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향수 자극하는 나만의 향수를 찾아서

꽃향기를 닮은 향들로 봄을 먼저 느낀다
자신만의 향기로
다가오는 봄을 준비해보자

    입력 : 2017.03.14 17:31

    [Beauty] 새 봄, 향수에 빠지다 
     


    코끝으로 봄을 먼저 느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한 편집매장에서 살포시 날아온 향기였다.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곳엔 꽃향기를 닮은 향이 가득했다. 몇 년째 ‘니치(niche· 틈새) 향수’가 유행이다. 니치 향수는 원래 고급 원료로 소량 생산되는 향수를 의미하지만, 최근에는 샤넬·디올 등 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향수 전문 브랜드에서 고가로 생산되는 프리미엄 향수를 일컫기도 한다. 제아무리 ‘틈새’라지만 그 틈으로 흘러들어온 브랜드가 많아지면 식상해지기 마련. 요즘 새롭게 향수 마니아들의 쇼핑 선상에 오른 향을 찾아 나섰다.


     

    뉴욕 향수 브랜드 ‘르 라보’는 주문 즉시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주는 ‘즉석 향수’로 이름을 알렸다. 향수 유통 기한이 구입한 그날부터 3년이다. 사진은 가로수길 르 라보 매장에서 향수를 만들고 있는 모습./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향수(香水), 향수(鄕愁)를 자극하다

    “향기는 사람의 뇌에서 가장 먼저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을 자극한다.” 향기가 마음을 다스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패멀라 돌턴의 말을 방증하는 걸까, 요즘 향수에서 키워드는 ‘추억’ ‘기억’이다. 추억엔 그 어떤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각별함이 있다. 타인은 공유할 수 없는 오롯한 나만의 것이니까.

    요즘 패션 피플 사이에서 인기 높은 스웨덴 향수 ‘바이레도(Byredo)’가 대표적이다. 바이레도는 ‘By Redolent(무엇을 생각하게 하는)’의 줄임말. 창업자 벤 고르함이 어릴 적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어머니의 고향인 인도 뭄바이 근처 소도시를 떠올리면서 독특한 향수를 만들었다. 그중 ‘슈퍼시더’는 사각사각 삼나무 연필 깎을 때 풍기는 향취와 닮아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프랑스 니치 향수 ‘세르주 루텐’의 ‘밥뗌므 뒤 퍼’는 조향사 세르주 루텐이 어린 시절 추억을 담아 만든 향수. ‘불의 세례’란 뜻으로 유원지에서 풍기는 사격장의 화약 냄새와 달콤한 진저브레드의 향을 조합해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투명한 유리병에 자줏빛 향수가 담겼다. 특이하게 향수 자체가 색을 지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르 라보 ‘네롤리 36’(50mL, 23만5000원), 에르메스 ‘떼르 데르메스 2017 리미티드 에디션’ 오 드 뚜 왈렛(100mL, 15만4000원), 바이레도 ‘슈퍼시더’(50mL, 18만5000원), 미우미우 오 드 퍼퓸(50mL, 13만원)

     

    즉석 향수도 등장…나만의 향을 찾다

    제작 방식·성분 등을 차별화한 향수들이 새롭게 뜨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태원과 가로수길에 단독 매장을 연 ‘르 라보’는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즉석 향수’로 인기몰이 중이다. 원하는 향으로 내 눈앞에서 바로 향수를 만들어준다. 향수병엔 사용자의 이름을 새긴 라벨을 맞춤 제작해 붙여준다. 대표 향수는 ‘상탈33’ ‘베르가못 22’ 등으로 오 드 퍼퓸(Eau de Perfume). 향수는 희석률에 따라 퍼퓸(Perfume), 오 드 퍼퓸(Eau de Perfume), 오 드 뚜왈렛(Eau de Toilette), 오 드 코롱(Eau de Cologne), 오 프레쉬(Eau Fraiche) 등으로 나뉘는데 뒤로 갈수록 향 지속력이 약하다.

    “요즘 한국 사람들의 코가 높아졌어요.” 향수업계에서 10년 일한 김태중 르라보 가로수길점 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남들이 맡았을 때 좋은 향수를 선호해 은은하고 잔잔한 오 드 코롱을 주로 썼는데 요즘은 자기만족이 중요하기 때문에 독특한 향의 오 드 퍼퓸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지난해 청담동 명품거리에 단독 매장을 낸 프랑스 뷰티 브랜드 ‘불리 1803’은 물을 베이스로 한 저자극 향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반적으로 향수는 알코올을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아토피 환자 등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 불리 1803의 ‘오 트리쁠 향수’는 물을 베이스로 하고 천연 원료를 사용해 피부 자극을 줄였다.

    세르주 루텐 ‘밥뗌므 뒤 퍼’(50mL, 18만8000원), 에어린 ‘가든 로즈 오 드 코롱’(200mL, 21만원), 맥 ‘쉐이드센츠 레이디 데인저’(50mL, 5만9000원)와 레드 오렌지색 립스틱(3만원),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쿠아 셀레스티아’(200mL, 33만원)

    프레데릭 말은 지난달 기존 향수 ‘아웃레이저스’의 패키지를 한정판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미국 백화점 ‘바니스 뉴욕’과 협업해 투명한 향수병 위에 영어 철자 ‘OUTRAGEOUS’를 컬러풀하게 조합해 디자인했다. 미국과 한국에서만 100개 한정으로 판매된다. 김혜현 프레데릭 말 홍보팀 과장은 “이전엔 플로럴 계열이 인기였지만 요즘은 나만의 특별한 향수를 갖고 싶어하는 흐름 때문에 독특한 향조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화장의 완성은 향수!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없는 고급 향수에 대한 욕구도 커지면서 럭셔리 패션 브랜드에서 선보이는 고가 향수도 다시 활개를 펴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9월 90여 년 만에 7가지 새로운 향수 컬렉션을 출시했다. 미우미우도 기존 면세점에서만 판매하던 향수를 지난 1월 처음으로 국내 매장에 입점했다. 하늘색 병에 빨간색 뚜껑으로 포인트를 준 미우미우의 향수는 예쁜 향수병으로 인스타그램을 타고 떠오르고 있다.

    프레데릭 말 ‘아웃레이저스’ 바니스 뉴욕 협업(100mL, 27만5000원), 불리 1803 ‘오 트리쁠 향수’ 베르켄 오렌지 블로썸(75mL, 19만8000원), 버버리 ‘홈 앤 리넨 미스트’(100mL, 9만원), 부쉐론 ‘꼴렉시옹 아이 리스’(125mL,24만7000원)

    트렌치코트를 모티브로 한 ‘마이 버버리’ 향수 시리즈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버버리는 지난해 12월 패브릭과 집 안에 뿌릴 수 있는 리빙 향수 ‘홈 앤 리넨 미스트’를 출시했다. 대세 향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에르메스는 올해 그래픽 아티스트 나이젤 피크와 협업해 남성 향수 ‘떼르 데르메스 2017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놓았다.

    프리미엄 향수 가격은 대개 20만~30만원대인데도 잘 팔린다. 10만원대 향수를 판매하던 하이엔드 시계·주얼리 브랜드 부쉐론은 최근 20만원대 프리미엄 향수 ‘꼴렉시옹 컬렉션’을 출시했다.

    화장품 회사에서도 향수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가 만든 화장품 브랜드 톰포드뷰티의 향수가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에스티 로더의 손녀딸 에어린 로더가 새로운 향수 브랜드 ‘에어린’을 내놓았다. 색조 메이크업 브랜드 ‘맥’도 올봄 6가지 립스틱 컬러와 짝을 이루는 향수 ‘쉐이드센츠’를 출시했다. ‘패션의 완성은 향수’라더니, 이젠 ‘화장의 완성은 향수’가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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