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꼬마의 ‘강남 타령’

    입력 : 2017.02.14 17:39

    [The 테이블: 김미리의 테이블 세팅]
     

    김미리 더 테이블 팀장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50)이라는 덴마크 작가가 있습니다. 작년 가을 방한한 그를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인터뷰하러 미술관에 갔더니 그가 깡마른 흑인 여자아이 손을 잡고 있더군요. 엘리아슨은 아이슬란드계 부모님을 둔 전형적인 유럽인이라 내심 놀랐지요. 눈치챘는지 작가가 살짝 귀띔하네요. “태어나자마자 에티오피아에서 입양한 딸 ‘알마’예요.”

    “아, 예술 지겨워.” 인터뷰 중인 아빠 곁에서 몸 배배 꼬는 꼬마 아가씨를 보고 엘리아슨이 말합니다. “그래그래 끝나고 ‘강남’ 가자. 강남 스테이션!(강남역)” 딸을 살살 달래는 ‘당근’이 ‘강남’이라니요. 엘리아슨은 해외 출장 올 때마다 아이들 견문 넓혀주려 입양한 남매를 번갈아 데리고 다닌다네요. “지난번 한국 왔을 땐 알마 오빠를 데려와 스키장에 갔는데 알마는 내내 ‘강남 스타일’ 타령”이라고 이번엔 아빠가 툴툴댑니다. 말은 그래도 지하철 노선도에서 ‘강남’을 찾아본 모양이었습니다.

    이번 주 커버 스토리 ‘강남역’을 준비하며 엘리아슨을 떠올렸습니다. ‘X세대’에겐 추억이 된 강남역이 에티오피아에서 태어나 저 멀리 덴마크로 입양 간 10대 소녀에겐 현재진형행이란 사실을 생각하니 묘합니다.
    마침 엘리아슨이 이번 주 ‘크리에이터의 공간’에서 다룬 건축가 최욱의 사무실 주방 얘기에도 등장합니다. 그는 베를린 작업실에 직원용 주방 ‘키친’을 두고 공동 식사를 합니다. 형형색색 식재료를 쓰면서 예술 감성을 키우고, 이 얘기를 책으로 엮어냈습니다. 최욱 주방과 닮은꼴입니다. 덴마크와 강남역, 베를린과 이대 후문. 멀게만 느껴지는 장소들이 이번 주 ‘더 테이블’을 엮어냈습니다.

     
    [The 테이블] 그래도 강남역, 그래서 강남역!
    1년 만에 사직서 쓰는 신입사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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