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님머리, 화이팅!

    입력 : 2017.03.07 17:21

    [김미리의 테이블 세팅]
     

    딸아이가 ‘ㅈ’을 ‘ㄷ’으로 발음하던 꼬꼬마 시절 얘깁니다. 하루는 차를 타고 가는데 아이가 창밖을 보며 외칩니다. “엄마, 빤딱빤딱 땟님 머리~” “뭐라고, 깻잎 머리?” “아니 아니 땟님(깻잎) 말고 땟님!” 고개 갸우뚱하고 있으니, 이 녀석 고사리 같은 손가락을 꺼내 보입니다. 작은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나서 그 위로 짧은 막대기 세 개를 톡톡톡 찍습니다. “이 땟님 말이야.” 아! 암호 같은 말이 풀렸습니다. ‘땟님’은 바로 ‘해님’이었습니다.

    그제야 옆 차 운전석에 앉은 아저씨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머리카락 몇 올 안 남은 완연한 대머리 아저씨였습니다. 아이 눈엔 그 모습이 동화책 속 해님 같았나 봅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보니 거리 곳곳 해님이 떠있네요. 선입견 없이 말랑말랑한 아이의 생각이 참 신선했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사회화’를 겪으면서 아이는 ‘해님 머리’의 추억을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입니다. 대머리 아저씨가 지나가면 친구들끼리 키득거립니다. 건너편에서 스님 여러 분이 걸어오는 걸 보고 ‘대머리!’ 하고 외치다 혼쭐난 적도 있습니다. 단단히 주의 주려는데 아이가 그럽니다. “저번에 엄마도 웃었잖아.” 아차, 지난번 지하철에서 속알머리 훤한 남성이 조는 걸 내려다보며 웃었던 게 떠올랐습니다.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 “대머리 공포증은 대물림되는 시선 폭력”이란 코멘트를 보고 흠칫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대머리에 대한 ‘시선 폭력’을 딸에게 대물림하고 있었던 겁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그간 대머리에 대해 가졌던 편견을. M자형 탈모 겪는 주드 로는 슬쩍 눈감아주면서 한국 대머리에겐 지나치게 엄격했음을. 그리고 외쳐봅니다. 해님 머리 아저씨, 화이팅! ―‘사자 머리’ 아줌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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