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54년 만에 매출액 26조원 수요 맞춰 생산해 2주마다 신제품 내놔

글로벌 패션업체 '인디텍스'의 브랜드 '자라'는 특별한 광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다른 디자인과 유통구조를 구축하여 유명인이 즐겨입는 '싸지만 고급스러운' 브랜드로 정착되었다.

    입력 : 2017.03.03 07:53

    [Case study] 스페인 패스트패션 업체 ‘인디텍스'
     

    ‘자라(ZARA)’는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인디텍스’의 대표 브랜드다. /블룸버그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비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90번째 생일 축하연에 ‘자라’ 재킷을 입고 참석했다. /이코노미조선

    영국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의 패션은 언제나 주목받는다. 미들턴이 입은 옷 브랜드가 알려지면 곧 해당 제품이 모두 매진돼 ‘미들턴 효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패션 리더지만 미들턴이 늘 비싼 옷만 입는 것은 아니다. 미들턴이 애용하는 중저가 의류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자라(ZARA)’다. 미들턴은 201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90번째 생일 축하연에 참석할 때도 자라의 빨간색 재킷을 입었는데, 이 재킷은 자라 매장에서 49.99파운드(약 7만5000원)에 판매됐다.

    미국 상류층의 생활을 담은 인기 드라마 ‘가십걸’의 실제 모델이자 미국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는 올리비아 팔레르모 역시 자라 브랜드를 자주 이용한다. 다양한 사교모임을 즐기는 팔레르모는 자라 매장에서 판매하는 셔츠, 드레스, 바지는 물론 가방과 신발, 액세서리도 자주 활용한다. 셔츠 30~40달러, 코트 150~200달러 수준으로 자라는 중저가 제품을 판매하지만, 세계 유명인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자라는 ‘인디텍스’가 만든 세계적인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다. 1963년 스페인 서북부 작은 도시 ‘라 코루냐’에서 설립된 인디텍스는 54년 만에 전 세계 91개국에 진출해 7085개(2016년 기준)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디텍스는 자라를 포함해 자라홈, 버쉬카, 마시모두티, 오이쇼, 스트라디바리우스, 풀앤드베어, 우테르케 등 8개 의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매출액은 209억유로(약 26조원·2015년 기준), 영업이익은 47억유로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에 육박한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는 2016년 자라를 가치 있는 세계 브랜드 27위로 선정했다. 명품 업체 에르메스(34위), 구찌(53위)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이 평가됐다.


    인디텍스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 전 회장은 철도원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옷 가게에서 일했다. 그는 스페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1988년 포르투갈에 진출했고, 이어 미국,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유럽, 멕시코, 일본, 중국, 인도 등 전 세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인디텍스의 매출 절반 이상은 스페인을 포함한 유럽에서 나온다. 전체 매출액 중 유럽이 62%(스페인 18%)이고, 미국이 15%, 아시아 지역이 23%다. 인디텍스는 1963년 ‘고아(GOA)’라는 브랜드로 처음 의류 사업을 시작했지만, 1975년 자라 브랜드가 생긴 이후 본격적인 사업 골격이 구축됐다. 인디텍스의 대표 브랜드 자라의 매출액은 136억2800만달러로 전체 인디텍스 매출의 65%를 차지한다.

    성공비결 1 |

    ‘싸다’… 비용 절감해 가격 낮춰

    /이코노미조선
    자라는 “옷이 정말 예뻐서 산다기보다 값이 싸서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다. 인디텍스가 저가(低價)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원자재 조달과 제품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전반을 통제해 비용을 절감하는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중앙 집권 결정자가 모든 단계를 통제하고 거래를 내부화함으로써 생산 비용을 낮춘 것이다. 이런 사업 모델은 인디텍스 생산 공장 위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경영진과 사무직원, 디자이너가 상주하는 인디텍스 스페인 본사 주변에는 생산 공장과 물류 창고가 있다.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물류 비용과 소통 비용을 줄인 것이다.
    자라 제품을 생산하는 인디텍스 공장. /이코노미조선
    특히 인디텍스는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이나 인도에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는 일반적인 의류 업체 관행을 과감히 탈피했다. 인디텍스의 제품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공장은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로코, 터키 공장이다. 모두 인디텍스 주요 시장인 서유럽 인근 국가에 있는 공장이다. 물론 중국과 베트남에도 인디텍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지만, 동유럽과 북아프리카 공장과 비교하면 생산량이 적다.
    인디텍스는 노동 가격이 조금 높더라도 주요 시장 인근에 생산 공장을 건설해 조달과 배송 지연에 따른 비용, 세금·환율·규제 관련 비용을 낮추고 있다.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을 활용하고 생산 공장을 가까이 두는 전략은 재고를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인디텍스는 광고하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창업자 오르테가는 “광고는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의류 업체의 평균 마케팅 비용은 전체 비용의 3~4%를 차지하지만, 인디텍스는 1%도 되지 않는다. 인디텍스는 광고 비용을 줄여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이 판매에 더 좋은 유인이 되고, 별도의 광고 없이 매장 운영과 서비스를 통해 많은 소비자에게 충분히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성공비결 2 |

    1년에 20~30번 신제품 출시

    ZARA 2016 WOMAN STUDIO 신제품/유튜브 캡쳐
    인디텍스는 제품 판매 주기를 크게 줄인 패스트패션의 공식을 주도하고 있다. 최신 패션을 발 빠르게 모방해 싼 제품을 내놓는 인디텍스는 패스트패션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자라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한두벌이 아니라 서너벌, 많게는 대여섯벌의 옷을 입어본다. 실제 구매하는 개수 역시 일반 의류 매장과 비교하면 훨씬 많다. 자라 매장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 수가 많은 이유는 가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음에 매장을 방문했을 땐 오늘 본 제품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반 의류 브랜드의 경우 디자인에서 판매까지 보통 6개월~1년이 걸리지만 인디텍스는 한 달 내 제품을 디자인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기존 패션 업계가 1년을 4개 시즌으로 나눠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다면, 인디텍스는 1년을 20~30개 시즌으로 나눈다. 2주에 한 번 새로운 제품을 공급하는 셈이다. 인디텍스의 디자이너들은 매년 3만개의 디자인을 개발한다. 이 중 1만2000개의 디자인이 실제 상품으로 제작된다. 일반 의류 업체들이 1년에 2000~4000개의 디자인을 상품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인디텍스의 생산 품종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 도입된 수직통합형 사업모델은 빠른 속도로 제품을 생산하는 전략에도 효과적이다. 빠른 의사결정과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때문에 인디텍스를 포함한 패스트패션의 제품 생산 방식에 대한 비판도 많다. 한 디자인 전문가는 “많은 브랜드 디자이너는 오랜 시간 연구하고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옷을 내놓지만, 자라는 아무런 보상 없이 이런 디자인을 가져간다”고 비난했다.
    많은 의류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제품을 발표하는 것과 달리 인디텍스 디자이너는 이름을 드러내지 않는데, 이는 인디텍스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기보다 기존 제품을 모방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성공비결 3 |

    유행 예측하는 대신 실시간 반영

    /조선일보DB
    자라는 탈의실에 소비자가 입어보고 사가지 않은 옷을 따로 분류해 놓는다. 세계 각 매장은 이런 옷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본사에 전송한다. 본사는 이런 정보를 취합해 어떤 제품 생산을 늘리고 어떤 제품 생산은 줄여야 하는지 판단한다.
    인디텍스가 세계의 소비자 취향을 사로잡는 비결은 소비자 취향을 섣불리 예측하기보다 수요를 실시간으로 생산에 반영하는 것이다. 일반 의류 업체는 세계 패션쇼나 경쟁사 신제품을 분석하고 전년도 매출을 분석해 올해 어떤 디자인이 유행할지 예측해 제품을 생산한다. 인디텍스도 전형적인 시장 조사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인디텍스가 다른 의류 업체와 다른 점은 매일 실시간으로 전 세계 매장의 수요를 분석하고 수요가 많은 제품을 바로 생산해 유행이 지나기 전에 소비자가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인디텍스는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고안한 ‘적기생산방식(Just in time)’을 도입해 활용하고 있다. 인디텍스는 2~3주 이내에 상품 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가 가능하다. 당장 유행이 시작되면 자라 매장에서 싼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상품은 2주 뒤 새로운 상품으로 교체된다. 이런 방식은 수요에 맞춰 빠르게 생산해 판매량을 늘리고 재고를 최소화해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성공비결 4 |
    단계별 치밀한 사업 확장

    인디텍스의 고급 브랜드 마시모두티. /이코노미조선
    인디텍스는 브랜드 간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브랜드의 주력 제품을 달리해 사업을 확장했다. 인디텍스의 첫번째 브랜드 자라가 유행에 맞는 여성복, 남성복, 아동복을 판매하는 브랜드라면 1988년 설립된 버쉬카는 10대 소비자를 겨냥한 젊은 브랜드로 차별화했다. 1995년 사업을 시작한 마시모두티는 고가 의류 제품에 집중한다. 많은 사람이 마시모두티를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유럽 명품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2001년에는 속옷 특화 브랜드 오이쇼를 론칭했고, 2003년에는 주방용품, 생활 디자인 용품을 판매하는 자라홈 사업도 시작했다. 2008년 문을 연 우테르케는 패션 액세서리에 집중한 브랜드다.
    인디텍스의 영리한 사업 확장 전략은 해외 진출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인디텍스는 국가 상황에 따라 직영점을 운영할지 프랜차이즈를 운영할지 결정한다. 직접 진출이 어려운 경우 현지 업체와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인디텍스는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직영점을 내는 방식을 선호하지만 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고 문화 차이가 큰 국가에 진출하는 경우는 프랜차이즈 방식을 선택했다. 지중해 작은 섬 키프로스와 중동 국가에 진출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진입 장벽이 높거나 규제가 까다로운 경우 현지 업체와 조인트 벤처를 설립해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독일과 일본, 캐나다에 진출할 때 현지 유력 업체와 협력했고 한국에는 롯데그룹과 합작 투자해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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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위 부자 아만시오 오르테가
    인디텍스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2016년 빌 게이츠 회장을 제치고 세계 부호 1위에 올랐다. /이코노미조선

    인디텍스 창업주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2016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에 올랐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오르테가의 순자산은 795억달러(약 91조5000억원)로 빌 게이츠(785억달러)보다 많다. 자라를 포함한 인디텍스 브랜드가 빠르게 성장하며 주식 가치가 크게 상승한 덕분이다.

    가난한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오르테가는 13살에 학업을 중단하고 의류 공장에서 일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27살에 의류 사업을 시작해 인디텍스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인물이지만 우연히 길거리에서 오르테가를 만난다고 해도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언론 인터뷰는커녕 사진도 몇 장 공개되지 않은 은둔형 CEO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스페인 국왕의 초청을 거절하는가 하면 2011년 회사 경영권을 후임자에게 물려주는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들은 오르테가가 유명인이 아닌 자연인으로 자유롭게 생활하길 바라고 불필요하게 주목받기보다 자신의 일에 전념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본 기사는 이코노미조선 146호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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