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삼각관계…“사랑노래는 달콤, 결혼은 씁쓸”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과
기타의 신 에릭 클랩턴의 사랑을 받았던 그녀,
패티 보이드가 사진가가 되어 방한했다.

    입력 : 2017.04.18 17:56

    [The테이블: Table with]
     

    서울서 사진전 여는 패티 보이드

    ‘Something in the way she moves/ Attracts me like no other lover(그녀의 몸놀림에는 뭔가가 있어요/ 다른 어떤 사랑과도 다르게 날 끌어당기는 뭔가요)…’. 프랭크 시나트라가 비틀스 최고의 연가(戀歌)라 칭송했던 곡 ‘Something(섬싱)’은 조지 해리슨(1943~2001)이 이 여인을 위해 만든 곡이다. ‘You look wonderful tonight~.’ 팝송 문외한에게도 이 한 구절만은 익숙한 에릭 클랩턴(72)의 노래 ‘Wonderful Tonight(원더풀 투나잇)’도 그녀에게서 나왔다.

    비틀스 멤버 조지 해리슨과 ‘기타의 신’ 에릭 클랩턴. 절친한 친구였던 둘 사이엔 음악 말고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이 여인을 사랑했고, 결혼했으며, 결국 이별했다는 것. ‘Mrs 해리슨’이었던 이 여인은 ‘남편 친구’ 에릭 클랩턴의 끊임없는 구애에 ‘Mrs 클랩턴’이 됐지만 결국 둘로부터 버림받았다.

    세기의 삼각관계라 불리는 이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은 1960~1970년대 ‘영국의 얼굴’로 불렸던 톱 모델 패티 보이드(73). 그녀가 사진가가 돼 28일부터 8월 9일까지 서울 성수동 에스팩토리에서 ‘패티보이드 사진전(ROCKIN’ LOVE)’을 연다. 최근 방한한 그녀를 애프터눈 티 한 잔 두고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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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카우보이 모자에 하이힐을 신은 패티 보이드. 일흔셋이란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고혹적이다. 사진은 두 남자가 가고 찾아온 새로운 사랑이었다./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미용실 보조에서 비틀스의 연인으로

    ―당대 최고의 스타 비틀스와의 인연이 궁금하다.
    “런던의 헤어 살롱에서 보조로 일하고 있었는데 손님 하나가 모델 일을 제안했다. 이후 패션지 ‘보그’ 커버, TV 과자 광고 등에 등장했다. 하루는 에이전트가 오디션에 가보라고 해서 또 과자 CF겠거니 했다. 합격하고 나서 비틀스 영화 ‘A Hard Day’s Night(어 하드 데이즈 나이트)’의 단역 오디션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소스라치게 기뻤겠다.
    “전혀. 교복 입는 여고생 역이라 실망했다. 열아홉 살이었는데 그 또래는 교복을 싫어하지 않나(웃음).” 극 중 대사는 ‘Prisoners(죄수들)?’ 딱 한 줄. 이 한마디가 인생을 바꿔놨다.

    ―조지 해리슨과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됐나.
    “왕복 8시간 기차를 타면서 영화를 촬영했다. 끝나고 돌아서는 길에 조지가 ‘Will you marry me?(결혼해 줄래요?)’라고 물었다. 뜬금포였다. 농담인 줄 알았더니 다시 묻더라. ‘결혼 안 해줄 거면 저녁이라도 같이하겠느냐’고. 당시 사진가였던 남자 친구가 있어 거절했다. 2주 뒤 영화 홍보 사진 촬영 때문에 다시 비틀스를 만나게 됐다. 조지가 만나자마자 남자 친구랑 어떻게 됐냐고 묻더라. 마침 그 사이 남자 친구랑 헤어졌었다. 그게 시작이었다.”

    ―‘비틀스의 아내’로 사는 건 어땠나.
    “행운이었지만 고통도 많았다. 한번은 팬 5명이 따라와 내 머리채를 잡고 욕을 퍼부었다. 내가 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집에 들어와서 조지를 유혹하는 팬도 많았다.”

    ―명곡 ‘Something’의 모델이 당신이라는데.
    “하루는 녹음실에서 돌아온 조지가 ‘너를 위해 만든 곡이야’라면서 녹음 테이프를 틀어 줬다. 믹싱 작업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정말 아름다운 곡이었다.” 이 곡으로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조지 해리슨은 작곡 실력을 인정받게 된다.

    1) 1968년 조지 해리슨과의 신혼 시절 정원에 삼각대를 놓고 찍은 ‘셀카’. 2) 1964년 비틀스 영화 ‘A Hard Day’s Night’를 찍고 있는 패티 보이드(오른쪽에서 둘째)와 조지 해리슨(왼쪽에서 둘째). 두 사람은 이 영화로 처음 만났다. 3) 1975년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 에릭 클랩턴과 패티 보이드./ 패티 보이드·Getty Image 이매진스

    팝스타와의 삶? 영화 아닌 일상

    ―조지와 결혼 중에 에릭 클랩턴의 사랑을 알게 됐다.
    “1970년 어느 날 에릭이 자기가 만든 노래를 들려줬다. 그게 ‘Layla(라일라)’다. 여태껏 들은 것 중 가장 열정적인 곡이었지만 에릭에게 부르지 말라고 했다. 부르는 순간, 우리 얘기인지 사람들이 다 알 거니까. 슬펐다.” 록의 고전이 된 ‘Layla’는 페르시아판 로미오와 줄리엣인 ‘레일라와 마즈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 패티가 사랑을 받아들여 주지 않자 에릭은 마약의 수렁에 빠졌다.

    삼각관계 속에서도 조지를 부여잡고 있었던 패티가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일이 생겼다. 조지가 같은 비틀스 멤버인 링고 스타의 아내인 모린 콕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을 집에서 목격한 것이다. 그녀는 결국 조지를 떠나 에릭의 품에 안긴다.

    ―‘원더풀 투나잇’에 얽힌 일화가 있던데.
    “외출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데 30분이 흘렀더라. 에릭이 화나지 않았을까 마음 졸이며 1층으로 내려갔더니 그 사이 노래를 만든 게 있다고 들려줬다. 그 짧은 시간에 곡을 만들다니. ‘원더풀 투나잇’이었다.”

    ―당신을 위해 만든 노래를 종종 듣나.
    “매일, 이라고 하면 병원에 가봐야겠지(웃음)? 운전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오, 마이 송’이라고 흥얼거릴 뿐. 과거는 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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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사랑 맹세한 남자들, 결국 어린 여자 찾아

    ―최고 팝스타와의 결혼. 낭만이 넘쳤을 것 같다.
    “밤마다 기타 치면서 세레나데 불러줄 것 같지? 그건 영화에서나 있는 일, 현실은 다르다. 물론 둘 다 기타는 온종일 쳤다. 그렇지만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들 위해서. 음악은 그들에겐 ‘일’이었다. 자면서도 발가락 까딱까딱하면서 박자 센다. 그렇게 일에 질렸는데 아내한테 노래 불러 주겠나(웃음).”

    ―달콤한 사랑을 맹세했던 조지도, 에릭도 결국은 배신했다. 왜 그랬을까.
    “이유? 정말 간단하다. 남자들은 어느 순간 젊은 여자들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것 같다. 여자들이 어느 순간 젊은 남자들에 대한 욕망이 생기는 거 봤나? 아니지 않나?” 동의를 구하는 그녀의 눈빛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졌다.

    ―1960~1970년대 ‘스윙잉 런던(Swinging London·신나는 런던)’ ‘영국 침공(British Invasion)’으로 요약되는 영국 대중문화의 전성기를 곁에서 지켜봤다.
    “그 시절 런던은 문화적으로 풍요로웠다. 그 중심에 비틀스, 롤링 스톤스가 있었다. 잘생기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가 수두룩했고 그들이 ‘환상적인(fabulous) 런던’을 펼쳤다. 나는 행운아다.”

    ―문화계 사람들과 매우 친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관계가 얽히고설켜 추문도 많았다. 존 레넌은 조지와 모린의 불륜에 ‘근친상간’이란 표현까지 썼을 정도다.
    “지금은 가수들이 자기 음악에만 함몰돼 있지만 그땐 달랐다. 동료를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고 동지로 생각했다. 진심으로 서로의 음악을 즐기고 소개했다. 조지를 통해 자연스럽게 에릭을 알게 된 것처럼 많은 만남이 있었다.”

    ―그때가 그립나.
    “행복한 기억도 있고, 뒤돌아보기조차 힘든 기억도 있고. 남편이 팬과 바람나서 아이 낳고, 바깥으로 도는 걸 지켜보는 건 정말 힘들었다.” 그녀는 아이를 낳지 못했다. 입양을 고려했으나 포기했다. ‘만약 아이가 있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까’라는 질문에 그녀는 ‘아마 그럴지도’라고 짧게 답했다.

    두 남자와의 이별, 그 끝에 온 사진

    ―모델에서 어떻게 사진가로 변신했나.
    “조지도 떠나 재혼하고, 에릭도 떠나 재혼했다. 외톨이가 됐다. 문득 예전에 찍은 사진이 생각나더라. 모델 일을 하면서 첫 봉급을 모아 카메라를 샀다. 카메라를 알아야 내가 예쁘게 나오는 법을 알겠다 싶어 촬영장에서 사진가들에게 사진 찍는 법을 일일이 물으면서 배웠다. 기억을 되살려 정식으로 사진을 배웠다. 그러다가 지인이 전시를 제안해 200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전시를 열었다.”

    ―당신에게 사진이란.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붙잡는 일. 나의 연인이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 내가 가장 즐거웠던 시절(fun time)을 담았던 일.”



    에릭 클랩턴 ‘Wonderful Tonight’
    It’s late in the evening; she’s wondering what clothes to wear.
    She puts on her make-up and brushes her long blonde hair.
    And then she asks me, “Do I look all right?”
    And I say, “Yes, you look wonderful tonight.”

    늦은 저녁, 그녀는 무슨 옷을 입을까 망설이고 있죠.
    화장을 하고 긴 금발 머리를 빗죠.
    그리고 내게 묻죠, “나 괜찮아요?”
    난 대답하죠, “그럼요, 당신 오늘 밤 너무 아름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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