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맘 먹고 산 패딩…세탁匠人, 부탁해요

우리가 알고 있던 동네 세탁소가 아니다.
유명 여배우가 찾는가 하면, 간판만 보면 전혀 세탁소로 예상할 수가 없다.
동네 '크리닝'부터 '호텔 런드리'까지 소문난 세탁소를 만나봤다.

    입력 : 2017.03.07 17:42 | 수정 : 2017.03.08 11:21

    [Living: 겨울옷, 믿고 맡기는 세탁名家]
     

    봄바람 살살 불어오는 요즘, 겨우내 부지런히 입었던 프리미엄 패딩·퍼(fur)·코트 같은 외투 세탁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다. 프랜차이즈 세탁소, 세탁 편의점이 늘었다지만 여전히 장인(匠人)이 운영하는 ‘세탁의 명가(名家)’를 찾아다니는 이들이 있다. 내 몸은 아무렇게나 씻을지언정 내 옷은 함부로 씻을 수 없다는 세탁 마니아들! 머플러 하나도 아기처럼 정성스레 다뤄주는 곳에 맡겨야 발 뻗고 잔다는 세탁 마니아들 사이에 소문난 세탁소를 알아봤다.

    (위 부터)100년 넘은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 ‘런드리샵’. 유명 배우, 스타일리스트들이 애용하는 ‘노블레스’. 프리미엄 세탁소 ‘워시’ 외관.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패션업계 종사자, 깐깐한 배우들 찾아

    패션 홍보대행사, 명품 매장, 고급 미용실 즐비한 압구정동·청담동 일대는 명품 전문 세탁소들이 많다. 협찬받은 옷을 ‘칼’같이 반납해야 하는 스타일리스트, 머리 하러 온 손님에게 묻힌 염색약을 단시간 내 완벽하게 제거해주는 세탁소가 이들에겐 ‘구세주’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있는 삼영세탁소(02-543-4931)는 1975년 개업해 2대째 운영 중인 세탁소다. 아버지 이춘희씨가 운영하던 것을 지금은 형제 이재홍·이재우씨가 이어받았다. 배우 손예진·이민정의 스타일리스트 안미경씨는 “드라마·영화 촬영하다 보면 검은 재가 묻기도 하고 패딩을 태워 먹기도 하는데 옷이 상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오염 부위를 세탁, 보수해준다”며 “배우들 개인 옷을 대신 맡긴 적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세탁비는 패딩 1만~3만원.

    송우림(49)씨가 27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청담동 깔끄미 명품크리닝(010-2354-1166)은 하늘하늘한 실크 소재 옷을 잘하는 세탁소로 꼽힌다. 실크·페이크퍼 전문 브랜드 ‘래비티’ 최은경 디자이너는 “드라이클리닝 할 때마다 새로운 기름을 사용해 실크도 미세한 색상 변화 없이 세탁 가능한 곳”이라고 추천했다.

    강남구 신사동 노블레스(02-546-3033)는 유명 배우, 스타일리스트가 ‘애정’ 하는 세탁소로 소문났다. 압구정 일대에서만 30년간 세탁소를 운영한 유헌중(54)씨가 운영한다. 오염을 잘 빼고 까다로운 명품 의류를 잘 다루는 걸로 유명하다. 세탁비는 패딩 4만~8만원, 모피 15만원부터.

    ‘세탁도 예술이다’ 전통의 세탁소

    ‘아트 오브 클리닝(art of cleaning)’을 외치는 전통의 세탁소도 있다.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지만 실력 하나 믿고 멀리서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단골이 많다.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 내 런드리샵(02-317-0339)은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탁소다. 한때 청와대 전담 세탁소였을 정도로 유서 깊은 곳. 유명 호텔 대부분 자체 세탁소를 두고 있지만 ‘외부 손님’을 받는 곳은 여기가 유일하다. 재벌가 사모님, 대사관 직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회장님’ 옷을 운반하는 기사들이 수시로 드나든다.

    이곳에서만 20년 넘게 일한 세탁부 매니저 방흥만(61)씨를 비롯해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직원들이 근무한다. 26년간 근무한 황경자 지배인은 “세탁은 아무리 좋은 약품을 사용해도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그래서 장인 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세탁비는 셔츠 1만원대, 바지·스커트 2만원대, 원피스 3만원대, 슈트·트렌치코트 4만원대, 패딩 6만~8만원대.

    (왼쪽 부터)프리미엄 패딩 세탁 잘하기로 소문난 현대백화점 판교점 ‘쿨화이트’. ‘워시’ 주시영 대표가 세탁한 코트를 스팀으로 건조하고 있다. 영국 양장점 같은 외관의 ‘삼성세탁’.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청담동 리베라 크리닝(02-515-7203)은 한때 세탁의 명가로 명성 높았던 ‘리베라 호텔’ 세탁소 창업 멤버인 이태연(69)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리베라 호텔 세탁소가 없어지면서 1992년 지금 자리에 세탁소를 열었다. 직장인 오신정씨는 “한 특급호텔 세탁소를 다니다가 거기서 해결 못 하는 세탁물이 이곳으로 온다는 사실을 알고 10년째 다니고 있다”며 “하얀색 마 소재 원피스에 쏟은 와인 자국도 말끔하게 없애줬다”고 했다. 세탁비는 프리미엄 패딩 5만~8만원대.

    현대백화점 본점·판교점 안에 있는 쿨화이트(1899-3972)는 프리미엄 패딩 세탁 잘하기로 유명하다. 고급 패딩 브랜드 ‘몽클레르’사(社)의 국내 전용 세탁소다. 세탁이 조심스러운 초고가 모피와 세탁 까다로운 패션 브랜드 ‘톰브라운’ 레인코트 전용 세탁소로도 알려졌다. 강력한 탄산을 주입해 때를 제거하는 ‘탄산 세탁’ 방식을 쓴다. 김종원 홍보팀장은 “다운 점퍼는 물세탁 하면 털에 물에 녹지 않는 때가 남을 수 있지만, 탄산 세탁은 안감 털 속까지 침투해 깨끗하게 세척한다”고 했다. 세탁비는 프리미엄 패딩 길이에 따라 8만~10만원이며 퍼나 모자 부착 시 1만원 추가된다.

    세탁물의 오염 부위를 살피는 '쿨화이트' 직원.

    “옷가게야?” 이색 외관에 실력까지

    트렌디한 패션 매장 같은 세탁소도 있다. ‘WASH’라 쓴 화려한 네온사인이 아우라를 뿜어낸다. 창문 너머엔 하얀색 부직포가 씌워진 옷들이 기계처럼 돌아간다. ‘디자이너 쇼룸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탁소다. 서울 연희동 골목길에 자리한 프리미엄 세탁소 워시(02-322-5350) 얘기다. 대기업 패션회사에서 일했던 주시영(32)씨가 직원 하나 없이 혼자서 1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프리미엄 패딩이든 티셔츠 한 장이든 ‘단독 세탁’을 고집한다. “요즘 젊은 고객들은 자기 옷이 대량 세탁기에서 ‘타인의 옷’과 섞여 마구잡이로 세탁하는 것을 찝찝해하죠.” 세탁비가 일반 세탁소 2배 정도지만 20~30대 단골이 많다. 연희동 사모님, 옷 잘 입는 중년 남성도 종종 찾는다. 하루 평균 50~70벌만 소화한다. 예정보다 오래 걸리기도 하지만 그의 ‘섬세한 세탁’을 경험한 고객은 묵묵히 기다린다. 세탁비는 셔츠 5000원~1만원, 바지·스커트 7000원~1만5000원, 패딩 5만~6만원.

    서울 한남동 삼성세탁(02-798-5088)은 3년 전부터 양장점 ‘테일러블포 우먼’과 ‘한 지붕 두 가족’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지만 주인이 다르다. 영국 양장점 같은 외관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1973년부터 양복점, 수선집, 세탁소에서 일했던 삼성세탁 주인 윤유태(62)씨가 9년 전 이 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있어 보이는’ 외관과 달리 세탁비가 ‘착하다’. 패딩·코트는 무조건 9000원. 상의 6000원, 하의 4000원, 원피스 7000원. 옷에 ‘상처’가 났다면 수선도 무료로 해준다.



    겨울 외투 오래 입으려면 이렇게 보관하세요

    장인이 세탁했다고 끝이 아니다. 세탁한 옷을 어떻게 보관하느냐에 따라 다음 겨울에 풍성한 패딩, 털이 살아 있는 퍼(fur), 예쁜 색감의 코트로 입을 수 있다.

    패딩: 모든 옷이 그렇지만 특히 패딩은 ‘습기’가 최대 적. 입을수록 ‘털이 죽는다’는 표현을 하는데 습기가 차서 오리털, 거위털이 뭉치고 눌리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옷장 안에 제습기를 넣고 2~3시간 작동시키면 습기가 효과적으로 제거된다. 제습기가 없다면 선풍기를 틀어놓는 것도 방법.
    퍼(fur): 살에 자주 닿는 목 부분은 털이 없어지고 뭉치기 마련이다. 보관할 때 목 부분에 스카프나 머플러를 걸어 털이 다른 곳과 닿지 않도록 한다.
    코트: 코트 위에 침대보 같은 흰색 천을 뒤집어 씌워 보관하면 햇빛에 의한 변색을 막을 수 있다. 먼지 제거, 통풍에도 도움을 준다. 구김도 덜 간다.


    도움말=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런드리샵 황경자 지배인

    해님머리, 화이팅!
    빽빽한 계획표에 질렸던 여행…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줄이야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