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에서 ‘경전녀’로

    입력 : 2017.05.16 17:04

    [The테이블: 김미리의 테이블 세팅]
     

    김미리 더 테이블 팀장

    어감만으로도 듣기 불편한 단어가 있습니다. 제 경우 그런 단어 하나가 ‘경력단절여성(經歷斷絶女性)’입니다. 사전적 정의는 ‘기혼 여성 중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둬 비취업 상태에 있는 여성’이라는데 ‘단절’이란 말이 유난히 귀에 거슬립니다. ‘인생이라는 탄탄대로가 뚝 끊긴 여성’이란 식으로 낙인찍는 뉘앙스랄까요.

    줄임말 ‘경단녀’는 더 거북합니다. 저절로 각 음절에 스타카토 붙은 것처럼 딱딱 끊어 읽게 되는데, 마지막 음절 ‘녀(女)’에 이르면 고개 갸우뚱하게 됩니다. “왜 ‘경단남(男)’은 없지?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독박 육아’가 전제에 깔린 건가?”

    굳이 분류하자면 ‘경력비(非)단절여성’인 저도 씁쓸한데 당사자들이야 오죽할까요. 얼마 전, 전업주부인 후배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내내 가슴에 맴돕니다.

    “회사 다니다 그만두고 주부가 되면 경력이라는 게 끊기는 건가. 나의 경력은 ‘단절’된 것이 아니라 ‘전환’된 것뿐이다.” 후배는 금융기관에서 5년, 제조업체에서 2년 일했고 8년 전부터 ‘전업맘’으로 살고 있습니다. “주부로서 나는 가사와 육아 ‘경력’을 8년째 쌓고 있는 중이다. 누구 맘대로 나의 8년을 내 ‘경력’에서 제외시키는가.”

    전업맘, 워킹맘 구분 짓자는 말이 아닙니다. 우리 각자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엔 저마다의 고민이 따랐으며, 그 선택에 가치 경중을 둘 수는 없다는 거지요.

    인스타그램으로 창업하는 엄마들이 늘었다는 커버 스토리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새로운 도전 뒤에 있는 ‘경단녀라는 꼬리표가 싫었다’는 그녀들의 속마음 때문이었습니다. 전업맘도, 워킹맘도 ‘일’과 ‘육아’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경력전환여성’으로 살 수 있는 세상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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