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는 이기적? 조직보다 가치를 중요시할 뿐"

지난해 12월, 비영리 조직 컨설팅 기관 '진저티 프로젝트'는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연구를 시행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사용법을 다시 배우듯 그들은 밀레니엄 세대를 이해해야 조직이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입력 : 2017.03.08 07:26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 연구 '매거진...'펴낸 '진저티 프로젝트.']

    비영리 조직 내 세대 갈등
    '밀레니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어
    경직된 조직선 역량 발휘 힘들어
    다양한 실험 할수 있게 권한 줘야

    "비영리는 ‘노답’이요, 꼰대 문화다” vs. “요즘 애들은 사명감이 없다” 비영리 조직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도 상당하다. 지속 가능 보고서를 만들거나 조직 워크숍을 의뢰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변화를 고민하는 단체들 사이에서 한 보고서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비영리 조직 컨설팅기관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동그라미재단 후원으로 펴낸 ‘매거진 밀레니얼’이 바로 그것.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이번 연구에는 밀레니얼 세대 및 이들과 일하는 리더 그룹에 대한 심층 인터뷰, 4000명이 넘는 밀레니얼 세대가 참여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한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를 기획·진행한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진(40) 팀장, 홍주은(36) 팀장, 김빛나(27) 연구원을 만나 ‘밀레니얼 프로젝트’ 연구의 뒷이야기를 물었다.
    왼쪽부터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진 팀장, 홍주은 팀장, 김빛나 연구원. /주선영 기자
    ―밀레니얼을 연구한 이유가 무엇인가.
    “예전에 비해 비영리 영역이 힘이 많이 빠졌다. 젊은 사람들이 비영리로 잘 안 오고, 왔다가도 떠난다. 비영리 영역은 사람이 핵심인데, 이렇게 가다간 비영리가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교육·컨설팅을 통해 비영리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세대’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위세대가 아래세대를 정말 모르더라.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동그라미재단과 기회가 닿아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왜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해야 하나.
    “세대 문제를 넘어 ‘변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달라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공익 활동’으로 정의되는 일의 형태도, 확산되는 방식도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변화의 주체다. X세대가 사회 변화 주체였던 시기가 있었듯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거다. 그런데 많은 비영리에서 위세대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전 문법만 고집하니 갈등이 생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나.
    “미국은 밀레니얼 연구가 활발하다. ‘밀레니얼 임팩트 리포트’가 대표적인데, 2009년부터 매년 각기 다른 주제로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조망하는 연구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맥락이 다른 해외 연구를 많이 참고하진 않았다. 미국만 해도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를 ‘자신 있고’, ‘낙관적인’ 세대로 인식한다. 그런데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를 ‘흙수저’, ‘노오력(암담한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청년들에게 무조건 노력만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행태를 비꼬는 말)’, ‘N포세대’라 칭한다. 위세대의 시선 또한 우호적이지 않다. 자수성가가 가능했던 사회를 지나온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두고 ‘패기 없고’ ‘무기력하다’고 한다.”

    ◇밀레니얼에 대한, 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연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에 걸쳐 진행됐다. 초반 2개월간 심층 인터뷰가 이어졌다. 전통적인 비영리조직부터 중간지원조직, 소셜섹터, 1인 활동가, 일반 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만나 이들의 공익 활동을 물었다. X세대, 베이비부머 등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는 리더들도 만났다. 이후 두 달간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쉽지 않은 질문에 주관식 답변, 넉넉잡아 20분은 걸리다 보니 “500명만 참여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던 설문 조사에서 대박이 났다.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4000명이 넘게 참여한 것.

    ―여러 밀레니얼 세대 활동가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 세대의 특징이 무엇이었나.
    “밀레니얼은 자기 중심적이다. 이기적이라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와 동기가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재미다. ‘코드가 맞는’이들끼리 작당모의를 하며 재미를 느낀다. ‘8대2의 법칙’을 이야기하는 이도 많았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가 80이라면, 본인이 하고 싶고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활동을 20 비율로 한다는 것이다. 다른 세대는 80대20으로 일한다고 하면 ‘주인의식이 없고 느슨하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비슷한 가치를 지닌 이들 간 ‘느슨한 연대’가 가능하고, 개인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를 담아내는 단 하나의 조직이 없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 활동은 어땠나.
    “밀레니얼 활동가 심층 인터뷰를 하며 세 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했다. 첫 워크숍에서 ‘지난 1년간 공익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주요 인물 관계 지도’를 그려보는 활동을 했다. 각자가 정의하는 ‘공익 활동’과 그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성을 확인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공익 활동의 경계나, 이를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더라. 영리·비영리, 상근·비상근 같은 경계도 없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공익 활동을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구즈(Goods·상품을 뜻하는 말. 최근엔 문화 분야 파생 제품을 일컫는 좁은 의미로 더 많이 쓰임)를 사고 팔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도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설문 조사는 어떻게 설계했나. 4000명이 넘게 참여한 비결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팀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10번도 넘게 설문 문항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설문 조사 문항을 고민할 때 팀 내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던 지점이 조금씩 달랐다. X세대인 팀장급은 ‘연구’라는 틀이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 팀원들은 ‘응답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게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설문 양식도 일반적으로 쓰이는 구글 대신 ‘타이폼(Typeform)’이라는 프로그램을 썼다. ‘로직 점프(logic jump)’가 가능해 응답에 따라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김귤’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영상과 귀여운 짤방도 만들어 넣었다. 온라인 설문조사지만 대면 심층 인터뷰 같은 느낌을 주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설문 내용이 잘 통한 것 같다. 설문에 응답한 이들의 반응이 좋아 그 자체로 홍보가 됐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태그하며 ‘하면서 좋았는데 너도 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설문에 참여한 분들에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설문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답도 많이 받았다.”

    ◇밀레니얼 세대, ‘강점’ 발휘되도록

    ―세대의 차이를 안다고 해도 잘 지내는 건 또 다른 문제이지 않을까.
    “밀레니얼 세대 활동가들과 이전 세대 활동가가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20여년간 갯벌 보호운동,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해왔던 활동가가 나왔다. 만남 이후 한 밀레니얼 세대 친구가 ‘20년간 하나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해 왔다는 게 나의 세대에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 감동적인데, 지난 20년간 데이터가 남아있지 않은 점은 충격’이라고 하더라. 오랜 열정과 새로운 방식이 만나면 그 시너지가 더 클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구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작점이 되길 바란다.”

    ―밀레니얼 연구의 결론을 내린다면.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활용법을 새로 배우듯,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고 이들이 역량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연하지 않은 조직에서 밀레니얼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기는 힘들다. 밀레니얼에게 ‘안전한 실험실’을 용인하고,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주며 ‘마음껏 실험해보도록’ 하는 게 위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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