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와 아이유의 하모니처럼…

    입력 : 2017.03.14 17:29

    [김미리의 테이블 세팅]


    최백호를 만나고 지난주 내내 그의 노래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딱히 팬은 아니었는데 말이지요. 노랫말에 인터뷰 때 들었던 얘기가 살포시 얹히니 새롭게 다가옵니다.

    “가을에 떠나지 마세요…” 추일서정(秋日抒情)이려니 했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에선 괜히 콧날 시큰거립니다. 아버지 일찍 여의고 기둥처럼 의지했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무너지는 심정 담은 곡이라네요.

    회식 때면 불콰하게 취한 선배들이 앞다퉈 부르는 ‘낭만에 대하여’에선 여자의 질투를 상상하면서 미소 짓습니다. 집에서 설거지하는 아내 뒷모습 보면서 결혼해 어딘가에서 설거지하고 있을 첫사랑 떠올리며 만든 노래랍니다. “날 보고 어떻게 첫사랑 떠올릴 수 있지?” 사연 안 아내한테 싹싹 빌었답니다. 한 번쯤 부부 사이 있을 레퍼토리죠.

    두 곡도 좋지만 후배 가수와 부른 노래들이 더 좋았습니다. 아이유와 함께 부른 ‘아이야 나랑 걷자’에선 만추 낙엽처럼 스산한 최백호의 음성에 봄 햇살처럼 상큼한 아이유의 음성이 화음을 쌓습니다.

    고향이 부산이었던 옛 여자 친구를 생각하면서 에코브릿지가 만든 ‘부산에 가면’이 그중에서도 최고였습니다. ‘목소리’ 부탁받은 최백호는 단박에 승낙했답니다. 딱 자기 얘기라서요. 소리는 최백호이나, 곡과 가사는 최백호가 데뷔할 때 태어난 아들뻘 음악가에게서 나왔습니다. 세대는 달라도 이들이 일군 하모니는 서로에게 제 옷처럼 꼭 맞습니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선고 직후 광화문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혹시 모를 ‘촛불’과 ‘태극기’의 충돌에 대비해 광화문을 빙 두른 경찰차 벽을 보는데 최백호와 에코브릿지가 떠올랐습니다. 저 금을 넘어 어르신과 젊은 세대가 멋진 화음 쌓아 올리는 날이 머지않아 오기를, 소망해 봤습니다.

     
    아파트 관리비, 카드 납부 신청하면 최대 현금 2만원 받는 것 아시나요
    “인디 가수들이여, 땅굴 아지트에 와서 맘껏 놀아봐요”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