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자진폐쇄' 중소병원 폐업, 진짜 이유 알고 보니…

2015년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의 여파는 아직도 진행중인것일까. 창원의 중소병원이
메르스 여파로 폐쇄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하지만 병원의 폐업 이유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입력 : 2017.03.20 07:26

    [포커스]
     

    ‘온몸으로 메르스 막은 의사의 파산’.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입원 환자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자 병원 전체를 자진폐쇄한 경남 창원시의 한 중소병원이 그 여파로 경영난을 겪던 끝에 결국 영업을 중단했다는 내용의 기사다. 의료 전문 인터넷매체 ‘메디게이트뉴스’가 지난 2월 8일 병원장의 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앞서 4시간 전 연합뉴스가 이 병원이 영업을 중단했다는 소식을 ‘‘메르스 자진 폐쇄’ 중소병원 문 닫아… 타격 너무 컸나’라는 제목으로 최초 보도했다. 채널A 역시 사흘 뒤 같은 내용의 뉴스를 보도했다.

    기자는 주간조선 2015년 송년호 커버스토리로 대전 건양대병원을 취재해 ‘메르스와 사투 벌인 간호사들’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적이 있다. 이 기사를 보자 눈길이 확 끌렸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 이 병원은 과연 메르스 때문에 문을 닫았을까. 현재까지 이 병원을 제외하고 메르스 사태의 여파로 문을 닫았다고 알려진 병원은 없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월 13일 창원을 찾았다. 당시 병원의 주요 보직자들을 접촉한 결과 새로운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창원 SK병원 전경.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병원 건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SK병원 건물은 지상 8층 지하 2층이다. 병상은 113석, 주 진료과목은 정형외과다. 교통사고나 산재 환자들이 주로 입원한다. 이 병원의 병원장인 박모씨는 이전 병원이었던 세광병원의 원장 최모씨로부터 병원 전체를 임대차 형식으로 계약해 영업했다.

    앞서 보도된 대로 창원 SK병원(구 세광병원)은 2015년 6월 11일부터 14일간 병원 전체를 자진폐쇄했다. 병원에 입원한 115번 환자(당시 77세, 퇴원)가 삼성서울병원에 들렀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확진자가 입원한 병원 주변 3개 층만 폐쇄할 것을 권고했지만, 박 병원장은 병원 전체를 폐쇄했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메르스로부터 안전하다고 알려진 창원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오자 SK병원이 위치한 지역에 발길이 뚝 끊겼다. 확진자와 함께 거주하던 외손주들이 다니는 학교에까지 휴교령이 내려졌다. 당시는 박 병원장이 세광병원으로부터 병원을 인수한 지 약 6개월이 지난 때였다. 

    잠복기인 14일이 지날 동안 더 이상의 확진 환자가 나오지 않자 병원은 영업을 재개했다.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병원장의 선제조치가 알려지면서 주위의 도움이 이어졌다. 창원시가 주선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저리로 대출도 받았다.


    병원장 친족이 자금 빼돌려… 월세 연체

    이미지 크게보기
    건물 압류 사실을 알리는 창원지법의 공시서가 병원 후문에 붙어 있다. /염동우 영상미디어 기자

    하지만 병원이 영업을 중단하게 된 결정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병원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씨에 따르면, 병원이 영업을 중단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병원 경영상의 문제였다. 병원장과 친족 관계에 있는 B씨가 지속적으로 병원 자금을 빼돌린 것이다. B씨는 병원 명의로 시중은행 수곳에서 도합 15억원가량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 만기기간이 연속해 도래하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 A씨는 “신생병원에 초반 6개월에서 1년이 가장 중요한 시점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메르스 영향으로 환자가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 여파로 문을 닫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A씨는 병원 경영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던 인물로, 메르스 사태 당시부터 지난해까지 해당 병원에 재직했다. SK병원의 원장인 박 병원장과도 친밀한 관계다. 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병원 건물 전체를 빌리는 임대료로만 월 3000만원 정도가 나갔다. 의료기기도 모두 임대 형식으로 빌렸고 직원 인건비도 지급해야 했기 때문에 재정적 압박은 더욱 심했다. A씨는 “환자 수와 직원 수를 대비해 보면 망하는 병원은 아니다”라며 “수술 건수도 많이 잡혀 있었고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는데 돈이 계속 샌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SK병원은 지난 2월 1일부로 영업을 중단했다. A씨에 따르면 병원장은 재정 악화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계속 운영하려고 했다. 하지만 월세가 연체되면서 기존 병원(세광병원)의 원장인 건물주의 압박이 이어졌고, 결국 영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 병원 정문과 후문에는 ‘당사자 간 유체동산 강제집행 사건에 대해 집행관이 물건을 압류했다’는 창원지법의 공시서가 붙어 있었다. A씨는 이에 대해 “당초 계약기간이 5년이었는데 월세가 밀렸다고 계약한 지 2년 만에 쫓아냈다”고 말했다.

    병원장이 병원을 계속 경영하려고 했다는 A씨의 증언을 뒷받침해주는 사실은 여러 군데에서 발견됐다. 이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발길은 기자가 병원을 찾은 2월 13일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대부분 병원 진료와 관련한 서류를 떼러 온 환자였다.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가 되돌아가던 한 남성은 “환자들에게 말도 없이 갑자기 병원 문을 닫아버리면 어떡하냐”며 발을 굴렀다. 주위 식당을 경영하는 사람들도 “병원이 이렇게 갑자기 문을 닫을 줄 아무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메르스 자진폐쇄로
    파산했다는 병원
    영업 중단된 결정적 이유는
    병원 경영상의 문제

    정부의 5억 400만원
    보상금 지원도 있었다

    정부의 지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병원 측은 코호트 격리 당시 취소된 수술 건수와 외래진료를 받지 못한 기회비용을 합산한 금액을 추산해 15억원가량의 금액을 보건복지부에 청구했다. 복지부는 이 중 병원이 실제로 쓴 금액에 해당하는 5억400만원을 지원했다. 코호트 격리된 기간 동안 사용된 식대, 의류비 등 실제로 쓴 비용만이 보상금으로 책정됐다. 복지부 담당 사무관은 이에 대해 “해당 병원은 메르스 사태 이전에도 병상가동률이 낮았기 때문에 청구한 금액을 모두 보상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병원 근처에는 대형 종합병원과 특화된 한의원들이 밀집해 있다.

    현재 박 병원장과는 연결이 되지 않는 상태다. 기자가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박 병원장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조만간 보건당국에 폐업 신고를 할 예정이다. 이후 당분간 쉬면서 법적 문제에 대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기자가 현장을 취재하던 지난 2월 13일 오후 12시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본분을 행한 병원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한다”며 메디게이트뉴스를 인용한 중앙일보 기사를 링크했다. 이 기사 링크에는 페이스북에서만 2월 15일 현재 6500여명이 ‘좋아요’ 표시를 했다. 아래에는 “역시 정부는 믿으면 안 된다” “21세기에 사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이 120여개 달렸다.

    창원 SK병원에 대한 관심은 지난 2월 14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도 이어졌다. 국회 보건복지위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를 믿고 최선을 다해서 뛰어든 병원이 폐업에 이르렀다”며 “지역사회 경종을 울린 병원의 경우에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해 “손실보상도 자진 폐쇄를 고려해서 보상금을 더 올려서 지급한 병원인데 이런 일이 생겨서 아쉽다”며 “관련 문제를 개선해 재발 방지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백혈병 환자 생명 구하기 나선 장병들
    '白衣의 전사' 남자간호사 1만명 시대, 달라진 병원 풍경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