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마크 트웨인과 한잔하실래요?

피카소의 말처럼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
예술을 만나고 즐기는 법은 다양하지만 조금은 특별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세계적인 명작(名作)을 탄생시킨 화가와 작가를 모티브 삼아 만든 카페와 레스토랑, 바(bar)에서 말이다.

    입력 : 2017.03.21 17:15

    [Place: 화가,작가의 감성 담은 레스토랑,카페,바...일상의 먼지를 털어내자]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테마로 삼은 '프루스트'의 밀크티와 마들렌.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예술은 우리의 영혼을 일상의 먼지로부터 씻어준다’고 한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예술은 때때로 일상에 큰 위로와 자극이 돼준다. 예술을 만나고 즐기는 법은 다양하지만 조금은 특별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세계적인 명작(名作)을 탄생시킨 화가와 작가를 모티브 삼아 만든 카페와 레스토랑, 바(bar)에서 말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과 함께 마시는 커피, 마크 트웨인의 소설 속 주인공을 닮은 칵테일, 프리다 칼로가 살았던 ‘파란 집(Casa Azul)’을 닮은 정원 같은 칵테일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음악이 흘러나오는 북카페…. 이곳에선 작품과 예술가가 쉬지 않고 말을 걸어온다. 예술가의 감성을 마시고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찾았다. 이 봄, 당신의 일상의 먼지를 툭툭 털어 내줄 이곳을 주목해보시라.


    칵테일 마시며 화가를 만나다

    고희의 그림과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반고흐카페'(위쪽),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이미지, 멕시코 정원을 옮겨온 듯한 식물 인테리어가 이국적인 분위기의 칵테일바 '칼로앤디에고'(가운데),클로드 모네의 '수련' 이미지가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청담동 '씨엘드모네'.(아래쪽)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빈센트 반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축복하며 그린 ‘꽃 피는 아몬드나무’가 한 벽을 가득 채우고 노란 배경 위에 그려진 ‘해바라기’가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긴다.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이 아니다. 커피 향 가득한 서울 신천동 반고흐카페(02-3213-4181)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미술관(Van Gogh Museum)의 글로벌 프로젝트로 세계 최초로 국내에 문을 연 카페. 직장인 지은영(33)씨는 “특별히 미술관에 가지 않고도 고흐를 만날 수 있어 일부러 찾아온다”며 “가장 좋아하는 ‘꽃 피는 아몬드나무’ 그림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는 일이 내겐 큰 힐링”이라고 했다.

    고흐가 즐겨 마셨다는 ‘예맨 모카 마타리’ 원두로 내린 커피, 압생트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반고흐 드링크’ 등 고흐와 관련된 특별한 메뉴와 이곳에서 판매하는 반 고흐 미술관의 아트 상품도 인기다.

    ‘장진우 거리’라 불리는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회나무로13가길)에 시선 사로잡는 푸른색 건물이 있다. ‘내 생에 두 번의 대형 사고가 있었다. 하나는 전차 사고이며, 다른 하나는 디에고.’ 간판을 대신한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글귀가 발길을 붙잡는 곳. 프리다 칼로와 그의 남편이자 멕시코 국민 화가 디에고 리베라를 모티브로 한 장진우 셰프의 칵테일바 칼로앤디에고(02-794-0872)다.

    프리다 칼로와 그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살던 ‘파란 집(Casa Azul)’을 모델 삼아 만든 푸른색 외관과 멕시코의 정원을 옮겨온 듯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천장을 따라 포도나무 덩굴이 가지를 뻗은 데다 선인장과 초록 식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프리다 부부의 사진과 작품 이미지가 벽을 장식하고 있다.

    칼로앤디에고의 민경준(26) 매니저는 “최근 국내에서 몇 번 열린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전시를 보고 일부러 찾아오신 분들도 많다”며 “작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 특별하게, 그렇지 않은 분은 색다른 분위기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프리다가든’과 ‘디에고온마이마인드’ 등 특별한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프랑스식 브런치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청담동
    씨엘드모네(02-542-9719)는 프랑스 대표 화가 클로드 모네를 모티브 삼았다. 2층 천장 가득 채운 모네의 작품 이미지 ‘수련’이 시선을 압도하는데 프랑스어로 ‘모네의 하늘(Ciel de Monet)’이라는 가게 이름은 여기에서 나왔다. 대형 프린트된 모네의 그림은 시간에 따라 조명을 조절할 수 있어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르다.

    시선을 돌리면 1층과 2층 벽면 곳곳에 걸린 모네의 다른 그림 이미지도 눈에 들어온다. 바(bar)로 운영되는 지하에도 모네의 초상화와 다른 작품 이미지가 걸렸다. 층마다 분위기를 다르게 해 커피와 디저트, 브런치, 칵테일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대표 메뉴로 크로크마담(1만8000원)과 버섯시금치크레이프(1만7000원)가 있다.

    밀크티 마시며 소설가를 만나다

    익선동의 한옥을 새단장한 '프루스트'의 외관(왼쪽),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속 구절이 걸려있는 '프루스트'내부(오른쪽)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낡은 한옥이 모여있는 익선동 골목길. 이색적인 가게가 모여들며 핫플레이스가 된 이 길에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모티브 삼은 프루스트(02-742-3552)가 있다. ‘분명히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팔딱거리는 것은 그 맛과 연결되어 맛의 뒤를 따라 내게로까지 올라오려고 애쓰는 이미지, 시각적인 추억임에 틀림없다.’ 프루스트의 소설 속 주인공은 홍차와 마들렌을 맛본 뒤 과거의 기억을 선명하게 떠올린다.

    “특정한 냄새가 기억을 되살린다는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를 알게 되면서 소설을 다시 찾아봤어요. 향(香)을 만드는 우리에게 정말 와닿는 얘기였죠.” 프루스트의 한유미 대표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고 또 읽으며 이 공간을 꾸몄다. 소설 속 인상적인 구절은 액자가 되어 걸렸고 아담한 한옥은 향수 공방이자 체험 공간, 홍차와 마들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카페가 됐다. 대학생 홍희진(23)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본 밀크티 때문에 왔다가 프루스트의 책에도 흥미가 생겼다”며 “스토리를 알고 보니 더욱 매력적이다”고 했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쓴 작가 마크 트웨인은 위스키 애호가로 유명하다. 글래드호텔여의도의 싱글몰트위스키바 마크티(02-6222-5533)는 ‘무엇이든 과하면 좋지 않다. 하지만 좋은 위스키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아야 적당하다’며 위스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 마크 트웨인을 모티브 삼은 곳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책 속에 숨어 있는 메뉴판, ‘톰 소여’ ‘허클베리 핀’ 등 작품과 주인공, 배경을 녹인 칵테일 메뉴가 이색적이다. 글렌피딕·맥켈란·글렌리벳 등 널리 알려진 오피셜 보틀뿐 아니라 국내에 공식적으로 수입되지 않았던 베리브러더스앤드러드·블랙애더·카덴헤드 등 인디펜던트 보틀 컬렉션을 갖추고 위스키를 베이스로 개성 있는 칵테일도 선보인다.

    위스키 애호가였던 마크 트웨인을 모티브 삼은 위스키바 '마크티'(왼쪽),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과 작품 속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북카페 '피터캣'(오른쪽)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물론 작품 속 음악을 함께 즐기며 하루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특별한 곳, 서교동 북카페 피터캣(070-4125-0099)이다. 피터캣이라는 상호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실제로 운영했던 재즈바의 이름. “직장을 그만두고 가장 하고 싶은 게 북카페였는데, 그렇다면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과 작품 속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이한구(46) 대표의 말이다.

    북카페 책장에 꽂힌 1000여 권의 책 가운데 120권이 하루키의 책이다. 해외 원서도 있다. 나머지는 하루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책과 고전. 하루키의 작품에 영감 준 음악, 재즈 애호가로 유명한 하루키가 좋아하는 음반들을 수집한 음반 컬렉션도 화려하다. 한 장 한 장 어렵게 모은 음반이 500장을 넘었다. 하루키의 작품을 선정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모임은 매달 첫째 토요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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