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검사 의무화 1년, 두 번 우는 외국인들

국내 체류 외국인은 급증하고 있으나
외국인 대상 행정서비스는 여전히 허점이 가득하다.
이중삼중 부담으로 고통받는 외국인들의 행정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

    입력 : 2017.05.16 07:29

    [사회]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소형 의원은 늘 외국인 환자들로 북적거린다. 국내 최대 조선족 타운이 형성된 지하철 2·7호선 대림역 인근에 있는 이 의원의 주 진료과목은 ‘산부인과’다. 그런데 의원 안에서 배부른 임산부를 찾기는 힘들다. 오히려 의원 앞에서는 독한 중국산 담배연기를 내뿜는 조선족 동포 남성들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이 의원이 외국인들로 붐비는 까닭은 외국인 체류 연장에 필요한 결핵검진확인서 발급이 빠르다는 소문이 나면서다. 법무부 지정검사 병의원으로 지정된 이 의원에서는 결핵검사 결과가 빠르면 30분, 늦어도 1시간 만에 나온다. 결핵검사 비용은 2만원으로 1500원에 불과한 일선 보건소보다 13배 이상 비싸다.
      
    일선 보건소에서 결핵검진확인서를 발급받으려면 약 일주일은 기다려야 한다. 때문에 보건소보다 10배 이상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결핵검진확인서를 당일에 받으려는 외국인들로 붐빈다. 이 의원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행정사 홍보를 하는 호객꾼들을 통해 병원 홍보도 하고 있다. 결핵검사 접수 시 먼저 받는 질문은 “누구를 통해 소개받았냐”는 질문이다. 한 중국 국적 외국인은 “외국인 국내 체류연장 방문 예약을 잡으려면 족히 2~3주는 기다려야 한다”며 “거기다 결핵검사 결과까지 제출하려면 비싸도 당일날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의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완연한 봄날씨를 보인 2017년 2월 28일 전남 나주시 노안면 한 미나리꽝에서 봄철 미각을 돋우는 미나리수확이 한창이지만 대부분이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농촌에서 일손 구하기가 어려지면서 예전에 아낙네들이 했던 작업들이 동남아시아 청년들로 대처하고 있다. 농촌의 풍경이 많이 바뀐 모습이다./ 김영근 기자

    법무부 산하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지난해 3월부터 소위 ‘결핵고위험 국가’인 18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체류 연장과 같은 자격 변경 시 결핵검진확인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같은해 7월부터는 어학연수 및 유학생도 그 대상이 됐다. 2016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약 204만명, 이 중 국내에 장기거주하면서 주민등록증과 같은 ‘외국인등록증’을 가진 등록외국인 116만명이 그 대상이다. 특히 국내 등록외국인 1~5위까지를 차지하는 중국(약 54만명), 베트남(13만명), 필리핀(4만명), 캄보디아(4만명), 우즈베키스탄(3만명)이 모두 결핵고위험국으로 분류돼 사실상 국내 거주 대부분의 외국인을 상대로 결핵검사를 의무화했다.

    외국인 결핵검진확인서 제출의무화가 실시된 지 1년이 넘은 지금도 제도 홍보 미비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핵검사 대상자인지를 모르고 국내 체류연장 허가를 위해 방문했다가 헛걸음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실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체류연장을 앞두고 국내 등록외국인을 대상으로 발송하는 우편통지에는 ‘제출서류 등 준비물’이 명시돼 있으나 ‘결핵검진 확인서 제출대상 여부는 외국인종합안내센터(1345)로 전화해서 확인하라’고 되어 있을 뿐이다. 결핵검사 대상인 중국인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 안내조차 역시 ‘전화번호’만 알려줄 뿐이다. 기존 관례대로 ‘여권’ ‘외국인등록증’ 등 기초서류만 챙겨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홍보 안 돼 체류연장
    하러 갔다 헛걸음…
    지정병원은 급행료 명목 폭리

    체류기간 만료가 임박해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는 외국인들로서는 서류 미비로 ‘불법체류자’로 전락할 위기에 당황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국어가 서툰 외국인들은 어디서 결핵검진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하는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결핵검진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법무부 지정 병의원이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인지 알기가 쉽지 않다. 외국인 대상 전자정부인 ‘하이코리아’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홈페이지 귀퉁이에 올라와 있지만 한글로만 되어 있다. 하이코리아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외국어 서비스는 영어가 전부로, 대다수 행정 수요자(중국 등 동남아 국민)들과 심각한 괴리를 빚은 지 오래다.
      
    심지어 업무 경험이 부족한 일부 법무부 지정 병의원은 흉부엑스레이검사, 피부반응검사, 객담(喀痰)검사 같은 결핵검사 종류 가운데 어떤 확인서를 발급해야 하는지를 대상자에게 되묻는 일도 있다. 사실 결핵검사라고 해봤자 흉부엑스레이 사진을 찍어서 결핵 유무에 관한 확인서 한 장을 받아가는 것이 전부다. 결국 행정사들로부터 결핵검진확인서 당일 발급을 전문으로 한다는 병의원을 소개받아 반신반의하면서 찾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대부분 3D 업종에 종사하는 결핵 고위험 18개국 외국인은 ‘사장님’ 눈치에 하루 휴가 내기조차 쉽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가의 당일 발급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일 발급 조건 10배 이상 폭리
      
    더욱이 매년 국내 체류 외국인이 급증하면서 출입국관리사무소 방문 예약을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매년 급증하면서 체류연장을 위한 방문 예약을 하려면 넉넉잡아 2~3 주 전에는 신청해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대부분이 거주하는 서울 지역에는 외국인 대상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서울 세종로출장소 단 두 곳이 전부다. 서울 서남부 지역을 관할하는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다지만 신정동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와 같은 건물을 쓰고 있어 사실상 간판만 다르지 민원인 입장에서는 동일한 곳이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특히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 9개구와 경기도 4개시(성남·안양·하남·과천)를 관할하는데 정작 청사는 관할구역 밖에 있어 민원인들이 불편을 호소한 지 오래다. 게다가 영등포·양천·강서 등 서울 서남부 지역과 경기도 광명시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출입국관리사무소도 같은 건물을 쓰고 있어 늘 민원인들로 북새통이다. 일례로,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등록외국인은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마저 관할구역 밖에 있는데, 양천구 신정동까지 찾아갔다가 결핵검진확인서 미비로 헛걸음할 경우 하루이틀에서 최대 일주일까지 그대로 날려버리는 일은 예사로 각오해야 한다.

    결국 이 같은 구조적 허점을 노려 외국인 대상 행정사와 제휴된 법무부 지정 일부 병의원들은 결핵검진확인서 당일 발급에 최대 2만~3만원의 비싼 ‘급행료’를 받으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1500원, 공익의료기관인 한국건강관리협회 등에서는 아무리 비싸도 1만원 이하에 발급받을 수 있는 항목이다. 이 과정에서 병의원을 찾는 외국인에게 행정사들의 광고전단이나 명함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병의원 소개에 따른 알선료(리베이트)를 행정사 측에 제공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의료법상 영리를 목적으로 한 환자알선 유인행위는 불법이다. 

    이중삼중 부담은 체류 만료 우편통지에 결핵검사 대상자를 명확히 기재하고, 법무부 지정 병의원을 소개하면 쉽게 해결될 일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2016년 12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4만9441명으로, 한국 전체 인구의 4% 수준이다. 충남 인구(209만여명)와 비슷하다.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2010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인 8.4%를 유지할 경우 2021년에는 300만명 돌파가 확실하다”고 밝혔다. 법무부 소속 검사들이 이끄는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관료적인 행정서비스로 외국인들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아왔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를 막을 현실적 대책으로 외국인 이민을 제시해왔다. 국내 체류 외국인 급증에 비해 외국인 대상 행정서비스 개선은 더디지 않은지 되짚어볼 일이다.

    <본 기사는 주간조선 2454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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