에 상담에서 계약까지 보통 3개월이 넘게 걸린다. 계약 위반은 곧장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철저한 검토는 필수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정부를 통해 계약서를 등록해야 프랜차이즈 계약이 가능하다. 현지인과 가맹 계약에 앞서 이런 부분들을 철저히 파악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있다. 상표권 분쟁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주요 64개국에 본촌치킨 상표 등록도 마쳤다.”

    국내에서 프랜차이즈 업주들의 횡포가 종종 논란이 되곤 한다. 가맹주와 상생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무엇보다 가맹주에게 편한 인상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매장에도 언제나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방문한다. 사실 동남아처럼 더운 곳에서 주방도 돌아보고 하려면 정장 차림은 좀 힘들다.(웃음) 각국 총판 담당자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나라별 영업 상황과 전략 등을 발표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본촌포럼(Bonchon Forum)’ 행사도 2013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이코노미조선 202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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