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으로 '경단녀'에서 '멋진 창업맘' 됐어요

최근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라는 꼬리표를 인스타그램으로 뗀 엄마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만 올리면 누구나 장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각자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멋진 창업맘으로 거듭나고 있다.

    입력 : 2017.05.16 17:11

    [Story] 아이 키우다가 아이디어 '반짝'...인스타그램으로 창업, '경단녀' 꼬리표 떼는 엄마들
     

    사진 한 장이면 사무실 없이 창업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창업' 시대가 왔다. 아이 키우느라 바쁜 '육아 맘'들도 별 어려움 없이 창업할 수 있다. '인스타 창업맘'들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간단히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려 판매한다. /썸앤·이매진스

    5세 아들을 둔 이다랑(32)씨는 지난해만 해도 평범한 주부였다. 아동·청소년 심리 상담사였던 그녀는 아이를 낳은 뒤 일을 관두고 육아에만 전념했다. 다른 사람 고민 듣고 조언하는 게 일이었는데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자니 세상과 단절된 것만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스타그램에 일상 사진과 함께 넋두리 곁들여 짧은 육아 상담 일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천 번을 빡쳐야 엄마가 된다’ ‘아프니까 애 엄마다’…. 육아와 관련된 ‘사이다’ 발언을 쏟아놓자 애 엄마들이 열광했다. 엄마들의 지지에 용기 얻어 작년에 영·유아를 둔 엄마들의 고민을 온·오프라인으로 일대일 맞춤 상담해주는 부모 교육 스타트업을 만들었다. 회사 이름은 이씨의 인스타그램 계정 이름인 ‘그로잉맘(@growingmom)’. 어느덧 직원 3명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님이 됐다.

    일곱 살 딸과 세 살 아들을 키우며 얻은 노하우를 사업 아이템으로 발전시킨 주부 유혜영씨,육아로 힘든 엄마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대변해주는 '그로잉맘'의 '맘딱지노트'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로잉맘

    인스타그램으로 새 삶을 찾은 건 김유나(39)씨도 마찬가지다. 육아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던 중 무심코 아이가 한 낙서를 보고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낙서를 활용해 액자와 침구를 만들어 인스타그램(계정 @mofstory_) 사진을 올렸더니 ‘나도 만들어달라’는 엄마들의 요청이 쇄도했다. 어느새 월 매출 최대 800만원의 ‘1인 기업’이 됐다.

    요즘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라는 달갑잖은 꼬리표를 인스타그램으로 뗀 아이 엄마들이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만 올리면 누구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창업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금손’(솜씨 좋음을 일컫는 속어) 엄마들은 아이 키우며 겪은 비법을 더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고, 남다른 패션 감각을 활용해 옷을 수입해 판다. 디자인, 상담 등 전문 업종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온라인 창업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스타 창업맘’들의 생생한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일러스트=안병현

    육아상담 일기 올리다가 '부모 교육 스타트업'
    아이 낙서로 액자 · 침구 만들어 月800만원 매출

    [Story] 엄마의 고민 담은 '엄마표 상품'으로 대박...인스타 창업 성공기

    아이 만들어주던 과일청·월병··· 인스타로 소문나자 주문 받아 판매
    한 면을 투명하게 만든 아이 손가방, 물건 찾기 쉬운 '아이디어 제품'

    창업 비용 적게 들고 작업 시간대도 자유로워 육아와 병행 가능
    아이 잠든 틈에 잔업··· 주문 많이 들어와도 더 할 수 없는 경우도

    /엄마의 주방,영상미디어 장은주 객원기자, 썸앤, 뚜두
    ‘엄마표 물건’, ‘인스타’ 타고 대박 사업
    인스타그램으로 입소문난 '엄마의 주방'의 수제 과일청/ 엄마의 주방
    아이들 간식 만들어주던 ‘엄마의 주방’이 실제 식료품점이 됐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다섯 살·일곱 살 남매의 엄마 김해진(31)씨 얘기다. 김씨는 인스타그램(계정 ‘엄마의 주방ㆍ@mamas_kitchen_2014’)에서 과일청, 월병 등을 주문 제작받아 판매한다. 따로 광고도 안 하는데 지난 설에는 월병만 400개 넘게 팔렸다. “아이가 돌 지나면서 과일 음료를 잘 먹더라고요. 첨가물이 안 들어간 과일 음료를 먹이고 싶어 청귤, 레몬, 자몽 등으로 직접 과일청을 만들었는데 임산부들에게도 인기가 좋네요.”
    인스타그램 ‘썸앤(@some_n)’의 ‘피카부백’은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럭셔리 브랜드 펜디의 피카부백만큼이나 인기 많다. 아이용 손가방인데 가방 한 면 투명한 비닐 창을 만들어 내용물이 잘 보인다. 이 가방은 일곱 살 딸과 세 살 아들을 키우는 유혜영(36)씨의 육아 팁이 고스란히 녹아든 아이디어 제품이다.
    “애들은 자기 물건을 자랑하고 싶어 해요. 물건이 잘 보이는 투명 가방에 넣어주면 좋아하더라고요. 아이가 급하게 장난감 찾아달라고 했을 때 가방 다 뒤지지 않아도 쉽게 꺼낼 수 있어 엄마들도 편하고요.” 가방 샘플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면 한 번에 100~300개씩 주문이 들어온단다.
    ‘인스타 창업맘’들의 ‘대박’ 비결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 생생한 육아 고민 담긴 ‘엄마표 물건’들이다. 아이 키우며 느끼는 고민 해결해주는 아이디어 상품을 내놓으니 ‘엄마 소비자’들이 열광한다.
    최근 인스타그램이 아이 엄마들의 육아 용품 쇼핑 채널로 급부상한 것도 인스타 창업맘이 증가한 배경 중 하나다. 주부 박정혜(36)씨는 “육아에 쫓기는 엄마들에겐 짬짬이 사진으로 쭉 보면서 남들과 똑같지 않은 개성 있는 옷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인스타가 쇼핑 천국”이라고 했다.
    비용 덜 들고 간단한 인스타 창업
    집에서 홀로 그림책을 독립 출판한 '세보엄마' 민희영씨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인스타 창업은 돈이 덜 든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올리면 팔 수 있다. 사무실도 필요 없다. 작업 시간대도 자유롭다. 엄마들이 인스타 창업에 뛰어드는 이유다.
    블로그에서 어린이용 파티용품을 수제로 만들어 줘 유명해진 ‘세보엄마’ 민희영(34)씨는 지난달 혼자 그림책을 출간했다. 거실 옆 작은 방이 그녀의 사무실. “파티용품 인터넷 쇼핑몰이 인기가 높았는데 둘째가 생기면서 접었어요. 일일이 손으로 파티용품을 다 만들어야 하다보니 육아에 소홀하게 되더라고요.” 잠시 일을 놓았지만, 둘째가 커서 어린이집 다니면서 오후 4시까지 짬이 생기자 뭔가를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육아와 일 모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식물 도감 겸 일러스트로 그림책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575종의 동·식물을 A부터 Z까지 알파벳 형상으로 그린 뒤 사진을 찍어 책으로 인쇄했다. 편집·디자인 등은 직접 하고 책 인쇄비(700만~800만원)만 들였다. 홍보는 인스타그램(@mignon1214)을 활용했다. 민씨가 인스타그램에 독립 출판 기념 소식을 알리자, 8000여 명의 팔로어들이 힘을 줬다.
    그렇다고 쉽기만 한 건 아니다. 육아와 병행하다 보니 아이 잠든 틈을 타서 ‘잔업’하기 일쑤. ‘썸앤’ 유혜영씨는 “낮에 아이들이 잠시 집에 없는 틈을 타 동대문 시장에 가서 원단을 떼와 시제품 만든 뒤 사진 찍어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올린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하다 보니 만만치가 않다”고 했다. ‘엄마의 주방’ 김해진씨는 “오후 5시면 유치원 갔던 아이들이 돌아오기 때문에 주문이 많이 들어와도 더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제품 홍보는 나중, 먼저 공유·공감부터 하라!
    독특한 모양으로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높은 '뚜두' 초콜릿,아이 낙서로 액자, 침구 등을 만들어주는 '모프스토리',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아들 주안이 낙서로 만든 '모프스토리' 의자 /뚜두, 모프스토리
    성공한 인스타 창업맘들이 이구동성 말하는 조언이 있다. 사진 예쁘게 잘 찍어 올리는 것은 기본. 제일 중요한 건 팔로어들과의 공감이란 사실이다. 김해진씨는 “처음부터 물건을 팔려고 인스타그램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얘기와 육아 일기, 요리 사진을 꾸준히 올렸더니 팔로어들이 자연스레 공감하게 되고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해골, 파리 에펠탑 등 독특한 모양의 초콜릿을 만들어 인스타그램에서 인기인 ‘뚜두(@toudou_chocolate)’ 김경림(37) 대표는 “인스타그램에 일상 얘기를 많이 올렸는데 제품이 알려지면서 관련 사진만 올려야 하나 고민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내 일상 얘기를 함께 보는 것을 좋아하더라. 지나친 제품 홍보는 자칫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아이템 차별화도 중요하다. ‘모프스토리’ 김유나씨는 “요즘 인스타그램으로 창업하려는 엄마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나만의 확실한 콘텐츠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이 낙서를 활용해 액자나 쿠션을 만드는 엄마들이 몇 있는데, 아이가 항상 덮고 자는 이불에 낙서를 적용해봤더니 차별화가 되더라”고 했다.
    대학생 육아 도우미 연결 서비스 '자란다'의 장서정 대표(오른쪽 첫째) /장은주 영상미디어 기자

    팔로어 수가 적다면 플리마켓에 직접 들고 나가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생활 잡화 플리마켓 ‘띵굴시장’은 누구나 들어와서 자신의 물건을 홍보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 계정(@ddingulmarket)을 열어두고 있다.

    여성창업지원센터나 기업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두드려보는 것도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일기획에 다니다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둔 장서정(39)씨는 대학생 육아 도우미와 어린이가 있는 가정을 연결해주는 서비스업체 ‘자란다(jaranda.kr)’를 설립했다. 주부들의 스타트업을 지원해주는 구글의 교육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를 수강하고 용기를 냈다.

    “회사 다닐 때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니 ‘엄마랑 산책하고 압화(押花·꽃을 눌러서 만드는 그림) 만들어 오기’ 같은 숙제를 내주더라고요. 늦게까지 야근하고 밤에 가서 꽃 찾느라 정신없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아이랑 같이 서점에서 독후감 숙제에 쓸 책 사고, 영화도 봐줄 수 있는 대학생 도우미 연결 서비스로 엄마들 육아 고민 덜어주고 싶었어요.”

    인스타그램 육아 일기로 시작해 부모 상담 교육 컨설팅 서비스업체를 차린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는 “작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저질러 보라”고 조언했다. 유혜영씨는 “자기 물건에 대한 애착이 있고 자부심이 있어야 팔린다”며 “스스로 만든 물건을 사랑하고 자랑하는 것이 인스타 창업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인스타 창업맘' 7가지 노하우
    1. 거창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라. 팬(팔로어)이 생긴다.
    2.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실시간 올려라. 자주 올려야 팔로어 수가 늘어난다. 클릭하고 싶을 만큼 예쁘게 찍는 것은 기본.
    3. 남의 인스타그램을 많이 봐라. 그리고 나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생각해라.
    4. 나만의 제품을 만들었다면 일상 사진과 적절히 섞어 올려라. 아이 엄마들이 주 소비자인 인스타그램에선 제품 홍보보다 육아 공감이 더 중요하다. 제품 만드는 과정 컷을 올려도 친근감을 준다.
    5. 지나친 제품 홍보 글이나 가식적인 공감 댓글은 삼가라. 오히려 반감을 준다.
    6. 내가 만든 물건을 스스로 좋아하는 게 우선. 내 물건에 애착이 있고 자부심이 있어야 남들도 산다.
    7. 시작이 반이다. 작은 아이디어라도 고민만 하지 말고 일단 저질러라. 생각보다 기회의 문은 열려 있다.


    구글 '엄마를 위한 캠퍼스' 강의시간 오전 10시...오후 2시라 편리
    롯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2000만~5000만원 창업 지원금 지원

    '엄마 창업' 도와주는 프로그램 

    구글의 부모 창업 지원 프로그램 '엄마를 위한 캠퍼스'. 엄마들이 강의를 듣는 동안 돌보미가 아기를 봐준다. /구글

    구글 ‘엄마를 위한 캠퍼스’
    구글에서 올해 3기째 진행하는 엄마·아빠를 위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 창업 아이디어 선정, 비즈니스 모델 계획, 제품 개발, 팀 빌딩 등 실제 스타트업 창업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알려준다. 강의 시간이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라 아이가 어린이집 가있는 동안만 자유로운 육아맘들의 상황을 잘 반영했다는 평. 교육 대상이 자녀가 있는 부모로 한정되다 보니 엄마들끼리 공감대 형성에 좋고 창업 동료를 얻기도 한다고. 매년 2월 서류 및 면접 절차를 거쳐 선발한다. 참가비 무료. 지하철 2호선 ‘삼성역’ 근처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진행. 구글 캠퍼스 서울 홈페이지(www.campus.co/seoul/ko) 참조.

    롯데액셀러레이터 ‘엘캠프’
    롯데그룹이 스타트업 보육 및 투자를 위해 세운 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에서 하는 초기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대상 업체에는 2000만~5000만원의 창업지원금과 사무 공간, 6개월간 멘토링 및 코칭 과정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참가자는 연 2회 선발. 롯데액셀러레이터 홈페이지(lotteacc.com) 참조.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창업보육센터’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는 서울, 경기, 전남, 경남, 제주 등 전국 16곳에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한다. 창업 2년 이내의 여성 기업과 예비여성창업자를 대상으로 전문가 컨설팅 및 사무실 공간 등을 제공한다. 아이템별로 실습 위주의 창업 교육을 하는 ‘실전창업스쿨’도 연다. 중소기업청과 함께 여성전문인력의 우수한 창업 아이템을 조기에 발굴·육성하기 위한 ‘여성창업경진대회’도 매년 개최한다. 여성기업 종합정보포털(www.wbiz.or.kr) 참조.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는 중소기업청과 함께 유명 벤처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선배 CEO와 창업 전문가를 연결해준다. 일대일 밀착 코칭, 멘토·멘티 간 정보 교류로 동반 성장 기회를 주는 ‘여성벤처창업 케어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한국여성벤처협회(www.kovwa.or.kr) 홈페이지 참조.

    대학생 인턴 무료 연결해주는 ‘이공계 대학생 오픈챌린지’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중소기업·스타트업과 대학교 창업동아리 소속 2~4학년 이공계 대학생 인턴십을 연결해 준다. 기업은 비용 없이 2개월간 인턴 고용이 가능하고 학생들은 90만원의 교육 실습비와 2개월 인턴십을 경험할 수 있다. 창업 일손 부족한 엄마 CEO들에게 유용하다. 한국과학창의재단 홈페이지(www.kofac.re.kr) 참조

    [The 테이블] 간판의 저 숫자는 뭐지? 번지수가 이름을 대신 하다
    [The 테이블]“라거펠트 서재에 압도, 그가 얼마나 남다른지 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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