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이면 텐트 영화관 완성, 한강으로 ‘시네마 소풍’

텐트와 미니 빔프로젝터만 있으면
나만의 '야외 극장' 을 만들 수 있다.
도시락 싸들고 한강으로 나가 가족·연인끼리 영화 감상을 해보자.

    입력 : 2017.06.07 10:51

    [Trend] 강변의 시네마 천국
     

    지난 3일 오후 서울 망원동 한강공원. 미세 먼지가 사라진 이날 한강변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마지막 봄볕을 즐기는 소풍족(族)으로 붐볐다. 녹음 진 잔디밭 위에서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텐트를 쳤다. 붉은 체크무늬부터 초록 나뭇잎, 노란 꽃잎이 촘촘히 박힌 돗자리와 두 사람 꼭 들어갈 만한 그늘막·텐트가 잔디를 덮어 한 편의 모자이크화를 연상시켰다.

    신혼부부인 신동천(33)·조은(32)씨는 주말이면 이곳에 두 사람만의 야외 영화관을 차린다. 소품은 간단하다. 텐트와 돗자리, 미니 빔프로젝터와 노트북이면 충분하다. 남편인 신씨가 작은 파우치에서 휴대용 미니 빔프로젝터를 꺼내 두꺼운 쪽 텐트 벽을 향해 설치했다. 노트북과 빔프로젝터를 연결해 미리 다운로드받아 온 영화를 재생시키니 큰 영화관 부럽잖은 ‘영사기’가 만들어졌다.

    서울 망원동 한강공원에 2인용 텐트를 편 신동천(왼쪽)·조은 부부가 노트북으로 영화를 고르고 있다. 영화를 재생시킨 뒤 노트북 오른쪽에 놓인‘미니 빔프로젝터’와 연결해 스크린으로 영상을 쏘면 어느 영화관 부럽잖은‘둘만의 극장’이 탄생한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인스타그램 캡처

    그사이 아내는 정성 들여 싼 김밥과 과일을 꺼냈다. 변신 로봇처럼 착착 해체되는 삼단 도시락. 형형색색 데커레이션이 알차 ‘카메라발’ 받기 딱 좋다. 부부는 풀내음과 시원한 강바람, 맛있는 주전부리를 갖춰두고 이날의 영화 ‘어바웃 타임’을 즐겼다. 신씨는 “일어나서 보고 싶은 영화 한 편 내려받고, 같이 장 봐온 재료로 도시락 만들면 이 ‘영화관 소풍’ 준비가 끝난다”고 했다. “맥주 한잔 마시면서 영화 보다가 스르르 눈 감기면 그대로 낮잠을 즐겨도 좋죠.”

    텐트로 꾸민 영화관

    영상·음향 장비 빵빵하게 갖춘 홈시어터만 있는 게 아니다. 지금 한강변은 텐트나 그늘막 안에서 영화를 즐기는 일명 ‘텐트시어터(텐트+영화관)족’ 천지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은 ‘텐트 상영관’이 매일 지어지고, 사라진다. 영사기 역할을 하는 빔프로젝터가 점점 작아지고, 휴대까지 가능해지면서 텐트는 이제 훌륭한 영화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소셜미디어로 쉴 틈 없이 ‘인증’하고 ‘공유’하는 시대에 이 영화관은 소풍을 더 빛나게 하는 장소가 된 것이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hash tag·검색이 용이하도록 단어 앞에 #을 붙이는 방식)로 ‘#텐트영화’를 검색하면 각양각색 ‘텐트시어터’가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여는 ‘텐트영화제’까지 생겼다.

    이 영화관은 5분이면 만들어진다. 주로 ‘원터치 텐트’와 미니 빔프로젝터를 사용하기 때문. 바리바리 짐을 꾸릴 필요도 없다. 최근 출시되는 원터치 텐트는 맞춤형 백팩 안에 담겨 패션 소품처럼 출시되고, 어른 손바닥만 한 빔프로젝터는 주머니에 넣으면 그만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휴대가 가능한 ‘미니 빔프로젝터’의 판매 증감률(전년 동기 대비 판매 추이)은 매년 폭발적으로 올랐다. 2013~2014년 95%, 2015년 59%, 2016년 25% 등 2012년 대비 2016년 판매 증가율은 1304%에 달한다.

    영화를 재생시킨 뒤‘미니 빔프로젝터’와 연결해 스크린으로 영상을 쏘면 어느 영화관 부럽잖은‘둘만의 극장’이 탄생한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인스타그램 캡처

    “소란 피울 걱정 없어” 텐트시어터 찾는 엄마들

    어린 자녀 둔 젊은 엄마들도 ‘텐트시어터’를 애용한다. 망원 한강공원에서 만난 일곱 살 김준영군의 엄마 이승연(35)씨는 “영화관 가면 혹여 아이가 소란을 피울까 노심초사하면서 영화를 봐야 하지만, 텐트로 영화관을 만들면 걱정 없이 소풍과 영화 감상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영화는 IPTV로만 보던 아이가 한강공원에 만든 이 영화관에만 들어가면 따뜻한 분위기에 빠져들어 한나절 내내 영화만 봐요.”

    미니 빔프로젝터 대신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즐기는 사람도 많았다.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대학생 박승혁(25)씨는 “5만원 주고 산 원터치 텐트만 들고 다니면 한강변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뛰어난 데이트 장소로 거듭난다”면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직장인 신재천(27)씨는 카메라 삼각대 모양의 태블릿PC 거치대를 애용한다. “여자친구와 텐트 안에 나란히 누워 영화를 즐겨요. 텐트 양옆 지퍼를 열면 강바람도 솔솔 들어오죠.”

    주의사항도 있다. 한강공원은 일몰 시각이 지나면 텐트와 그늘막을 걷어야 한다. 제 돈 내고 다운로드받은 영화라도 텐트시어터 만들 때 불특정 다수에게 ‘상영’하는 모양새가 나면 불법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증’에 익숙한 세대에게 소셜미디어를 채우는 소품은 자기 자신을 대변하는 ‘은유’로 작용한다”며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텐트’와 ‘미니 빔프로젝터’로 꾸민 이 영화관은 디자인과 감성, 기능을 모두 잡으려는 이 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오산시에서 열린 ‘텐트영화제’./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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