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정원이 거실로 들어왔다.

삭막함 속에 하루를 보내는 도시인의 마음이 초록 식물로 향하고 있다.
정원에서 베란다로, 베란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침실로 점점 집안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이는 식물로 인테리어하는 '플랜테리어'라고 한다.

    입력 : 2017.03.14 17:33

    [Story: 초록 식물의 위안...전문가 4인의 '플랜테리어' 꿀팁]
     

    올봄 인테리어 필수 아이템은 식물
    선반,테이블에 장식한 '미니 가든'
    초록으로 생기 가득한 집 꾸며보세요


    초록 바람을 타고 봄이 왔다. 올봄 집 안에 식물로 인테리어 하는 플렌테리어가 인기다. 사진은 지난 8~12일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펀샵 부스. 화분을 여러개 넣어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오 마이 가든' 플랜트박스로 플랜테리어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프렌치 감성 사진’으로 유명한 최연정 셰프. 그녀는 얼마 전 서울 망원동에 쿠킹 스튜디오 겸 아틀리에 ‘아뜰리에 15구’를 열면서 ‘테이블 가든’을 꾸몄다. 네모난 테이블 위에 잎이 커다란 야자나무·극락조·테이블 야자 등을 여기저기 배치했다. 밋밋한 테이블은 아이보리색 광목 천으로 덮었다. 그 위에 크기와 높낮이 다른 화분을 무심한 듯 올려두고, 투명한 유리병과 예쁜 표지 책을 세팅했다. 새로 들여온 식물 화분은 커다란 라탄바구니에 쏙 집어넣거나 1인용 나무 의자에 뒀다.

    “주변에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동네가 조금 삭막해요. 그런데 쿠킹 클래스 수강생들이 들어와서 테이블 가든과 마주하는 순간 안락함을 느낀대요. 저도 초록 식물들 보며 실시간 힐링하고요.” 얼마 전 결혼한 최 셰프는 신혼집도 식물로 꾸몄단다. TV가 없는 거실엔 커다란 관엽식물들이, 조그만 탁자 위엔 어김없이 화분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삭막함 속에 하루를 보내는 도시인의 마음이 초록 식물로 향하고 있다. 정원에서 베란다로, 베란다에서 거실로, 거실에서 침실로 초록 식물이 점점 집안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집 인테리어 사진을 올리는 ‘#집스타그램’엔 최 셰프처럼 아예 집안 전체를 가구와 식물로만 꾸미거나 테이블, 선반 등을 식물로 장식한 집이 넘쳐난다. 이른바 식물로 인테리어 하는 ‘플랜테리어(planterior, plant와 interior의 합성어)’다.

    때마침 세계적인 컬러 전문 기업 ‘팬톤(PANTONE)’이 ‘올해의 컬러’를 ‘그리너리(greenery)’로 발표하면서 올봄 ‘초록 식물’은 인테리어 필수 아이템이 됐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 8~12일 열린 ‘2017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선 관련 제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플랜테리어의 인기에 꽃집 풍경도 바뀌고 있다. 카페와 주택가가 밀집한 동네에선 꽃 대신 인테리어용 식물과 화분만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식물 가게’가 생겨나고 있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씨는 “그동안 주로 상업 공간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플랜테리어가 집 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녹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실정상 앞으로는 식물이 인테리어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봄, 진짜 그리너리를 만나는 플랜테리어 속으로 들어가 봤다.

    볕 잘 드는 거실엔 관엽식물(잎을 감상하기 위한 식물), 욕실엔 공기정화 식물이 제격

    고에베리,틸란드시아...공중식물 활용하면 좁은 공간도 OK
    투명한 유리볼에 공기정화 식물 하나만 넣어도 멋스러워
    선인장 조각상,수프캔 선인장 등 인테리어 소품 활용을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그림 액자나 벽시계가 걸려 있어야 할 법한 밋밋한 벽에 커다란 몬스테라 이파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무심하게 늘어져있다. 선반 위엔 사막 한가운데를 연상케 하는 선인장이, 베란다 창문엔 틸란드시아가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행잉 화분에 걸려 있다. 특별한 인테리어 소품 없이 깔끔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공간을 만드는 건 역시 초록 식물의 힘. 그래서일까? 미니멀 인테리어, 빈티지한 멋을 풍기는 폐가 인테리어가 유행하면서 식물로 집 안 꾸미는 플랜테리어가 덩달아 인기다. ‘생기 담당’ ‘공기 정화 담당’인 식물로 플랜테리어 하고 싶은데 감각 없어 고민이라면, 걱정 마시라! 요즘 플랜테리어로 인기몰이하는 공간에서 올봄 인테리어 힌트를 찾았다. 전문가 4인의 깨알 팁도 꼼꼼하게 챙겼다.

    식물 전문가에게 배우는 플랜테리어 아이디어
    “식물도 옷처럼 T.P.O(시간·장소·상황별 맞춤)가 있어요. 햇볕이 잘 드는 거실엔 극락조·떡갈나무·고무나무 같은 관엽식물(觀葉植物·잎을 감상하기 위한 식물) 등이 잘 자라죠. 욕실이나 화장실엔 틸란드시아와 같은 공기정화 식물을 추천해요. 틸란드시아를 공중식물(행잉 플랜트) 형태로 걸거나 매달아두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지 않죠. 해가 잘 안 드는 거실이나 방엔 햇볕 없이도 비교적 잘 자라는 공기정화 식물 산세비에리아와 허브과(科) 식물이 좋고요. 주방에선 로즈메리·페퍼민트 등 허브과 식물을 키우면 요리할 때 쏠쏠하게 활용할 수 있답니다.”


    밋밋한 벽을 공중식물로 장식한 '보타니크'(왼쪽), 벽걸이 대신 서랍장 손잡이에 행잉 화분을 건 플라워카페 '보타니크'(오른쪽)/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박근희 기자

    식물 디자이너이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플라워카페 보타니크(02-6015-4857)의 연지연 대표는 “식물의 특성을 알고 집에서도 적절한 공간에 둬야 싱그러운 초록빛을 오래 두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광합성을 해야 하는 관엽식물은 햇빛 쪽으로 가지와 잎이 굽기 때문에 화분의 방향을 자주 바꿔줘야 한다. 키우기 쉬운 건 역시 공중식물이다.

    연 대표는 고에베리·거베리·틸란드시아를 특히 키우기 쉬운 공중식물로 꼽았다. 모두 별다른 관리 없이 습기만 적당히 유지해주면 된다. 다만 박쥐난은 햇볕이 있어야 잘 크는 식물이라 볕이 잘 드는 창가 가까이 걸어두는 게 좋다. 공중식물로 집을 꾸미고 싶을 때 벽에 못질하기 쉽지 않거나 걸어둘 곳이 마땅치 않다면 서랍의 손잡이에 걸어 장식한다. 빈티지한 인테리어용 철제 모빌이나 베란다 빨래건조대 끄트머리도 공중 식물을 걸어두기에 좋은 환경이다.

    단순한 화분에 식물을 담은 '더 플랜트 룸'(왼쪽),공기정화 식물 틸란드시아를 촛대에 올려두거나 유리병에 넣어 둔 '더플랜트룸'(가운데),자연스러운 바구니에 무심한 듯 꽃을 담은 식물가게 '더플랜트룸' /박근희 기자

    식물 디자이너이자 마포구 염리동 식물가게 더플랜트룸(010-7358-4217)의 허유경 대표는 “요즘엔 ‘테이블 가드닝’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테이블 위나 선반 등을 식물로 꾸미는 사람이 많다”며 “예쁜 촛대 위에 틸란드시아를 올려두거나 깔끔한 디자인의 접시, 트레이(쟁반)에 높낮이가 다른 다육 식물이나 선인장 등을 여러 개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미니 가든을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투명한 유리 볼에 공기정화 식물만 하나 넣어두어도 멋스럽다. 베란다, 마당 등 가드닝을 실현할 공간이 없어도 슬퍼할 필요 없단다. 네모난 상자 형태의 플랜트박스를 활용하면 된다. 작은 화분을 여러 개 담으면 ‘상자 정원’을 꾸밀 수 있다. ‘플랜트 스탠드’라 불리는 식물 스탠드도 활용해볼 만하다. 여러 식물을 함께 배치했을 때 공간감을 줄 수 있는 인테리어 용품이다. “스툴(작은 의자)에 작은 화분을 모아 놓거나 자연 소재의 커다란 바구니에 무심한 듯 화사한 색감의 꽃들을 풍성하게 꽂아 그대로 말리기만 해도 멋스러워요.”

    플랜테리어로 유명한 카페에서 얻는 식물 활용법

    꽃과 생나무가지로 장식한 성수동 복합문화공간 '자그마치'(왼쪽),드라이플라워를 사다리에 건 '자그마치'(오른쪽)/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식물로 꾸민 공간에선 구석구석 눈여겨보기만 해도 감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성동구 성수동 자그마치(070-4409-7700)는 공간 기획 디자인 회사 ‘Studio zgmc’의 김재원 대표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 인쇄 공장을 개조해 꾸민 공간은 낡은 도면 함으로 만든 테이블, 라벨 등을 재활용한 이색 인테리어로 성수동 명소가 됐다. 자칫 휑하고 삭막해 보일 수 있는 공간은 초록 식물과 생화, 드라이플라워 그리고 조명 등이 채우고 있다. 카페 안 시선을 두는 곳마다 커다란 투명 유리병에 푸릇푸릇한 생나무 가지가 꽂혀 있고 네모난 도면 함 위엔 라눙쿨루스·몬스테라·수국 등이 탁상용 캔들·조명과 어우러져 있다.

    김 대표는 “공장이 주는 건조함이 매력인 자그마치에 식물은 초록 생명력으로 역동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소재”라며 “꽃뿐만 아니라 철쭉처럼 수형(樹形)이 예쁜 나뭇가지는 장식 효과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공간이 넓다 보니 꽃병도, 식물도 큼직큼직하다. 눈에 띄는 건 드라이플라워를 거꾸로 매단 인테리어용 사다리. 차갑고 묵직한 철문에 기대어 화사한 색감을 뽐낸다. 김 대표는 “드라이플라워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지만 잎을 따로 말려 표본으로 만드는 것도 추천한다”고 했다. 이 밖에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식물과 함께 이국적인 식물이 그려진 보태니컬 일러스트 액자를 함께 배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망원도 카페 '딥블루레이크'의 2층은 '호숫가 숲 속'테마로 꾸몄다.(왼쪽),벽 선반을 책과 '선인잔 조각상'으로 장식한 카페 'SAME'(오른쪽) /이경민 영상미디어 기자

    3층짜리 주택을 개조한 마포구 망원동의 카페 딥블루레이크(02-323-8532)는 카페 이름처럼 1층은 ‘호수’, 2층은 ‘숲’, 3층은 ‘하늘’을 테마로 주인의 아내 우정현씨가 직접 꾸몄다. 초록 식물로 장식한 2층 중앙 자리가 인스타그램 명소. 3명이 앉을 만한 아담한 사각형 공간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의 덴마크 가구 ‘헤이(HAY)’ 의자와 낮은 테이블, 극락조·앤슈리엄·아가베 등의 식물이 채웠다. 창가엔 아기자기한 유리 꽃병이 놓여 있다. 오전에 창문으로 햇볕이 스며들면 천장에 매달린 새장 모양의 조명까지 더해져 화사하면서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씨는 “2층 공간은 전체적으로 아늑하면서 호숫가 숲 속처럼 생명력이 느껴지게 꾸몄다”며 “의자와 높이가 비슷하거나 약간 키가 큰 관엽식물을 의자 곁에 두면 앉았을 때 커다란 잎사귀들이 공간의 산만함을 모아주는 역할을 해 한결 안정감이 느껴진다”고 했다.

    단순하게 선인장 하나로 만족하고 싶다면 인테리어 작품으로 변신한 선인장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가수 ‘빽가’가 운영하는 용산구 한남동 선인장 테마 카페 SAME(02-322-3820)에선 조각상 화분에 선인장을 담은 일명 ‘선인장 조각상’(선인장 종류에 따라 30만~50만원대)을 만날 수 있는 공간. 기존 연남동 선인장 전문 매장 ‘씨클드로’의 베스트셀러였던 ‘수프캔(알루미늄 수프캔에 담은) 선인장’(2만5000원)도 판매한다. 선인장 잘 키우는 노하우는 덤으로 배울 수 있다.


    플랜테리어 팁
    1.작은 집일 경우 공간을 크게 차지하는 화분보다 공중식물(행잉 플랜트)이 부
    담없다.
    2.버리는 서랍장의 서랍을 꺼내 다육식물을 담고, 서랍장 위엔 높낮이가 다른
    작은 화분과 꽃병을 여러개 배치하면 훌륭한 ‘테이블 가든’이 완성된다.
    3.사용하지 않는 유리 캔들 홀더 안에 테라리엄을 꾸미면 재미있다. 전용 모래를 깐 후 선인장을 심어주면 끝.
    4.꽃이나 식물을 심는 용기가 꼭 화분이나 꽃병일 필요는 없다. 바구니, 비커,놋그릇, 알루미늄캔 등 다양한 용기에 담는 것도 방법.
    5.인테리어용 철망, 타공판 등을 벽에 고정하면 걸이용 화분을 더 자유롭게 걸
    수 있다.
    6.이동식 주방용품인 ‘주방 트롤리’는 식물 거치대로 활용할 수 있다.
    7.촉촉한 이끼 볼을 침실에 두면 관상용 효과에 가습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8.꽃을 말릴 땐 거꾸로 매단 채 말려야 꽃가지가 처지지 않는다. 완벽하게 건조
    돼 드라이플라워 상태가 됐을 때 꽃병에 꽂으면 예쁘다.
    9.식물의 이름을 적어 노끈 등으로 걸어주면 멋스럽다. 미니 칠판·픽·피규어 등
    으로도 화분 위를 장식해보자.
    /박근희 기자
     
    “인디 가수들이여, 땅굴 아지트에 와서 맘껏 놀아봐요”
    예복, 언제 또 입는다고… 격식 갖춰 입는 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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