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없는게 우리 디자인" 기이한 무인양품 3無 전략

일본이 호황기를 맞이하던 1980년.
거품 경제의 한복판에서, 무인양품은 '브랜드(印)가 없는 좋은 제품'이라는 뜻을 가지고 세상에 나타났다.
브랜드도, 마케팅도, 디자인도 없는 점은 무인양품 특유의 경영 방식이다.

    입력 : 2017.04.20 07:33

    [Weekly Biz: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의 3無 경영]
     

    가나이 마사아키 무인양품 회장 /고운호 기자
    일본 생활용품 체인점인 무인양품의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政明·59) 회장은 명함을 재활용지로 만들었다. 건네받은 명함을 책상에 올려놓고 입김을 훅 불면 반대편으로 날아갈 정도로 가벼웠다. 명함을 구석구석 돌려보며 만지작거리니 금세 구김이 생겼다. 새하얗고 빳빳한 다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명함과 비교해보면 두께는 절반 수준. 명함에서조차 간소함을 강조하는 무인양품의 철학이 응축된 느낌이었다.
    일본이 호황기를 맞이하던 1980년. 무인양품은 일본 대형 유통기업인 세이유(西友)가 과도한 상업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프라이빗브랜드(PB) 프로젝트로 출발한 회사다. 너도나도 화려한 마케팅 기법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던 거품 경제의 한복판에서, 무인양품은 '이유 있는 싼 제품(わけあって, 安い)'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생활용품을 팔기 시작했다.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이라는 회사 이름도 '브랜드(印)가 없는 좋은 제품'이라는 뜻이다.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승승장구했던 무인양품은 1989년 세이유에서 독립했다. 1995년 주식 상장을 거쳐 지금은 28개국에서 매출 3000억엔(약 3조원)을 올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급성장에 따른 후유증으로 2000년대 초반 첫 적자를 기록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는 등 여러 차례 위기도 겪었다. 그러나 브랜드도, 마케팅도, 디자인도 없는 무인양품 특유의 경영 방식은 위기마다 조금씩 진화하며 성장과 생존의 버팀목이 됐다.
    가나이 회장은 세이유에 입사해 1993년부터 무인양품에서 일했다. 2008년 대표이사가 됐고 2015년 5월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WEEKLY BIZ는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가나이 회장을 만나 무인양품만의 독특한 경영 비결을 들었다.
    [WEEKLY BIZ] "디자인 없는게 우리 디자인" 기이한 무인양품 3無 전략 

    1. No Brand
    상업주의의 반대자
    무인양품의 가장 큰 특징은 불필요한 소비를 부추기는 브랜드가 없다는 점이다. 대신 각 상품의 꼬리표에 상품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1980년 설립 당시 무인양품의 노브랜드 전략은 소수 소비자에게만 반향을 얻었지만,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미니멀리즘과 간소한 라이프 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무인양품의 철학도 주목을 받고 있다.
    ―어떤 의도로 브랜드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인가.
    "무인양품은 '소비사회'의 반대자(anti-thesis)로 출발한 회사다. 본래 인간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욕망덩어리이다. 그래서 많은 기업은 '할리우드 스타처럼 옷차림을 꾸미고 싶다'는 욕망을 부추기고, 각종 프로모션 행사를 하면서 더 많은 상품을 팔려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시장에선 미백 화장품과 파란색 콘택트렌즈가 압도적으로 인기다. 자신의 본래 모습에 열등감을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이렇게 슬픈 광경이 또 있나 싶다. 우리는 상품에 불필요한 기능이나 특징을 넣지 않는다. 본래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나답게 나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는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회사와 경쟁하지 않는다. 자라, H&M, 유니클로 등과 무인양품을 비교하는 시각도 있는데, 그런 기업들과 무인양품은 동질적인 요소가 없다."

    2. No Design
    디자인보다 기능이 더 중요
    무인양품은 디자이너 채용 공고에 '디자인을 하지 않는 디자이너 모집'이라는 구절을 넣을 정도로 무색·무취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품의 개성을 줄이는 대신 최대한 많은 사람이 적당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든다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사상은 1920년대 일본의 민예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가나이 회장은 무인양품의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지금보다 약 20% 적은 재료로 상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를 항상 고민한다"며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 이런 철학이 반영됐는지.
    "우리는 건축·디자인·패션을 싫어한다. 우리의 목표는 조금씩 생략하고, 빼내고, 간소화해서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면봉이 조금 더 짧아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테이프 폭이 더 좁아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주로 이런 고민을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실적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제품 호응도를 살펴보려 매주 점검 회의를 열었다. 두루마리 휴지를 만들 때도 심지 크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살펴보고, 수납 케이스를 만들 때는 플라스틱에 색 염료를 넣지 않고 만든다. 수건은 나중에 걸레로 쓸 수 있도록 절취선을 따로 만들었다.
    2015년 개장한 나리타공항 3터미널 디자인도 우리가 맡았는데, 예산이 통상 규모의 절반에 불과해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설치할 수 없는 구간이 1.5㎞에 달했다. 그래서 긴 통로에 경기장처럼 트랙을 그려 걷는 지루함을 줄였다."
    3. No Marketing
    기존의 경영·마케팅 이론과 달리 간다
    그래픽  무인양품이 마케팅 성공 방정식을 거부하는 점은 다른 기업이 무인양품을 쉽게 넘볼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다. 예를 들어, 일반 소비재 기업은 세그먼트(segment), 타기팅(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 상세한 분석을 거쳐 목표 고객군을 설정하고 고객군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차별점을 부각시키려 한다. 이에 반해 무인양품은 가장 많은 사람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 마케팅 학자들이 흔히 강조하는 '선택과 집중' 이론도 무인양품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스타벅스(커피), 유니클로(의류), 니토리(가구) 등 성공한 많은 소비재 기업과 달리 무인양품엔 대표 상품이 없다. 의류·생활용품·문구류·식품은 물론, 직접 단독주택도 지어 판다. 상품 개수가 7000개가 넘는다. 심지어 식빵의 버려지는 부분인 가장자리에 카레맛이나 치즈맛을 더해 진열대에 올려두기도 한다.
    ―상품 품목 수가 많으면 경영에 방해되지 않는지.
    "한때 상품 품목 수를 줄여보기도 했다. 그러나 실적 회복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제 역할을 하는 물건을 만든다'는 목표에 맞춰 상품을 만들다 보니 품목 수가 많아 보이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호텔 사업도 시작할 예정이다. 한국·중국을 방문하다 보면 직원들이 매우 넓은 방을 예약해주는데, 이런 호텔에서 묵으면 방이 너무 넓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반대로 이렇게 방이 넓은 고급 호텔이 아니면 서비스나 방 면적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호화롭지는 않지만, 서비스는 좋은 그런 적절한 호텔을 만들 계획이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여느 때처럼 "못 했던 말이 있다면 해달라"고 부탁했다. 열에 아홉은 뻔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러나 그는 대뜸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있는 기자를 쳐다보며 그가 말했다. "우리 회사의 사고방식은 일반인에겐 난해하지요." 가나이 회장이 껄껄 웃었다.
    *이 기사 전문은 4월8일자 조선일보 WEEKLY BIZ에서 볼 수 있습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비우니까… 풍요롭다
    슈트 위에 야상… 당신, 멋 좀 아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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