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책값 2배 받는 맨해튼의 한국서점... 오래가려면?

맨해튼은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이 비싼 땅에서도 우리 책을 파는 서점이 있다.
맨해튼의 한국서점이 오래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황효현 경기텍스타일뉴욕센터 소장 
  • 편집=오현주

    입력 : 2017.05.05 07:40

    [뉴욕 통신]
     

    /뉴욕 맨해튼의 고려서적 전경과 실내 모습

    맨해튼은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이다. 지금도 자고 일어나면 주인이 바뀌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건물주들이 임대기간이 끝나면 기존 임차인들이 감당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도저히 버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들은 권리금은커녕 가게의 재고조차 제대로 처분하지 못하고 떠나야만 한다.

    물론 이렇게 건물주들이 배짱을 부리는 것은 미국 각지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임대 수요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요동치는 맨해튼에도 우리 책을 파는 서점이 있다. 수많은 대형 서점들이 추풍낙엽처럼 사라지는 이때에 맨해튼의 엄청난 임대료에도 꿋꿋이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자랑스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맨해튼 임대료가 치솟는 이유는 물론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아직도 맨해튼 외곽 지역에는 봉제공장과 같은 영세 공장들이 없지 않다. 그런데 이런 낡은 건물들을 대형 호텔 체인들이 매입하여 호텔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워낙 숙박시설이 부족해서 하루 30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도 거의 연중 매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유엔 총회를 비롯해 각종 전시회 등 뉴욕에서 열리는 행사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나마 좀 남아 있던 공간들도 이렇게 호텔로 개조되고 나니 더더욱 영세 사업자들의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브로드웨이와 5번 애비뉴 사이의 맨해튼 32번가는 코리아웨이(Korea Way)로 불린다. 불과 100여m 정도 되는 거리에 한국 식당과 커피숍 등 한국어로 된 간판이 즐비하다. 이 거리에는 강서회관도 있고, 카페베네도 있고, 우리은행도 있다. 뉴욕 속의 한국이다. 바로 이 한국 거리에 맨해튼 유일의 한국책 전문 고려서적이 있다. 점심 약속이나 저녁 약속이 있어 이곳에 오면 이 한국 서점을 간혹 들른다.

    우리 글로 된 책은 언제 봐도 반갑다. 요즘이야 전자도서가 워낙 많이 보급되어 있고, 이것을 다운받아서 볼 수 있는 단말기도 매우 다양해서 일부러 서점을 찾아가서 책을 살 필요는 없다. 그래서 미국 최대의 서점인 반스&노블이 시장에서 속속 매장을 철수시키고 있고,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 체인들도 망하는 형편이다. 게다가 전자책이 아니라도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언제든지 집으로 책을 배달해주는데 굳이 다리품을 팔면서 서점을 방문할 일이 없다. 그렇지만 대개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책은 또 무릇 서가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보다가 우연치 않게 내용에 끌려 충동구매하는 재미가 있지 않은가. 책장을 넘기는 맛, 밑줄을 긋는 재미, 저자의 생각에 내 생각을 더하는 메모, 이런 종이책만이 주는 즐거움에 익숙한 사람은 eBook이 주는 편리함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한국 서점이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일본 서적 전문점이 있다. 위치로 보면 아마도 한국 서점의 임대료보다는 좀 더 비싸지 않을까 싶은데, 규모도 훨씬 크다. 이곳에는 일본이 자랑하는 온갖 종류의 만화책이 즐비하다. 일본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미국 도서도 판매한다. 유명한 캐릭터 상품들도 팔고, 일본을 상징하는 각종 기념품과 차도 판매한다. 지하1층, 1층, 2층으로 구성된 이 서점의 규모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결코 작은 서점이라고 할 수는 없다.

    브라이언트공원이 보이는 2층 모서리에서는 점심 요기를 할 수 있는 도시락과 스낵도 판매한다. 최근 이 서점은 내부 인테리어를 보다 밝고 현대적으로 개선하였다. 말하자면 불황 가운데 더욱 투자를 확대한 것이다. 여기서 파는 점심 도시락은 제법 먹을 만해서 점심 시간에 가 보면 언제나 줄을 서야 할 정도이다.

    책값 1.5배는 감내할 수 있지만
    여전히 성업 중인 것 같은 일본 서점과는 달리 한국 서점은 좀 고전하는 것 같다. 규모의 절반을 줄여 그 공간을 화장품 판매하는 곳으로 만들었다.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한 사업다각화 전략이라고 좋게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한국 서점이 잘 유지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데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책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책을 들었다가도 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정가를 어떻게 책정하는가를 분석해 보니 그 구조는 이렇다. 책의 한국 판매 정가를 1000으로 나눈 다음(달러 가치로 바꾸는 작업이다) 그것의 2배로 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1만5000원에 팔리는 책이라면 여기서는 30달러가 되는 셈이다. 만약 교보문고에 책을 여러 권 주문하면 오히려 그게 더 쌀 수도 있다. LA에 거점을 두고 있는 인터파크를 활용해도 훨씬 싸다. 책에 대한 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이와 같은 과도한 원가 구조가 독자를 더욱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서점에서 판매하는 책의 원가 구조는 똑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2배가 아니라 1.5배를 곱하는 것 같다. 맨해튼의 물가,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1.5배 정도는 감내할 만해도 2배는 조금 지나친 것 같다

    동부의 재미동포 밀집지역인 뉴저지 팰리세이드파크에도 한국 서점이 있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살다 보니 한국과 관련된 가게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서점도 그중 하나이다. 원래 성경, 찬송가 등을 주로 팔던 서점과 일반 교양서적을 팔던 서점이 하나로 합쳐졌다. 그 과정에서 교양서적 일부에 대해 50% 할인 판매 행사를 실시했는데 책이 순식간에 팔려나갔다고 한다. 이를 보면 적정 가격을 유지할 경우 어느 정도의 수요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은 의식주와 관련된 상품과는 조금 차별되는 특수한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도한 경쟁을 방지하려는 정가(定價) 정책을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 아니겠는가. 해외동포 500만명 시대다. 이들에게 한글로 된 도서를 더 많이 보급하는 것은 전 세계에 우리 문화를 뿌리내리게 하는 좋은 방안이다. 정부가 나서서 세계 각지에 한국 책 전문 도서관을 짓는다든지, 혹은 각지에 이미 만들어져 있는 도서관에 한국 도서 코너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것을 위해 책을 기부하라고 하면 서슴없이 기부하는 사람들이 나설 것이고, 그 활동을 위한 자원봉사자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와는 별개로 우리 동포들이 세계 각지에서 운영 중인 서점을 활용하는 방안은 어떨까. 한국과 똑같은 가격에 해외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물류비 등 제반 비용을 지원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혹자는 아무리 비싸도 돈을 내고 책을 사는 사람은 산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단언컨대 정가의 2배인 책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무엇보다 맨해튼의 한국 서점이 사라져버릴까 두렵고, 그래서 아이들과 주말에 서점에 들러 한국 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져버릴까 두렵다.

    <본 기사는 2454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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