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살림에 재미 붙인 남자들

    입력 : 2017.01.24 17:24

    [The 테이블]
     

    어려웠던 선배와의 벽이 허물어진 건 청소기 덕분이었습니다. 구닥다리 청소기를 새 걸로 바꿔야 할 때였습니다. “가성비 좋다는 L○ 청소기 살까, 디자인 예쁜 다△△ 청소기 살까?” 여자 후배와 얘기하고 있는데 선배가 슬쩍 대화에 숟가락 올립니다. “다△△ 은 카펫 깔린 유럽 집 스타일에 맞춰 나온 거야. 흡입력은 엄청 좋은데 소음이 너무 커. V* 모델이 괜찮아.”

    소주에 밥 말아 먹을 것 같은 ‘아재’ 선배가 살림의 왕이었다니! 한 번 더 선배와의 거리를 좁힌 일이 생겼습니다. 요즘 펜던트 조명을 하나 사려고 난생처음 북유럽 직구 사이트를 뒤적이고 있습니다. 우연히 선배에게 이 얘기를 꺼냈지요. 직구 사이트 첫 글자만 댔더니 ‘스’로 시작해 ‘터’로 끝나는 무려 열한 음절짜리 사이트 이름을 선배가 줄줄 뀁니다. 게다가 제가 찜해 놓은 조명을 이미 주문해서 걸다가 와장창 깨 먹은 에피소드며, 부속은 안 오니 참고하라는 깨알 정보까지.

    살림하는 남자 유행이라더니 ‘살림’의 ‘시옷’도 꺼내지 못할 것만 같았던 신문사 편집국 분위기도 바뀌었습니다. 홈쇼핑에서 파는 일제 토스터 성능 말하는 남자 선배, 아이언맨에서 라이언까지 각종 피규어로 책상 꾸민 남자 후배, 초록 패딩 입고 초록 양말 슬쩍 맞춰 신는 ‘센스남’ 남자 후배…. 유행 끝번지, 편집국에도 스타일 마니아들이 속출하는 걸 보면 세상이 바뀌긴 바뀌었나 봅니다. 청일점 박상현 기자가 디자인 가전 마니아 남자들 얘기를 썼습니다. “샀으면 모셔 두지만 말고 쓰라고!” 아내들 원성이 들려오네요.

     
    [The 테이블]폼나는 청소기 들여놨어요 남자라서 행복해요~
    [The 테이블] 파워 맨의 반려동물 ‘파워펫’의 세계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