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의 진격… 남성 패션의 주인공이 되다

대부분의 남성은 태어난 순간부터 분홍색 옷을 멀리 해왔다.
남성에게 분홍색은 일종의 '금기의 색'이었다.
하지만 최근부터 핑크색이 아예 남성복의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 김은령 월간 럭셔리 편집장 
  • 편집=오현주

    입력 : 2017.04.18 18:02

    [김은령의 '남자들에게': 멋쟁이는 분홍을 입는다]
     

    주얼리·시계로 시작한 핑크 물결···올해 남성복 전면에
    핑크색 계열 넥타이만으로도 얼굴이 환해지는 효과
    주황에 가까운 보테가 베네타 슈트(왼쪽)와 준야 와타나베의 옅은 핑크빛 재킷(가운데),핑크는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핑크가 들어간 체크무늬 프라다 재킷을 입은 모델(오른쪽) /프라다
    대부분의 남성은 태어난 순간부터 하늘색 옷을 입어야 했고 파란색 가방과 운동화만 신었으며 분홍색 장난감이나 필기도구를 고를라치면 소스라치게 놀라서 말리는 환경에서 자랐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 우즈에게서 볼 수 있듯이 분홍색을 공주병 환자, 사랑스러움에 집착하는 백치미의 상징으로 희화하는 사회다 보니 남성에게 분홍색은 ‘금기의 색’이었다. 붉은색에 흰색을 조금 섞으면 만들어지는 핑크는 붉은색 계열이다. 붉은색이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면 핑크는 부드러운 에너지를 전해준다. 누가 무슨 기준으로 색깔을 성별에 맞게 구분했는지 모르겠지만 별 의심 없이 대충 받아들이고 산 탓에 남자들은 멋쟁이로 누릴 수 있는 즐거움 하나, 핑크색을 즐길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분홍색이 남성의 라이프스타일에 적극적으로 들어왔다. 색채 전문기업인 펜톤이 지난해 유행 색 중 하나로 은은하게 톤다운된 핑크색 계열의 ‘로즈쿼츠(Rose Quarts)’를 선정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핑크색의 인기는 주얼리와 시계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옐로 골드는 피부색에 노란빛이 도는 많은 한국 남성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이와 달리 구리가 들어 있어 분홍색이 도는 핑크골드 혹은 로즈골드는 차분하고 고급스러워 조용히 인기를 끌었다. 몸에서 떼놓지 않는 휴대전화에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되었다. 삼성전자의 핑크골드 갤럭시, 애플의 로즈골드 아이폰 등은 발매 후 큰 인기를 끌며 블랙, 화이트로 대표되던 지루한 전자기기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짙은 핑크색 재킷과 셔츠를 입은 모델(왼쪽),알렉산더 왕의 핑크색 후드티(가운데),디젤블랙골드의 핑크색 줄무늬 재킷과 바지를 입은 모델(오른쪽) /조르지오 아르마니,알렉산더 왕,디젤블랙골드
    2017년에는 핑크색이 아예 남성복의 전면에 나섰다. 봄여름을 겨냥한 패션 브랜드의 남성 컬렉션 무대에서는 연한 분홍부터 쇼킹핑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도가 등장했다. 어딘가에 살짝 사용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주인공으로 나선 것이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를 영입한 이후 레트로 분위기와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가 된 구치는 남성 모델에게 분홍색 러플 셔츠를 입혔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핑크색 정장을 선보였으며, 버버리 역시 핑크색 셔츠와 스웨터를 무대에 올렸다. 메종 마르지엘라도 핑크색 슈트와 검정 보머 재킷을 결합한 의상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핑크색이 푸른색이나 갈색처럼 남성 컬렉션의 런웨이에 당연히 등장하게 될 것 같다.
    휴고 보스 핑크색 선글라스
    핑크는 주목도가 높은 색이다. 미국 PGA 투어에서 활약하며 대표적인 장타자로 인정받는 골퍼 부버 왓슨은 핑크색의 이런 특징을 잘 이해했다. 힘들게 자란 시절,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은 선의를 기억하고 보답하기 위해 다양한 기부와 봉사를 하는 그는 핑크색이 ‘자선의 상징’이라며 드라이버와 퍼터 등의 헤드는 분홍색, 골프공은 핫핑크색을 사용해 화제가 되었다. 비슷비슷한 스타일의 골프선수들 사이에서 주목도를 높여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엘 우즈처럼 핑크색으로 감싸지만 않는다면 핑크색 스타일링은 어렵지 않다. 톤다운된 연한 핑크색은 대부분의 다른 색과 두루 잘 어울린다. 모든 파스텔 계열과는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를 낸다. 그 자체로 개성 강하고 눈길을 끌기 때문에 검정이나 흰색 같은 무채색과 함께 입으면 지루하고 무거운 느낌을 덜어준다. 밝은 회색과는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을 이룬다. 명도와 채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은 핑크색 계열의 넥타이만으로 마치 반사판을 얼굴 가까이 댄 듯, 얼굴이 환해지고 밝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풋풋한 젊은이라면 분홍색 스웨터로 발랄하고 싱그러운 분위기를 내고, 나이 지긋한 중년이라면 희끗희끗한 머리에 잘 어울리는 연분홍색 셔츠로 온화하고 따뜻한 매력을 강조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고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핑크색을 되찾아 왔으니 마음껏 즐길 일이다. 은근한 분홍색 벚꽃 떨어지고 열정적인 진달래가 피기 시작했으니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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