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한국에 통하나, 안통하나

아베노믹스로 일본은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도 상승중이다.
'잃어버린 20년' 에서 벗어난 일본의 정책을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입력 : 2017.05.18 07:12

    [전문가 진단: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팀장]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한국판 양적완화’가 필요하다며 총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본과 미국, 유럽이 양적완화를 실시해 경제가 살아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거셌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본부 일본팀장은 4월 27일 인터뷰에서 아베노믹스에 대해 기업 실적이 개선되는 등 일부 성과를 거뒀다는 점은 인정했다. 그러나 통화량을 팽창시키는 아베노믹스의 핵심 정책은 한국에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일본과 상황이 다르고, 통화량이 늘어나면 물가만 오를 것이다”는 주장이다.

    ㅡ지금까지의 아베노믹스 성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아베노믹스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중도하차하지 않고 장기 집권할 수 있는 포석이 됐다. 일본 경제가 처한 상황에서 아베노믹스는 큰 의미가 있다. 아베노믹스는 일본 경제가 직면한 과제를 디플레이션으로 봤다. 그래서 양적완화 실시로 통화량을 늘리고 물가상승률을 올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일본의 물가상승률은 1% 아래이므로 이런 관점에서 보면 2%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했던 아베노믹스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올해 세계 경제가 호황 국면이어서 일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는 웃돌겠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미달이다. 다만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면서 ‘엔저(円低)’라는 큰 이점을 얻었다. 엔저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과거 3~4년간 사회 전체로 파급됐다. 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주가도 상승했다. 부동산 가격도 조금 올랐다. 전반적으로 일본 분위기가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ㅡ일본은행이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인플레이션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소비다. 수요와 공급 중에서 수요가 확대돼야 국가 전체의 물가가 상승한다. 총수요는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수출-수입) 등으로 결정된다. 이 중에서 비중이 큰 소비가 진작돼야 물가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는 이 단계까지 가지 못했다. 정부의 기대만큼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것은 인구 구조 때문이다. 고령화가 진행돼 노인들이 많아지고, 미래가 불안해진 사람들이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낮았지만 일본의 물가상승률을 분석할 때 큰 의미는 없다.”

    ㅡ최근 일본에 갔을 때 느낀 사회 분위기는.
    “일본 사회는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 우리나라도 고령화되고 있지만, 일본의 고령화 진행속도가 더 빠르고 인구가 줄고 있는 일본 사회는 기본적으로 힘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 있다. 한국과 비교하면 사람들 표정이 다소 어둡고 활기가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경제가 살아나면서 아베노믹스 이후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잃어버린 20년’ 시기의 무기력한 분위기에서는 벗어났다. 많이 달라졌다.”

    ㅡ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직후 일본 경제 위기설이 나왔으나 실제로는 훈풍이 불고 있다. 이유는 뭘까.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과 현재의 일본 경제 회복은 큰 관련이 없다. 세계 경제가 호황 국면으로 들어갔고,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경기가 좋다고 체감할 정도다. 그래서 일본 경제도 좋아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경제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관계는 복잡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방면으로 일본에 통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환율 문제다. 트럼프는 일본을 자극하는 말을 가끔씩 한다. 그럴 때마다 엔화가 평가절상되고 외환시장이 출렁거려 일본 경제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다 해도 세계 경제가 호황 국면이어서 일본 경제 전망은 좋다. 다만 일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국,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적완화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
    한국도 저금리를 이야기하지만,
    일본 정도의
    심각한 저금리는 아니다."

    ㅡ일본 정부가 소비세율 추가 인상 계획을 두 차례 연기했다. 옳은 결정이었나.
    “먼저 소비세 이슈가 일본의 뉴스에서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3년 전엔 일본 정부 재정이 위험하다는 주장이 있어서 소비세 인상이 필요했다. 고령화로 복지 예산에 투입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재정 건전화가 국가 정책의 우선 순위에 있었다. 그런데 2014년 소비세율을 인상(5%➝8%)하고 보니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컸다. 그래서 추가 인상을 연기했다. 그 사이 경기가 좋아져 세수(稅收)가 늘어났다. 소비세를 굳이 인상하지 않아도 경제가 회복돼 세수를 확보할 수 있겠다고 일본 정부는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시나리오가 가능하다면 경기에 악영향을 주면서까지 소비세율을 인상할 필요는 없다. 경제가 살아나 세수가 자동적으로 늘어나면 그 돈을 복지 재원에 충당하면 된다. 지금 일본은 그런 과정에 있는 듯하다. 다만 앞으로 경기가 나빠지면 복지 재원이 부족해져 소비세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일본의 일반회계 세수는 아베노믹스가 실시된 이후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당시와 비슷한 수준까지 늘었다. 2016년(2015년 4월~2016년 3월) 일반회계 세수는 57조6000억엔으로 2012년(43조9000억엔)보다 31.2% 늘었다. 2014년 4월 소비세가 인상된 영향이 크지만, 소득세와 법인세도 늘었다. 소득세는 2012년도 14조엔에서 2016년도 18조엔으로, 같은 기간 법인세는 9조8000억엔에서 12조2000억엔으로 각각 4조엔, 2조4000억엔 증가했다.

    ㅡ아베노믹스의 주요 정책을 한국이 도입해도 될까.
    “우리나라에서도 양적완화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일본과 상황이 다르다. 한국도 저금리를 이야기하지만, 일본 정도의 심각한 저금리는 아니다. 성장률이 일본처럼 낮아진다고 하지만 아직 그 정도까지 저하돼 있지 않다. 이런 상태에서 통화량을 늘리면 물가만 오를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전체적으로 부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성공했다고 하지만 그 정책이 한국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고 그대로 따라 할 수도 없다.”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 198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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